동주發 광속전쟁… “160㎞를 향해 쏴라”

정세영 기자 2023. 5. 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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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신인 문동주가 불붙인 ‘강속구 혁명’
올 KBO 직구 평균 구속 142.6㎞
지난 10년 평균보다 약 1㎞ 빨라져
안우진·김서현 등 젊은 투수 각축
강속구 요건은 강한 어깨와 신체
상·하체 밸런스 등 조화 이루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중요
전문가 “주무기 뒷받침돼야 롱런”
문동주

전광석화처럼 날아가 포수 미트에 펑펑 꽂히는 강속구는 투수의 로망이자, 야구팬의 판타지다. 볼의 스피드는 숫자로 표현된 것 이상의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KBO리그에서 강속구 열풍이 불고 있다. 프로 2년 차 신인 문동주(한화)가 국내 투수 사상 처음으로 시속 160㎞ 시대를 연 이후다.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구 평균 구속 상위 5걸이 모두 ‘토종’ 투수라는 점이다. 안우진(키움)이 평균 시속 154㎞로 가장 빠르고, 김서현(한화·153.5㎞), 문동주(151.7㎞), 이민석(롯데·151㎞), 고우석(LG·150.7㎞)이 뒤를 이었다. 최고 구속에서도 지난달 12일 KIA전에서 160.1㎞를 던진 문동주가 1위, 안우진이 2위(158.2㎞·4월 13일 두산전), 김서현이 3위(157.9㎞·4월 19일 두산전)였다. 과거 150㎞가 넘는 ‘광속구’는 외국인 투수들의 영역이었지만, 최근엔 국내 투수들이 압도하는 모양새다. 또 올해 국내 투수의 평균 구속은 142.6㎞로 지난 10년 평균(141.7㎞)보다 약 1㎞ 가까이 빨라졌다.

안우진

‘강속구 혁명’의 요건은 우선 선천적으로 강한 어깨와 타고난 신체조건에 있다. 안우진(191㎝·90㎏), 문동주(188㎝·98㎏), 김서현(188㎝·86㎏) 등은 한 눈에도 빼어난 신체조건이 돋보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160㎞의 광속구를 뿌리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역시 193㎝, 92㎏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이들은 모두 머리 위에서 공을 내리찍듯 던지는 정통파. 아울러 빠른 허리 회전, 안정적인 중심이동, 상·하체 밸런스 등의 피칭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고난 신체에 과학적 분석 기술이 더해지면서 속도가 가속화됐다. 요즘엔 고교 선수들도 신체적인 특징을 측정·분석하는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훈련한다. 특히 팔의 각도나 손목 각도에 따른 변화를 측정하는 랩소도(휴대용 투구추적 장치)와 휴대용 트랙맨 등으로 체계적인 투구 폼 교정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안우진과 문동주 등은 학생 시절부터 이런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조웅천 SSG 투수코치는 “요즘 어린 선수들은 좋은 신체조건을 갖췄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더해지면서 구속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신체조건 못지 않게 기본기와 훈련량도 중요하다. 일본프로야구는 2014년부터 직구 평균구속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평균 구속은 퍼시픽리그가 146.4㎞, 센트럴리그가 145.9㎞였다. 특히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투수 엔트리 15명 전원을 평균 구속 150㎞ 이상의 선수들로 채웠다. 정민철 MBC 해설위원은 “일본은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르치고, 훈련량도 우리보다 2∼3배 많다. 최근엔 신체조건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결국 제대로 된 기본기에 많은 훈련으로 제구가 잡힌 상태에서 힘이 더해지니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서현

그렇다고 빠른 공만이 전부가 아니다. 공을 원하는 곳에 정확히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없다면 강속구는 무용지물이다. 최근엔 타격 기술의 발달로 한가운데 들어오는 160㎞ 강속구도 타자들이 곧잘 쳐낸다. 여기에 선동열의 슬라이더, 류현진의 체인지업, 김광현의 슬라이더 등 직구를 보완할 확실한 변화구가 있어야 한다. 양상문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투수의 기본은 제구다.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강속구는 소용없다. 주무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롱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KBO리그엔 문동주와 안우진, 김서현뿐 아니라 장재영(키움), 정우영(LG) 등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많다.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5월부터는 더 뜨거운 강속구 열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은 “날씨가 풀리면 아크와 관절 등의 가동 범위가 넓어진다. 활시위를 길게 뻗었다가 쏘면 거리가 늘어나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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