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선 17척이 건져 올린 해저 쓰레기 50t 와르르…"대책 필요"

차근호 2023. 5. 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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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이 엉망입니다. 이래선 안 됩니다."

임 조합장은 해양쓰레기 문제가 너무 연안 쪽에만 치중되다 보니 근해 바다 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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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90%가 유자망…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죽는 '유령어업' 유발
저인망수협 "정부·지자체, 지속 수거 나서야…어구 실명제도 검토"
수거한 해저 쓰레기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바다 밑이 엉망입니다. 이래선 안 됩니다."

2일 오전 전국 최대 수산물 산지 시장인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하역장.

제주해역에서 돌아온 운반선 '자이코 7호'가 이날 물고기 대신 싣고 온 해저 쓰레기 본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바다 상태가 심각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이코 7호의 갑판과 선미에는 해양 쓰레기가 잔뜩 실려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엄청난 규모의 파리 떼들이 날아올랐고, 악취는 코를 찔러왔다.

이날 자이코 7호가 싣고 온 쓰레기는 무려 50t으로 확인됐다.

쓰레기 대부분은 그물이었고, 폐타이어나 비닐, 바구니, 로프, 통발 등도 잔뜩 뒤엉켜 있었다.

자이코 7호 앞뒤로는 집게 차 2대가 붙어 쓰레기를 차량 화물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폐그물이 심하게 엉켜있는 탓에 잘 집어 올려지지 않자 지게차 기사는 몇번이나 허공에서 털어내면서 그물을 분리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쓰레기를 차량에 옮기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이들 쓰레기는 곧장 폐기물 처리업체로 향했다.

자이코 7호는 해양 쓰레기를 실어 오기 위해 지난달 26일 부산공동어시장을 출발했다.

이튿날 제주도 남쪽 이어도 일대인 일명 '스코트라 해역(241해구∼246해구)에 도착해 그곳에서 조업 중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의 트롤 어선 17척과 만났다.

트롤 어선은 그물을 바닥으로 내려 밑바닥 생물을 잡는 저인망 어선 중 하나다.

17척의 어선은 '자이코7'호가 도착하자 3박 4일간 조업을 중단하고, 해저 쓰레기들을 집중적으로 건져 올렸다.

이들 어선 모두 봉사활동의 하나로 자발적으로 수거작업에 참석했다.

운반선 운행 비용 5천∼6천만원도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서 자체 부담했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조업 중에 많은 해양 쓰레기가 올라오지만, 평소에는 쓰레기 운반선이 따로 없어 수거가 어려웠는데 해저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날 운반선을 따로 투입했다"면서 "농부가 논밭을 가꾸듯 어민들이 황폐해져 가는 바다를 살리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수거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수거한 해저 쓰레기 [차근호 기자]

임 조합장은 해양쓰레기 문제가 너무 연안 쪽에만 치중되다 보니 근해 바다 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조합장은 "이번에 수거한 해양쓰레기 90% 이상이 '유자망'인데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만 사용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금지하는 어구"라면서 "바다 밑에 폐유자망이 있으면 일명 '유령어업'이라고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죽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국내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100만t 이하로 붕괴한 상황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문제는 어업생산량과도 직결되고 바다 생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자망은 배에서 그물을 길게 늘어뜨려 조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형태의 어구를 말한다.

바다 밑바닥부터 배가 있는 상층까지 모든 층의 어류를 잡을 수 있다.

조기, 오징어, 삼치 등을 잡을 때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 조합장은 "유자망 사용을 금지하고 '어구 실명제'를 확산해야 한다"면서 "바다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민들이 들고 간 어구를 다시 들고 오고 이를 확인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저 쓰레기 [차근호 기자]

임 조합장은 해저 쓰레기 수거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어기에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을 지원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할 필요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임 조합장은 "국민들이 근해에 침적된 해양 쓰레기의 문제점을 한번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조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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