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태영호 녹음’ 논란···“당무수석” “민주주의 말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일 ‘태영호 음성 녹취’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민주주의 말살”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는 태 최고위원 음성 녹취를 MBC가 전날 보도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총선 공천에 분명한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태 최고위원이 쏟아냈던 야당을 향한 무리한 비난과 노골적인 정권 옹호는 대통령실의 공천 압박에서 기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MBC는 전날 태 최고위원이 지난 3월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에게 한 말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했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에서 “오늘 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 정무수석이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오늘 (태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권 대변인은 “녹취 내용대로 대통령실이 공천을 미끼로 당무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이자 불법행위”라며 “특히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을 때, 수사를 지휘했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천을 빌미로 (대통령실이) 여당의 당무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정무수석이 실상은 당무수석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태영호 최고위원이 공개리에 김기현 대표를 ‘디스’할 수 있었던 배경에 국회의원 공천권이 당대표 등 지도부보다는 대통령실에 있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진복 정무수석은 하루라도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파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SNS에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참모가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겁박한 것이며, 공천권을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노골적인 공천개입이자 힘자랑”이라며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원래 대통령실과 야당의 소통을 담당하며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그런데 본연의 의무는 전혀 보이지 않고 여당 국회의원에게 윽박지르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SNS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특수부 검사들이 참고인 협박하고 회유해서 원하는 진술 받아내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외교와 안보에서 모두 구멍을 내더니 이제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뽑아버리려는 것”이라며 “반드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임을 물을 것이다. 탄핵 이외에 정말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