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플로터 시리즈'…김선형·워니 손끝에 달린 우승 향방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승 2패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2022-20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서울 SK의 '원투펀치' 김선형과 자밀 워니의 활약이 승패로 직결되는 양상이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필리핀 선수 렌즈 아반도의 득점력 등 다양한 변수가 챔프전에 영향을 주는 가운데 SK가 이긴 1·4차전과 진 2·3차전은 원투펀치의 활약상에서 특히 차이가 났다.
김선형과 워니는 1차전에서 22점 12어시스트, 23점 10리바운드로 나란히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지난 1일 열린 4차전에서도 23점 10어시스트, 28점 17리바운드로 SK 공격을 쌍끌이했다.
반면 2·3차전에서 김선형은 평균 10점 9어시스트, 워니는 9.5점 8리바운드에 그쳤다.
가장 차이를 보이는 지표는 필드골 성공률이다.
워니는 이긴 2경기에서는 48%(총 50회 중 24회 성공)를 기록했지만, 진 2경기에서는 24.3%(총 37회 중 9회 성공)에 그쳤다.
김선형도 이길 때는 67%(총 24회 중 16회 성공)였지만, 질 때는 30%(총 20회 중 6회 성공)로 떨어졌다.
두 선수의 주특기 '플로터'의 적중 여부에 승패가 갈린 셈이다.
77-69로 쾌승을 거둔 1차전에서 김선형은 플로터 7개를 성공했고, 워니도 훅슛인지, 플로터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한 손 슛'을 9개 꽂아 넣으며 인삼공사의 수비를 무력화했다.
4차전에서도 워니의 '손끝 감각'이 빛났다.
워니는 특유의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나오는 이 한 손 슛을 8개 성공하며 100-91 완승을 이끌었다.
김선형 역시 90-84로 쫓기던 경기 종료 5분 전 대릴 먼로 앞에서 플로터를 적중해 인삼공사의 추격세를 꺾었다.
반면 2·3차전에서는 둘의 플로터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인삼공사가 맞춤 수비를 들고나온 탓이다.
플로터가 한 손으로 던지는 기술이라는 점을 착안, 김선형을 주 손 방향이 아닌 왼쪽으로 몰아넣으면서 플로터를 위한 추진력을 받는 공간을 도움 수비로 선점하는 방식으로 맞선 것이다.
대개 자유투 라인에서 공을 잡고 시작하는 워니의 1대1 공격도 오세근 등 측면 수비수가 슛을 던지는 순간 최대한 방해하면서 성공률이 떨어졌다.
두 선수에 대한 '몰빵 농구'를 천명한 SK 전희철 감독에게는 두 선수가 플로터 등 공격 기술을 보여줄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당면 과제가 됐다.
그래서 최성원의 출전 시간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2, 3차전에서 26, 31분을 소화한 최성원은 4차전에는 36분가량 뛰었다.
SK의 외곽 수비수 중 가장 슈팅력이 좋은 최성원은 수비수를 밖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맡았고, 4차전 3점 3방을 포함해 17점을 올리며 제 몫을 했다.
반면 SK의 '빠른 농구'의 한 축으로 정규리그 중용된 오재현은 2차전 17분을 뛰었지만, 4차전에는 7분밖에 뛰지 못했다.
챔프전 4경기에서 7.1%에 그친 3점 성공률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플로터를 가장 능숙하게 사용한 가드로 평가받은 이현민 휘문고 코치는 플로터를 위한 '공간'의 중요성을 짚었다.
이 코치는 "플로터는 중거리슛을 던지지 못할 때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2대2 공격 도중 쏘기 좋은 타이밍이나 공간이 있다"며 "인삼공사가 (김선형을) 조금 기다렸다가 돌파 시 나오는 수비를 했는데, 돌파 동선을 오세근 등이 미리 나와서 막으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나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로터의 사정거리인 자유투 라인 안쪽 공간의 밀집도를 떨어뜨릴수록 정확도와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원투 펀치를 선발에서 제외하는 등 각종 '변칙 수'로 4차전 플로터의 위력을 되찾아준 전 감독은 경기 후 "김선형과 워니가 살아난 점에 만족한다"며 '몰빵농구'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인삼공사가 살아나는 SK 원투펀치의 손끝 감각을 억제하기 위해 어떤 수비를 들고나올지가 5차전의 관전 포인트다.
두 팀의 5차전은 3일 오후 7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이상윤 SPOTV 해설위원은 "김선형, 워니 선수가 보여주는 플로터가 계속 들어가서 이번 챔프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한국 농구에서도 이런 기술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설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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