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의 도전...월매출 5억 ‘라방’의 힘
네이버플랫폼 입주 3년만에 우뚝
“엑셀, 컴퓨터도 다룰 줄 모르던 사람인데 이제는 라이브 쇼핑 쇼츠까지 제가 만들어요.”
마흔 중반, 누군가는 새로운 브랜드를 창업하기에는 쉽지 않은 나이라고 할지 모른다. 특히 ‘요즘 패션’은 온라인을 모르면 성공할 수가 없다. 마케팅부터 판매까지 모든 게 온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마흔 여섯의 나이로 네이버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3년 만에 월 매출 5억원의 브랜드로 성장한 판매자가 있다.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제로스트릿’ 대표 김금주(49) 씨가 그 주인공이다. 네이버 패션 플랫폼 덕분에 그는 “온라인 창업 늦깎이도 쉽게 브랜드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패션’ 만큼은 잔뼈가 굵다. 그는 1997년 지오다노 슈퍼바이저로 입사해 에이션패션의 브랜드 ‘폴햄’, 인디에프의 ‘테이트’,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 론칭을 도맡았다. 탑텐이라는 브랜드 이름도 총괄 본부장인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러던 김 대표가 회사를 뛰쳐나오게 된 건 나만의 브랜드를 직접 전개하고 싶다는 꿈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맡아온 브랜드 대부분이 베이직한 남성복 위주였다”며 “트렌디하면서도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여성복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졌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막상 창업을 시작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중국 우한에서 홀세일 사업을 전개했다가 2020년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판매 대금도 제대로 못 받게 되면서 뒤늦게 국내에서 온라인 창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것은 2020년 3월부터였다.
김 대표는 초창기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네이버 라이브 쇼핑’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일단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는다는 생각으로 주 2회 라이브 방송을 꾸준히 진행했다”며 “내가 우리 브랜드를 제일 잘 아는데 고객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첫 직장에서 판매사원 교육을 담당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김 대표는 “다른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쇼호스트가 우리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고 소개하거나 다른 브랜드와 묶어서 소개하면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그렇게 500명 시청자에서 시작한 라이브 쇼핑 채널은 어느덧 2만7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다. 라이브 쇼핑을 시청하는 고객이 제공하는 피드백을 제품 디자인과 생산에 반영하다 보니 상품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최근에는 ‘숏폼(짧은 영상)’에도 맛을 들였다. 방법도 어렵지 않았다. 네이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라이브 방송 중 하이라이트를 모아 숏클립으로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또 ‘체형 별착장’ 등 시범 콘텐츠를 보여주면서 판매자에게 콘텐츠 기획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숏클립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는 “다른 플랫폼에서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나면 며칠 후 방송 전체가 사라지지만 네이버에서는 아키이빙을 해주니 판매 데이터를 모으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빠른 정산’도 제로스트릿의 성장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네이버의 빠른 정산 서비스는 결제 후 약 3일이면 정산 대금의 100%를 지급하는 무료 선정산 서비스다. 그는 “다른 플랫폼은 보통 구매가 확정된 후 한 달 뒤 정산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리오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정산이 한눈에 들어오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며 “‘빠른 정산’은 거의 하루 뒤면 입금될 금액을 알 수 있어 물량 계획을 쉽게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패션타운 입점은 제로스트릿 성장의 두 번째 모멘텀이 됐다. 2021년 초창기 월 2000만원 매출에 그쳤지만 2022년 11월 말 패션타운 입점 후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300% 이상 성장했다. 2월 패션타운의 신상위크를 통해 처음 선보인 올해 봄·여름(SS) 상품들은 1주일 간 7000만원 가량 판매돼 주 채널을 네이버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에는 월 매출 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우리 브랜드의 쇼룸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며 “플랫폼의 노출 전략에 따라 매출이 요동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우리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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