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쫄려서 못 보겠다, 김서형도 이시우도 예외 없이 걸린 덫('종이달')
[엔터미디어=정덕현] 심장 쫄려서 못 보겠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달>에서 돈의 덫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처음에는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 충실한 유이화(김서형)의 남편 최기현(공정환)이 바로 그 돈의 덫에 걸린 대표적인 인물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 남편 때문에 자신이 마치 '빌트 인' 같다고 느끼던 유이화가 저축은행에 재취업했을 때까지만 해도 돈의 가치가 아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가기 위한 몸부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축은행에서 VIP 고객들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하며 그들의 돈에 손을 대고, '돈의 위치'를 바꿔놓는 사실상 횡령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이화는 바로 그 돈의 덫에 걸려들기 시작한다. 전도유망한 청년의 꿈을 지지해준다는 생각으로 윤민재(이시우)에게 횡령한 돈으로 호텔에서 지내게 해주고 그곳의 화려한 음식과 명품들을 사주고, 고급차를 렌트해주고 심지어 영화 제작비까지 내주게 되면서 유이화와 윤민재는 불륜 관계가 된다.
하지만 유이화의 이런 금전적 지원은 순수했던 청년 윤민재 또한 바꿔 놓는다. 친구들과 자주 가던 국밥집에서 늘 먹던 국밥에서 비린 맛을 느끼는 것. 윤민재는 호텔이 주는 그 아늑함과 편안함은 물론이고, 그곳에서의 음식들과 서비스에 빠져들지만 그것이 모두 '돈의 힘'이라는 걸 모른다. 그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지불되는 지도 모른 채 호텔의 서비스를 누리려 한다. 그런 윤민재의 모습에 유이화는 가격표를 본 후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 역시 돈이 주는 이 어마어마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점점 VIP들의 통장에 대는 액수가 커질 정도로.
<종이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돈의 덫'에 걸려 있다. 유이화의 절친인 류가을(유선)은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이혼 후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 끝없이 명품들을 사들이는 헤비 쇼퍼다. 심지어 빚까지 내서 명품을 사들이는 그의 소비욕구는 거의 병적이다. 그의 상사로 온 미경(윤아정)이 이혼한 전 남편 지훈(이천희)의 불륜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가을은 그에게 지지 않으려 마구 돈을 쓴다. 그래서 그의 소비는 마치 돈으로 처진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날갯짓처럼 처절해 보인다.
유이화의 또 한 명의 절친인 강선영(서영희)은 평범한 서민이지만 악착같이 아껴 돈을 모으려 안간힘을 쓴다. 흠이 생겨 누군가 버린 명품옷을 리폼해 아이에게 입히기도 하고, 뷔페에서 남은 음식을 챙겨오기도 한다. 또 SNS 셀럽들이 명품 사진을 올림으로써 큰 돈을 번다는 이야기에 유이화 몰래 명품 잔을 꺼내놓고 '내돈내산'한 것처럼 꾸며 사진을 찍다가 잔을 깨뜨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 친구들처럼 화려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저들의 삶이 결코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걸 모른 채.
<종이달>은 그래서 애초 돈의 가치로만 판단하는 속물적인 인간들을 대변하는 최기현 같은 인물과, 인간 자체로서의 가치를 찾으려는 유이화 같은 인물의 대결처럼 보였지만, 그 방향을 선회해 그 누구도 예외 없는 돈의 덫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 이야기가 범죄스릴러보다 더 살벌하고, 보는 이들의 심장을 쫄리게 하는 건 '돈의 무서움'을 모든 인물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어서다.
돈을 마구 쓰는 것도 어딘가 무섭게 느껴지고, 돈을 벌기 위해 범죄적인 행위들을 하는 것도 무서우며, 심지어 평범한 서민들조차(심지어 아이들까지) 돈돈 하며 살아가게 만드는 현실은 더더욱 살벌하다. 자본은 어떻게 우리들을 무너뜨리고 추락하게 만들까. 그 과정을 <종이달>은 직시하려 한다. 그것이 보기 불편할 정도로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 지라도 이 드라마는 끝내 우리 앞에 그걸 세워 놓는다. 자본의 세상 깊숙이 들어와 이제는 무감해진 우리들에게 그건 진짜 달이 아니라 '종이달'일 뿐이라는 걸 강변하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지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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