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자진출두 송영길 “주변사람 대신 나를 구속하라”
당내서도 “실익없는 정치쇼” 우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송 전 대표는 “주변사람 대신 송영길을 구속하라”며 검찰 수사에 정면으로 맞섰지만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여주기식 정치쇼’라는 비판과 도의적 책임을 지겠단 의지 표명이라는 관망론 등 평가가 분분하다. 여권에서는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돈봉투 의혹에 대응하는 송 전 대표와 미온적인 당 방침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출입증 교부 창구로 직행해 담당 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시 출입구로 나와 언론 앞에 선 송 대표는 자신과 주변을 향한 수사에 대해 “인생털이, 먼지털이식 이중 별건수사”라며 “별건수사로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인격살인하는 잔인한 수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권의 대일·대미 굴욕외교와 경제 무능으로 민심이 나빠지자 송영길을 표적삼아 정치수사에 올인하고 있다. 민심 이반을 검찰 수사로 바꿀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한 번 살다 죽는 목숨이고 인생사 새옹지마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 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별건 협박수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송 전 대표를 비롯한 경선캠프 관계자들을 잇따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송 전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면서도 자신이 정점에 있는 의혹인 만큼 주변인이 아닌 자신을 소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다만 앞서 검찰 측은 송 전 대표가 자진 출두 계획을 밝힌 데 대해 “피조사자의 일방적인 자진 출두가 형사 절차와 맞지 않는다”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지도부는 우선 송 전 대표가 자진 탈당해 의혹을 해소하고 복귀하겠다고 밝힌 만큼, 결정을 지켜보면서 평가를 유보하는 모습이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 속도가 조금 더디고, 주변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물어볼 것 있으면 나에게 정확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하는 본인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의혹에 대한 당 대응과 관련해서도 “기본 입장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당이 협조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소신파를 중심으로는 송 전 대표의 검찰 출두를 놓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선 이원욱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책임지겠다고 하는 자세는 보이지만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가는지,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그때 부르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명(비이재명)계 다선 의원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실익도 없는, 자칫 ‘정치쇼’ 비춰질 수 있는 언동은 당의 전 대표로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이 송 전 대표 탈당 이후 의혹 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꼬리자르기식 탈당이엇다는 점을 정말로 보여주게 된 것”이라며 “탈당했다고 민주당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자체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가 향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대비해 도주 우려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검찰 앞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비서 성폭행 혐의로 2018년 3월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잠적 나흘 만에 검찰에 스스로 나와 조사받았다. 이후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지만,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민주당의 돈봉투 게이트는 얄팍한 ‘출두 쇼’로 덮울 수 없는 국민적 공분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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