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이강인 뭐가 달라졌기에...'수비'가 쏘아올린 릴레이 골
오광춘 기자 2023. 5. 2. 11:19
후반 12분. 이강인은 수비하러 자기 진영 아크 부근까지 내려갔습니다. 마르카 수비가 공을 걷어내자 무릎으로 한번 터치한 뒤 더 편안한 위치의 수비수 코스타에게 건네줍니다. 곧바로 돌려받은 공을 가슴으로 내려놓더니 왼쪽 터치라인을 따라 돌파합니다. 따라온 빌바오 미드필더 베스가의 제지를 받아 끊기는가 싶었습니다. 공과 함께 터치라인 밖으로 밀려 나가려던 찰나, 중심이 무너지면서도 뒷발로 가볍게 공을 툭 차서 저지를 뚫어냅니다.
앞으로 달립니다. 곧바로 반대쪽 오른쪽 공간으로 방향 전환, 거기서부터 완전한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은디아예가 크로스한 공을 무리키가 슛하려다 한번 헛치면서 이강인에게 내줬고 골로 마무리됩니다. 이때 골이 될 수 있는 확률, 기대득점(xG, Expected Goals)은 0.26이었습니다.
이강인으로 시작한 역습이 골이 되기까지 23초가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 많은 것을 담았습니다. 수비 가담이 무엇인지, 역습은 무엇인지, 압박을 풀어내는 건 어떤 건지, 패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빈 공간은 어찌 찾아가고, 득점의 순간 슛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짧은 시간 축구의 모든 것을 풀어냈습니다.
일주일 전 헤타페전도 되돌려보면 비슷했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후반 50분, 70m를 내달려 골을 넣었던 그 장면도 시작은 이강인의 수비가담이었습니다. 자기 진영에서 동료가 걷어낸 공을 잡자마자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으니까요.
이강인에게 수비가 부족하고, 빠르지 않다는 비평은 이제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빌바오를 상대로도 팀 전술에 얼마나 잘 녹아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점유율 싸움에서 마르카는 30%로 밀렸습니다. 빌바오는 70%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이강인은 수비까지 내려와서 전환의 시작점을 찍는 데 애를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압박을 견뎌내는 드리블이 나왔고, 빠른 공격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시작됐습니다.
마요르카를 이끄는 아기레 감독의 말만 들어봐도 이강인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기레 감독은 빌바오전이 끝난 후 “이강인은 내가 이 팀을 맡은 이래 자신의 최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임 1년이 됐는데 나와 함께 한 시간 중 지금이 최고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강인은 빌바오전에서 드리블을 6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습니다. 드리블 성공률 100%입니다. 통계 전문 '풋볼탤런트스카우트'는 트위터에 올 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이강인의 드리블 성공 횟수(69회)는 세 번째로 높다고 공개했습니다. 빅 찬스를 만드는 능력 역시 5위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통계 전문 '옵타'는 '이강인이 최근 3경기에서 넣은 3골은 그 이전 55경기에서 넣은 골 수와 맞먹는다“고 한뼘 성장한 모습을 조명했습니다.
이강인은 빌바오전 골로 올 시즌 6골 4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는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서 나온 한국인 최초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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