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양산하는 교육 문제 풀고 싶어요"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수포자’ 양산하는 교육 문제 풀고 싶어요”
혹시나 하고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니 수포자(數抛者)가 등재돼 있다. 명사로, ‘수학 포기자’를 줄여 이르는 말. 우리 국민 가운데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통계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을 듯하다. 수학은 학교 공부의 우열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학창 시절에 수학을 어느 수준까지 공부해야 하는 지에 관한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중요해 보이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심정이 어떤지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느껴봤을 법도 하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수학을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다시 도전할 마음을 갖게 할 수는 없을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권 대표는 IT 기술을 택했다. ‘매쓰플랫’이 그 성과물이다.
■많은 과목 중 왜 유독 수학을 포기할까
권기성 대표는 그 문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학은 다른 암기 과목과 다릅니다. 암기보다는 개념과 이론과 법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지요. 또 수학에서 나오는 많은 이론과 법칙은 서로 연계돼 있어요. 앞의 이론과 법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뒤따라오는 이론과 법칙을 파악하기 힘들어지지요. 하나를 모르면 나머지도 모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누구나 가끔은 한눈을 팔게 마련이다. 국어, 영어나 역사는 수학에 비해 한눈을 판 것에 대해 너그럽다. 이 시(詩)를 몰라도 다른 시를 이해할 수 있고, 영어 단어 하나를 외우지 못해도 문맥을 파악할 수도 있으며, 신라에 대해 몰라도 백제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 수학은 그렇지가 않다. 덧셈과 뺄셈을 건너뛰고 곱셈과 나눗셈을 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잠시 한눈을 팔면 그 다음부터는 이해불가다.
수포자는 어느 순간 한눈을 판 사람들이다.
■수포자를 구제 못하는 칠판 교육의 한계
수학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결국 한눈 판 순간으로 되돌아가 거기서부터 다시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거기’를 모른다는 데 있다. 언제부터 한눈을 팔았는지, 모르기 시작한 게 어디서부터인지, 그 자체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
“생계를 위해 수학 학원을 하던 시절 깨달은 게 있어요. 학생이 모르기 시작한 지점을 찾아내 개념부터 이론과 법칙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얼굴이 활짝 피더군요. 아주 멋진 광경을 본 표정이었어요. 성취감을 느낀 거죠. 정말 기뻤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그럴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봐요. 문제는 칠판 교육이지요. 학생은 수십 명이고 저마다 이해의 수준이 다른데 칠판에서는 정해진 진도만 진행되지요. 어떤 학생은 이미 다 알기 때문에 들을 필요가 없고 어떤 학생은 들어도 몰라 들을 필요가 없죠.”
사교육이 싹트는 배경이 바로 이 지점이다.
■사교육에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
수포자가 양산 되는 근본적인 원인과 그 대책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사교육에 직접 뛰어든다면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학교 교육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제도 교육을 부정하지 않아요. 또 그 한계 때문에 사교육이 성행하지만 그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그게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는 궁극적이고 장기적으로는 교육 기회를 평평하게 만들고 싶고, 단기적으로는 수업의 디지털 전환을 잘 지원하고 싶어요. 매쓰플랫은 이를 위한 첫 번째 솔루션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입시 사교육이 가지는 ‘공포 마케팅’ 속성도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대학에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부모나 학생을 공략하려는 게 아니에요. 입시 사교육의 최대 문제가 그게 아닐까요. 우리는 그보다 학생한테 숨어 있는 자질을 발견하고 그에 맞춰 교육하는 것에 더 관심이 큰 거죠.”
■저비용 개별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
매쓰플랫(MathFlat)이 학생이 아닌 교사를 상대로 한 솔루션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수포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학원이나 학교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니지요. 그보다 많은 학생에게 개별 맞춤형 교육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거죠. 그게 고액 과외 말고는 별로 없잖아요. 매쓰플랫은 학교든 학원이든 과외든 학습지든 모든 교사가 가능한 한 학생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질 좋은 교육’이란 곧 개별 맞춤형 가르침이다. 매쓰플랫이 지향하는 바가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취약점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거기에 맞는 맞춤형 문제집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교육 현장이 이 모든 일을 개별 교사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건 무책임하다. 하려야 할 수 없는 탓이다.
그 일을 도와주려는 게 매쓰플랫이다. 매쓰플랫은 수학학원 운영자로서 직접 겪었던 교사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덕분에 교사가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오답 분석을 통해 학생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매쓰플랫이 직접 만든 70만여 개의 기출 문제를 기반으로 학생별 맞춤형 교재를 만들 수 있다.
그 편리함 덕분에 사용자가 75만 명을 넘어섰다. 매쓰플랫은 수학문제은행 분야에서 후발주자지만 매출과 고객 수에서 어느새 1위가 됐다.
■“일본에도 진출하고 영어도 준비할 겁니다”
수학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하게 배우는 공통 콘텐츠다. 매쓰플랫은 국내 모델로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첫 해외진출이다.
“현재 일본 현지에 직원이 10명 정도 있습니다. 올 8월에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죠. 일본 시장에서 안착되면 다른 나라도 고민해봐야겠죠. 수학에서 성과가 탄탄해지면 영어 등 다른 과목으로도 사업을 확장해나갈 생각입니다.”
프리윌린은 2017년 창업 이후 직원 100여명에 매출 91억 원 규모로 커졌다. 매출은 매년 60%씩 커지고 있다. 2020년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맞췄으나, 일본 진출 등 투자가 늘며 2년간 적자였다. 내년엔 흑자로 돌아설 전망.
“2022년부터 교육부가 학교에 태블릿을 100% 보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요. 3~4년 후에는 학교든 학원이든 모든 학생이 태블릿으로 수업하게 됩니다. 그때 학생들이 처음으로 켜는 앱을 저희가 제공하고 싶어요. 교사를 통해 수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결국 학생들도 다 쓰는 그런 앱을 만들고 싶은 것이죠.”
■NGO 활동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이유
권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다. 다들 그렇겠지만 권 대표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비정부기구(NGO)나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학생 시절인 2011년에 우리들학교(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서 수학강사로 활동하고, 졸업 후에 사단법인 호이(HoE)에 인턴으로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호이는 국제개발협력 NGO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다양한 교육 사업을 펼친다.
“NGO나 사회적 기업을 보면서 뜻은 좋은데 임팩트가 약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반면에 기업은 힘이 있다고 생각됐지요. 어떤 시장에서 1등을 한 회사는 그 분야의 문화를 만들 수도 있을 만큼 힘이 센 것이지요. 그래서 기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게 호이의 철학인데, 저는 이 화두를 기업의 방식으로 풀고 싶은 것이죠. 교육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이 모든 고민이 매쓰플랫의 '플랫(flat)'에 담겨 있는 셈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평평하게 만들어주자는 의미다. 그리고 개별 맞춤형 교육이 평평함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인 것이다. 또 그 기회를 최대한 확대하는 데 필요한 게 IT 기술이다. 이런 문제를 모두 풀기 위해 기업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프리윌린(freewheelin)은 자유롭게(free) 자전거를 탄다(wheeling)는 의미다. 가치 있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전거를 타듯 자유롭게 펼쳐나가자는 뜻을 담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혁신과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자는 생각.
덧붙이는 말씀: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글로벌 유저에게 한국을 알리는 플랫폼인 크리에이트립의 임혜민 대표입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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