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주변 말고 저를 구속해달라”…檢, 조사없이 돌려보내 [종합]
취재진 지나 들어갔다 몇 분 만에 다시 나와
녹음 증거능력, 피의사실 공표 등 문제삼아
최근 확보한 압수물 분석·관련자 조사 먼저
[헤럴드경제=안대용·유동현 기자]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시길 바란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인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순서상 송 전 대표를 조사할 때가 아니라며 돌려보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57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왔다. 지난달 24일 프랑스에서 귀국한 지 8일 만에 스스로 검찰청사에 출석했다. 송 전 대표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지나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가 몇 분 만에 청사 밖으로 다시 나와 취재진 앞에 섰다.
송 전 대표는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시길 바란다”며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읽었다. 그러면서 검찰이 마구잡이식 수사를 하고 있으며 피의 사실을 유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수사 단서가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 증거능력과 언론 유출 경위도 문제 삼았다.
송 전 대표는, 취재진이 소환 통보를 안 했는데 자진 출석한 이유를 묻자 “정치쇼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제가 파리에 놀고 있다가 온 게 아니다”며 “(프랑스에서) 강의하고 있는 사람을 검찰이 언론에 노출해서 사실상 소환한 거 아닌가. 그런데 출국 금지시키고 수사도 안 한다. 일주일째 혼자 있는데 저로서는 무슨 이유인지,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 그런 거 협의하러 왔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하는 이야기를 이중별건 수사로 본다. 이정근 개인비리 사건 수사하다가 녹취파일 발견된 거 아니냐”며 “사건과 관련 없는 녹취 가지고 변호사와 본인 입회 없이 누출했다면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능력 없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지, 살포는 했지만 본인은 몰랐다는 것인지 질문에는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자리이고 30분 단위로 전국 단위로 돌아다녔다”며 “제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이 소환해 조사할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 물을 것이고 기소가 되면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했다.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한 후원 조직 ‘먹고사는연구소(먹사연)’의 후원금이 경선자금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국가 사단법인으로 승인된 공적 조직”이라며 “회계장부를 압수수색해 갔으니 투명하게 분석해서 관련없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송 전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긴 했지만 결국 이날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청사 입구에서 송 전 대표의 검사실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통상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가 출석하면 입구에서 해당 검사실과 연락 후 이동하게 되는데 검찰로선 송 전 대표 조사계획이 아직 없는 데다 이날 출석도 조율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날 송 전 대표 측이 자진 출두계획을 언론에 알렸지만 검찰에 직접 의사를 전달하진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조사 대상자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해서 조사받겠다고 나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200조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는 만큼 수사기관이 먼저 요구한 뒤에 일정을 잡는 것이지, 피의자가 마음대로 출석하게 돼 있진 않다는 것이다. 올해 초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조사 날짜를 전달하고 출석했지만 당시엔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상태에서 실제 조사일정을 조율하다가 정한 것이어서 이번 경우와 다르다.
검찰은 수사 단계로 봐도 송 전 대표 조사가 아니라 최근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압수물을 분석한 후에 당시 송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을 비롯한 다른 관련자 조사가 먼저 이뤄지고 나서야 송 전 대표 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돈봉투 의혹이 불거졌고 당시 실제 대표로 선출돼 수혜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돈봉투 살포의 최종 책임자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 주말 송 전 대표의 주거지와 후원 조직인 ‘먹사연’을 압수수색했고 송 전 대표 캠프에서 근무했던 지역본부장 등 주거지에 대해서도 전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송 전 대표가 예정보다 일찍 자진 귀국하면서 검찰의 강제 수사도 빨라졌는데 검찰은 금품 살포 사건특성상 관여자가 많은 데다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증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체 금품 살포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 씨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도 조만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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