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물가, 14개월 만에 3%대 둔화…"하반기엔 전반적으로 안정"(종합2보)
외식 '고공행진'도 여전…향후 유가·공공요금·환율 변수
(세종=뉴스1) 한종수 이철 김유승 기자 =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2개월 만에 3%대로 둔화했다.
외식물가 상승세는 여전하지만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해 온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상승폭도 축소하면서 전체 총지수를 끌어내렸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며, 전월인 3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5.4%) 5%대로 올라선 이후 6월(6.0%)·7월(6.3%)에는 6%대까지 치솟았고, 8월(5.7%) 이후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2월(4.8%), 3월(4.2%)에 4%대로 떨어진 후 지난달 3%대를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등의 상승폭이 둔화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서비스 물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지수 상승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농축수산물, 1% 상승 그쳐…휘발유 17.0%↓·경유 19.2%↓
4월 소비자물가는 품목별로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하면서 전월(3.0%)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국산쇠고기(-6.7%), 쌀(-6.5%), 수입쇠고기(-6.6%), 달걀(-4.2%) 등은 하락했다.
공업제품 물가는 2.0% 상승했다. 이 중에 가공식품이 7.9% 올랐지만 전월(9.1%)보다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빵(11.3%), 스낵과자(11.1%) 등은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석유류는 16.4% 내리며 3개월째 하락했다.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만에 가장 낮은 하락폭이다. 세부적으로 휘발유는 17.0%, 경유는 19.2% 하락했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0.90%p로 2월(-0.05%p)~3월(-0.76%p)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김 심의관은 "석유류는 전월 대비 1.3% 올랐지만 지난해 4월 가격이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를 고려해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많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3.7% 상승했다. 도시가스는 32.5%, 전기료는 22.5% 올랐다.
◇서비스 물가 4.0% 상승…외식 외 개인서비스 5.0%↑
서비스물가는 전년 대비 4.0% 올라 3.8% 상승률을 보인 지난 달보다 0.2%p 높아졌다.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이다.
공공서비스는 1.0%, 개인서비스는 6.1% 올랐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7.6% 상승하면서 전월(7.4%)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5.0% 상승했다. 2003년 5.0% 이후 19년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셈이다.
김 심의관은 "외식의 경우 재료비, 인건비, 전기가스 등 여러 원가 부담에 따라 조금씩 오름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외식 외 개인서비스도) 인건비, 재료비 등 원가요인이 서서히 반영됐고, 특히 4월은 여행 관련 품목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 상승세 여전…"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4.6%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1월(5.0%), 2월과 3월(4.8%)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지수인 식료품 에너지 제외 지수는 3개월 연속으로 4.0%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 심의관은 "총지수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상승폭이 둔화하는 추세"라며 "반면 농산물, 석유류 등 계절적 요인으로 변동이 큰 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둔화 흐름이 유지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3.7% 상승률을 보여 4.4%였던 전월보다 둔화했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도 3.1%을 기록하면서 7.3%였던 전월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통계청은 향후 물가 변동 요인으로 유가, 공공요금 등을 꼽았다.
김 심의관은 "지난해 물가가 워낙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추이, 환율 등이 불확실성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OECD에서 3%대 이하의 물가를 기록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 스페인(3.1%), 일본(3.2%), 룩셈부르크(2.9%), 스위스(2.7%) 등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는 "다만 국제에너지 가격 등 불안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경계감을 잃지 않고 주요 품목 가격동향을 면밀히 관리하는 한편, 주요 식품원료 할당관세 인하·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목표 수준(2%)을 웃도는 오름세는 연중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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