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美 브로드웨이서 샌드위치 팔아온 한인 업주 은퇴에…배우들 ‘눈물의 은퇴식’

39년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샌드위치 매장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을 결정한 김정민씨 부부(오른쪽 사진)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브로드웨이 관계자들. 이 모습에 김씨의 부인(붉은색 앞치마)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프레스턴 뮤이 인스타그램 캡처

 
40여년 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샌드위치 매장을 운영해온 한인 업주가 은퇴하자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합창을 부르며 작별 인사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5 뉴스, CB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뉴욕 44번가에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 ‘스타라이트 델리’는 이날 폐업을 했다.

브로드웨이 극장가 한복판에 있는 이 작은 샌드위치 가게는 한인 김정민(71)씨가 운영해온 곳이다.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씨는 1981년 미국 뉴욕으로 이민해 1984년 이 가게를 열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휴무 없이 하루 14시간 동안 매장에서 일을 했고, 김씨 부부의 가게는 브로브웨이 배우들은 물론 맨해튼 주민들의 단골집이 됐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고령의 나이 문제 등으로 김씨 부부는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김 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은퇴할 때가 됐다”며 아내,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코러스 라인’, ‘오페라의 유령’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팬이라는 김씨는 40년간 배우들과 극단 관계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영업 종료 소식이 전해지자 스타라이트 델리를 애용해왔던 브로드웨이 배우들 및 극단 관계자들은 폐업 당일 매장 앞에 모여 김씨 부부의 은퇴 이벤트를 열었다. 

이들은 1940~50년대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에서 크게 유행했던 컨트리 ‘해피 트레일스’(Happy Trails)를 부르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프레스턴 뮤이 인스타그램 캡처

 
아울러 배우들과 극단 직원들은 300여명이 손수 모금한 1만7839달러(약 2400만원)의 성금도 김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이 모습에 김씨 부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씨는 “내 인생에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하면 무엇을 먼저 하고 싶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김씨는 “잠을 자고 싶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의 감사 문구가 적힌 보드판을 김씨가 전달받는 모습. 프레스턴 뮤이 인스타그램 캡처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