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사기’ 영세 추심업체 경매 강행 못 하게 금융 지원 추진
금융 당국, 캠코 통해 영세 NPL 채권 매입 추진
영세 NPL, 이자 유예·감면 등 비용 절감 방안 요청
금융 당국, 금융권-영세 NPL 업체 논의 자리 마련
대부업체와 같은 영세 부실채권(NPL) 매입업체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유예할 수 있도록 이자 유예·감면 등 금융 지원을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경매 유예 요청에도 일부 영세 NPL 업체가 경매를 강행하는 상황이 벌어진 데 따른 대책이다.
금융 당국은 영세 매입추심업체의 경매 유예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이들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캠코의 준비 기간을 견디지 못한 NPL 업체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당국은 캠코의 채권 매입이 실행되기 이전 금융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권과 영세 NPL 업체 간 조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2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채권을 가지고 있는 영세 NPL 매입업체들의 이자 감면 및 유예 등 금융지원에 대한 요청에 따라 영세 NPL 업체와 이들에게 대출을 실행한 금융권이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지원은 당국이 개입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양측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든 것이다. 단, 원금 감면 등은 처음부터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캠코가 채권 매입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전까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는지 논의를 했다”라며 “논의 과정에서 금융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당국이 직접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영세 NPL 업체에 대출을 해준 금융권과 서로 만나서 애로사항을 들어보라고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양측이 지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으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은 국가적인 문제로 각 금융권도 피해자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 만큼 좋은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국 고위 관계자는 “영세 매입추심업체들이 NPL을 사면서 받은 대출로 생긴 금융 비용이 있어 힘들다며 대출 금리 등을 깎아달라는 식의 요청이 있었다”라며 “이에 대해 이자 유예·감면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당국의 기조에 따라 캐피탈, 저축은행 등 금융권도 이와 관련해 자세히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금융사를 통해 협의가 진행될 것 같다”라고 했다.
이번 영세 매입추심업체에 대한 지원은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이다. 금융 당국은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자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전 금융권에 관련 주택에 대한 경매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요청에도 일부 영세 NPL 업체는 경매를 강행했다. 영세 매입추심업체가 경매를 진행해 해당 주택이 낙찰되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거주 중인 주택에서 퇴거해야 한다. NPL 매입기관은 인천 전세사기 주택 채권 가운데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영세 NPL 업체는 당장 경매를 진행하지 않으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금융 비용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경매 유예를 꺼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담보로 캐피탈,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경매가 유예되면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다. 지난달 20일 영세 매입 NPL 업체가 보유한 4건의 주택이 경매에 부쳐졌다가 유찰됐다.
결국 영세 NPL 업체에 경매 유예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금융 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세 매입추심업체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경매 유예 과정에서 영세 매입추심업체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 협조로 경매‧매각 유예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영세 NPL매입기관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달라”라고 말했다.
영세 매입추심업체 지원을 위해 금융 당국은 캠코가 영세 매입추심업체의 전세사기 주택 채권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캠코가 채권 매입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버티지 못한 영세 매입추심업체가 경매를 서둘러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채권 매입이 시작되기 전까지 금융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 영세 NPL 업체에 대한 이자 유예 방안은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이뤄지면 민간 금융회사가 손해를 부담하는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이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해 앞다투어 전세사기 지원 대책을 내놓는 만큼 영세 매입추심업체에 대한 지원의 가능성도 열렸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30일 “결국은 누군가가 경매 중단으로 지연된 손해에 대해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특정 민간 기업이나 민간 금융회사들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부담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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