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韓서 열리는 ADB총회… 韓日 재무장관 7년만 ‘재회’, 中 장관은 ‘불참’
2일 인천 송도서 제56회 ADB 연차총회 개막
‘재도약 아시아’ 주제 밖 韓中日 관계 관전 요소
스즈키 슌이치 日 재무상, 추경호와 양자 회담
류쿤 中 재정부장은 ‘불참’… 차관이 대신 참석
2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다. ADB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1970년, 2004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아시아 각국의 재무당국 수장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번 총회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정상화와 관련한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관전 요소로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 정립이 꼽힌다. 특히 한미 동맹 강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등 외교 행보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의 색깔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과는 7년 만의 한일 재무장관 회담이 개최되는 등 ‘관계 회복’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중국에선 재무장관 대신 차관급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기로 하는 등 일부 ‘견제’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 90년 서울·04년 제주 이어 23년 인천 송도서 개최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4일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56차 ADB 연차총회가 개최된다. ‘다시 도약하는 아시아: 회복, 연대, 개혁’이란 이번 총회 주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은 이번 인천 총회 개최를 계기로, 본부가 소재한 필리핀을 제외하고 연차총회를 3번 이상 유치한 세 번째 나라(일본 5번·인도 3번)가 됐다. 1970년 서울, 2004년 제주에 이어서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정식으로 개최하는 ADB 연차총회 행사인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아시아 경제계 인사들이 송도에 몰릴 것으로도 예상된다. 행사에는 ADB 회원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각국 대표단, 국제기구 관계자, 언론인, 학계·금융계·비정부기구(NGO) 인사 등 5700명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ADB는 아시아 빈곤 퇴치를 위해 1966년 일본과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 금융기구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경제 발전과 빈곤 퇴치, 환경보호 등을 위해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들어서는 중국이 비슷한 성격의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면서, 일본과 중국 간 알력 다툼의 장으로 변모한 측면도 있다.
◇ 7년 만의 한일 재무장관 회담… ‘日 관계 회복’ 속도
이번 총회 기간에는 주요 회원국 간 재무장관간 만남도 잇따라 성사된다. 특히 약 7년 만에 부활하는 한일 재무장관 회담에 이목이 쏠린다. 한일 정부는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이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여 왔고,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기간에 추 부총리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별도 면담을 갖고 양국 재무장관 회담 재개를 전격 결정했다.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한덕수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장관 시절인 2006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시작해,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시절인 2016년 8월 대한민국 서울까지 총 7차례 열린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싼 외교 갈등이 격화했고, 2019년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등 규제로 보복하면서 경제 관계까지 얼어붙어 양국 경제 채널 대화는 단절됐다.
그리고 4년 만인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일본은 최근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해제했고, 한국 정부도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우리나라는 또 ‘수출 심사 우대 국가 목록’을 일컫는 화이트리스트에 일본을 다시 포함했고, 일본도 한국을 재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ADB를 계기로 성사된 한일 재무장관 회담도 양국 경제 관계 회복의 상징적 행사로 여겨진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일 간 금융·외환 분야 구체적 협력 방안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70억달러 규모로 시작돼 2011년엔 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가, 2015년에는 외교 관계 악화로 더 이상의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환율이 불안한 데다 한미 금리차 확대와 외환보유고 감소 우려가 커지는 현시점에서 기축통화인 엔화를 안정장치로 두는 것이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당장 체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 중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불참’… 尹 방미 견제구?
이번 행사에 대한 중국의 견제도 벌써 감지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열리는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중국 측에선 당초 장관급인 류쿤(Liu Kun) 재정부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가, 차관급인 왕동웨이(Wang Dongwei) 부부장으로 참석자가 바뀌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불참한다. 지난 대면 회의였던 2019년 피지 난디에서의 ADB 연차총회 때는 중국 재무장관이 참석했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윤 대통령의 방미 이후 중국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여서 더욱 주목된다. 윤 대통령의 방미 결과를 두고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일각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와 같은 경제 보복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당장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한국을 겨냥해 경제 보복에 나서진 않겠지만, 이번 ADB를 비롯해 이달 줄줄이 예정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제3차 협상(8~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19~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25~26일) 등을 지켜본 뒤 행보를 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춘계 회의에서도 중국에서 장관이 아닌 차관이 참석해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정 때문에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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