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프리미엄 먹거리’로 승부수 던지는 김동선

이한경 기자 2023. 5.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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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美 파이브가이즈 국내 첫 오픈 결실… 한화 유통·서비스 부문 미래 성장동력 박차
미국 유명 수제버거 '파이브가이즈'가 6월 한국에 처음 매장을 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주도 하에 오랜 준비를 마치고 6월 말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여는 것이다. 매장 규모는 전용면적 618㎡(약 184평) 2개 층이며, 좌석은 150여 개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좀 더 많은 고객에게 파이브가이즈를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다양한 연령층이 모이는 강남역 인근에 1호점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일컬어지는 브랜드로, 1986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시작됐다. 매일 신선한 재료로 패티를 직접 만들며 주방에 냉동고와 타이머, 전자레인지를 두지 않는다. 패티와 감자를 땅콩기름에 튀기고, 고객들이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피땅콩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전 세계 23개국에서 1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한국이 5번째다.

6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열 파이브가이즈 매장 전경(왼쪽). 미국 3대 버거 가운데 하나인 파이브가이즈 버거. [한화갤러리아 제공]

국내 대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목표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1조9000억 원이던 한국 버거 시장 규모는 6년 만인 지난해 3조9875억 원을 기록해 2배 이상 성장했다. 또 2021년(3조4470억 원) 대비 15.7% 성장률을 보이며 4%대 성장에 그친 치킨, 피자 등과 대조를 이뤘다.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이 4000원대 패스트푸드부터 2만 원 안팎의 프리미엄 버거, 10만 원이 넘는 최고급 제품까지 세분화되면서 폭넓은 수요층을 끌어들인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대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파이브가이즈 론칭은 한화그룹의 유통·서비스 부문인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신사업을 총괄하는 김 본부장의 첫 작품이다. 김 본부장은 202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으로 신사업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3월 인적분할을 통해 독립경영체제가 되면서 김 본부장이 제시할 향후 중장기 사업 비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신사업으로 '건강한 프리미엄 먹거리'를 내세운 김 본부장은 파이브가이즈 브랜드 유치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본부장이 파이브가이즈에 주목한 것은 신선한 재료를 고집한다는 데 있다. 이는 평소 '건강한 프리미엄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김 본부장의 철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업 구상 초기부터 미국을 직접 오가며 창업주 설득 작업을 벌이는가 하면, 6월 론칭을 앞두고는 홍콩에서 진행한 실습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등 오픈 준비에 심혈을 쏟고 있다.

김 본부장은 조리법부터 서비스까지 파이브가이즈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 현지 제품과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고자 안정적인 재료 공급망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또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을 처음 알렸던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콘텐츠를 연이어 올리며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앞으로 5년간 15개 이상 매장을 열 계획이다.

스페인 직영 농장에서 키운 이베리코

한화가 직접 운영하는 스페인 이베리코 농장. [한화갤러리아 제공]
한화갤러리아가 집중하는 또 다른 신사업은 '친환경 순종 이베리코' 시장 공략이다.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김 본부장은 곧장 스페인으로 이동해 세비야 북부 시에라모레나 국립공원 내 이베리코 농장을 찾았다. 이 농장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한화가 스페인 현지에서 직접 운영하는 농장으로, 김 본부장은 현장 점검을 통해 돼지들의 사육 환경과 품질을 꼼꼼히 챙겼다.

한화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100%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로, 도토리를 먹여 방목한 최상위 베요타(Bellota: 도토리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등급이다.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이베리코 중 베요타 등급은 전체의 7%가량에 불과하며, 스페인 이베리코협회(ASICI) 인증을 받아야 한다. 농장 면적은 축구장 1400여 개 크기에 달하지만 사육하는 돼지는 품질 향상을 위해 수백 마리로 제한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최고 품질을 위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사육 환경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동절기엔 200년 수령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먹고 살이 쪄 올레인산 함유량이 풍부하고 풍미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하반기 이곳 농장에서 사육된 100%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건강한 프리미엄 먹거리'를 국내 시장에 적극 들여오겠다는 김 본부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한때 국내에서 '가짜 이베리코' 논란이 있었던 만큼 한화 직영 농장이라는 타이틀은 상품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 본부장은 파이브가이즈와 이베리코 사업 외에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국내외 F&B(음식+음료) 브랜드 도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6050억 원(에스테이트 부문 제외)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6486억 원에 근접했다. 영업이익도 100억 원 이상으로 2018년 162억 원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도 호실적을 기록한 데는 디지털 서비스 확대, 펫 객실 운영 등 김 부문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다양한 고객 유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리조트는 지난해 5월부터 온라인 회원권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 및 디지털 서비스 확대를 통한 '젊은 고객 모시기'는 김 부문장이 추진하는 핵심 사안 중 하나다. 영업사원을 통해 구입하던 회원권을 온라인으로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되면서 젊은 고객이 상당수 유입됐다.

지난해 7월 부산 기장군 마티에 오시리아를 시작으로 설악·평창·해운대·경주·대천 등에 도입한 '로봇 서비스'와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설악 쏘라노를 방문한 한 고객은 "처음 방문한 곳이라 객실 찾기가 어려웠는데 안내 로봇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면서 "태블릿PC를 통해 다양한 룸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고객 편의 개선은 투숙률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투숙률은 전년 대비 15%p 상승했다. 한화리조트는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키(key)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로봇 서비스, 펫 객실, 워터밤… 젊은 고객 모시기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에서 고객들이 로봇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김 부문장은 이번 흑자 전환을 계기로 잠재 고객인 MZ세대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해 한화리조트 평창에 처음으로 펫 객실을 열었다. 2005년 오픈 때와 비교하면 최근 이용객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4월 말에는 제주에 펫 객실을 추가로 열 예정이며, 향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8월에는 매년 수만 명 인파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워터밤 행사를 설악 쏘라노에서 개최한다. 다수가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한화리조트에서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올해 7주년을 맞은 워터밤은 물놀이와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국내 대표 여름 축제다. 한화리조트 관계자들은 김 부문장 주도로 추진된 이번 행사가 MZ세대 고객 유입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89년생인 김 부문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 부문장은 젊은 직원 20명을 초청해 중식당 메뉴 개선을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는데, 시사회에 참석했던 박휘영 신사업전략팀 선임은 "보통 회사의 공식 행사를 제외하곤 경영진과 만날 기회가 없는데,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실제 사업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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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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