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강사 ‘샤이니’ 김재영 “엄마표 영어 핵심은 아이와 영어로 노는 거예요”
학창 시절 영어 문법책을 씹어 먹을 정도로 달달 외운 끔찍한 기억 때문에 ‘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학부모가 많다. 하지만 TV, 유튜브 등 넘쳐나는 영어교육 관련 콘텐츠를 접하며 부모들은 무엇을 믿고 따라가야 할지 답답하다.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 EBS 영어 스타 강사 자리에 오른 샤이니 김재영 강사에게 그 해답을 물었다.
EBS 영어 샤이니 김재영 강사 역시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스스로 영어 학습법을 터득해 스타 강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영어 실력은 물론 유창한 발음 때문에 교포 출신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때 그것도 딱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연수나 유학 경험은 전무하다고. 가정 형편상 사교육을 받기 힘들었던 그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 가수 글렌 메데이로스의 노래에 빠져 그와 결혼하기로 다짐하며 가열차게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중학영어독해 강의를 맡으면서다. 독해와 문법 위주의 주입식 강의가 아닌,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을 도입해 화제가 된 것. 독해 중간에 팝송을 넣어 가사를 해석하거나, 수업 시간에는 가능한 한 영어로만 이야기하는 등 회화를 접목한 강의를 선보였다. 기획 당시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방송이 나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방송 후 팬카페가 일주일 만에 7개 생겼고, 관련 회사의 러브 콜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돈, 사람, 행복을 늘릴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책 '나의 하루는 오늘도 빛난다’를 출간해 작가로서의 입지도 다져가는 중이다.
영어라는 큰 산을 혼자 힘으로 정복한 김재영 강사. 그가 운영하는 채널 '행복부자샤이니’에서는 "강의를 듣고 큰 도움을 받았다" "영어교육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선생님처럼 사교육이나 어학연수 없이도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샤이니 김재영 선생님이 생각하는 '영어 공부 잘하는 법’은 과연 무엇일까.
중학교 때는 교과서에 나오는 문법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기본 규칙을 알아야 응용해서 회화에도 접목시킬 수 있으니까요. 익힌 문법과 다양한 표현들은 최대한 많이 반복해서 말하려고 노력했고요. 처음엔 의식적으로 문법을 생각하면서 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신기하게 문법 등의 규칙을 신경 쓰지 않고도 영어 문장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혼자 영어 공부를 하면 이론적인 것은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지만 단어 읽는 방법을 익히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한계가 있죠. 그래서 학교 영어 선생님께 교과서 지문을 원어민이 읽는 카세트테이프를 빌려달라고 했어요. 평소 영어를 싫어하는 학생이 테이프를 빌려달라고 하니 선생님은 "이거 갖다 버리려고 하니?"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셨죠. 집에 와서 빌린 카세트테이프를 공테이프에 그대로 녹음한 후 알파벳과 소리를 하나하나 매치하면서 발음을 익혔어요. "Hi를 '하이’라고 발음하네, H가 ㅎ 소리가 나나 봐" 이런 식으로요. 어느 정도 영어를 읽게 된 후에는 책을 읽는 소리를 녹음해 원어민 음성과 비교해봤어요. 발음뿐만 아니라 발성까지 그대로 따라 하려 노력했고요.
입시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등교 전에는 무조건 독해 문제를 풀었어요. '오늘은 4개를 풀겠다’ 하면 타이머를 5분 20초 정도로 맞춰놓고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 푸는 연습을 하는 거죠. 다 푼 후에는 문제집 뒤에 붙어 있는 해설지를 보며 머릿속에서 제대로 해석이 됐는지 확인했어요. 그다음에는 반드시 그 글을 소리 내서 읽었습니다. 소리 내서 읽는 것이 훨씬 집중도 잘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거든요.
소리 내서 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문장을 눈으로만 보는 것과 직접 읽어보는 것은 확연히 달라요. 소리 내서 읽으면 말하기 연습은 물론이고 읽자마자 무슨 뜻인지 파악하는 '직청 직해’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몇 번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문장은 끊어 읽기를 확실히 해서 다시 반복해보세요. 그러면 문장이 입에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원어민적 사고에 가까워져요. 제가 지금도 꾸준히 행하고 있고, 학생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는 영어 공부 방법이에요.
영어유치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는 분위기예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어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영어를 잘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어린 나이에 스파르타식으로 영어를 접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거부감만 커지게 돼요. 들인 돈에 비해 영어 노출 빈도수가 낮은 곳도 많고요. 영어를 많이 사용하더라도 그 노출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거나 단편적인 반복 표현에 불과한 경우도 많죠. 물론 아이에게 양질의 언어 노출을 경험하게 해주는 곳도 있지만요.
영어유치원을 다니지 않고도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엄마표 영어’요. 보통은 엄마가 아이를 가르치는 걸로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엄마와 아이가 친구가 돼서 '같이’ 영어를 배우는 거예요. "우리 오늘 이 영어 노래 같이 불러볼까?" 하면서 엄마도 영어를 배우고 즐긴다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줘야 해요. 물론 리드는 엄마가 해야겠죠. "이거 해볼까?"처럼 강요가 아니라 친근하게 권유하는 식으로요. 영어 노래와 책을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접하게 해주세요. 처음 본 단어와 문장들은 부모가 먼저 반복하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또 영어책이나 동요를 고를 때 아이의 의견을 반드시 물어보세요. 되도록 아이가 원하는 콘텐츠를 활용하시고요. 매일 똑같은 교재를 고르는 아이도 있는데 괜찮아요.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아이의 흥미를 끄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거 뭐야?"라고 시험하듯 묻는 말은 절대 금지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이의 흥미도는 수직 하락합니다. 사실 이건 어른도 듣기 싫어하는 말이잖아요.
엄마가 모르는 문장이나 단어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대신 "엄마도 궁금한데 같이 찾아보자"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보세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몰라도 즐겁게 찾아보고 알아내면 되는구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생각하며 영어에 더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겁니다. 엄마는 선생님이 아닌 함께 영어를 배우는 '친구’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영어 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해진 나이가 있지는 않지만 보통 5~6세가 적당해요.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가 제2의 언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인지력도 생기거든요. 영여유치원도 이 나이대에 보내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을 선택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수업 방식이 스파르타식인지 순수 놀이 위주인지 확인하고 부모의 교육 방향이나 아이의 성향에 맞는 곳을 선택하세요. 순수 놀이 중심이라면 놀이를 통해서 핵심 언어능력을 반복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보시고요. 선생님들의 근속연수도 꼭 체크하세요. 어린아이들은 선생님과의 정서적 유대가 굉장히 중요해요. 근무 이력이 평균적으로 짧은 곳은 이유가 있습니다.
입시 영어 고득점의 비결은 '독서’
독서를 열심히 하세요. 한글이든 영어든 상관없습니다. 유해한 내용만 아니라면 만화책, 잡지 등도 괜찮아요. 입시 영어에서 고득점을 좌우하는 것은 문해력입니다. 실제로 단어와 문법을 많이 알고 있는데도 항상 2~3등급만 맞는 학생에게 해설집을 참고해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지문이 모두 한국어로 돼 있는데도 정답을 찾지 못하더라고요. 이건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문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독서를 많이 해온 학생들은 지문도 빠르게 읽고 이해력도 높은 것 같아요. 고득점도 많이 받고요. 책을 멀리하는 학생은 아무리 이른 나이에 영어 입시를 준비해도 고득점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면 자연스럽게 문해력이 좋아지면서 영어 고득점을 맞을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독서 자체를 싫어한다면요.
부모도 책을 안 읽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일 거예요. 자신은 책을 안 읽으면서 아이에게만 독서를 강요한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지금이라도 10분이든 20분이든 가족 모두가 모여서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앞서 말했듯이 장르는 상관없어요.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것이라면 뭐든 괜찮습니다. 무슨 책을 읽는지, 얼마큼 읽었는지를 확인하려 하지 마시고요.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게요.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데 영어가 6~8등급을 왔다 갔다 한다면 고3 때까지 충분히 1~2등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3이라면 무리가 있죠. 만약 다른 과목을 포기하고 영어만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면 고득점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요. 늦어도 고등학교 2학년 초반까지는 수준을 어느 정도 올려놓는 것이 좋아요. 등급이 낮은 학생은 대부분 기초 문법에 약합니다. to 부정사, 가정법조차 모르는 친구도 있죠. 기초 문법을 모르고 고득점을 받기는 절대 불가능해요. 일단은 중학교 과정의 기초 문법을 3~4개월 집중적으로 공부해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휘를 문법 속에 넣어가면서 해석해보는 거예요. 이런 방법을 반복하면 문법 공식을 디테일하게 외우지 않아도, 문장의 구조만 보고도 자연스럽게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밑줄 친 to 부정사와 같은 용법을 사용한 문장을 찾으세요’라는 시험문제에서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등을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고도, 문장을 해석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맥락을 찾게 되는 거죠.
영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매일 일정량의 독해를 하면서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어보세요. 단어장에 자신이 몰랐던 단어를 적고 그와 관련된 예문을 스스로 만드는 거죠. 매일 체크하면서 잊어버린 단어는 눈으로 보고 소리 내서 한 번 더 읽습니다. 가능하면 그 단어를 응용해 한두 문장 정도 즉석 말하기 연습도 해보고요.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단어를 숙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인기로 방송이나 인터넷 강사를 꿈꾸는 이들이 늘었어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즐기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스타 강사는 절대 될 수 없어요.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다 알아요. 선생님이 열정이 있는지,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지를요. 돈도 많이 벌고 마치 연예인 같아서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이 봤어요. 하지만 결국 높이 올라가지는 못하더라고요. 과목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고, 이 마음을 눈빛이나 제스처로 잘 표현해주는 강사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 같아요. 실력은 기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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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재영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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