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 해외유출 ‘솜방망이 처벌’···10명 중 1명만 실형
A씨는 국내 철강기업 B사의 제조 기술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했다. 납품 업자인 A씨는 B사의 기술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B사의 핵심기술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유출한 기술은 B사가 3년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것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C씨는 재직 중인 D사의 블록체인 보안 기술을 해외의 다른 기업으로 유출했다. C씨의 목적은 해외 기업으로의 이직이었다. C씨가 유출한 기술은 D사가 2년 간 70억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의 범행으로 D사에 발생한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1년과 벌금 1000만원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근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 유출 시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기술 유출범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특허청·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2019~2022년 법원에서 다뤄진 기술 유출 사건 445건 중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47건(10.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비밀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에 대해 선고된 평균 형량은 2022년 기준 14.9월에 그쳤다. 유출범이 초범이거나 피해 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에 대한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최대 30년, 기업의 영업비밀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에 대한 법정형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규정돼 있지만 실제 처벌은 가벼운 편”이라면서 “기술 유출 범죄가 매년 반복되는 주요한 이유로는 솜방망이 처벌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모두 93건에 이른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고 특허청은 밝혔다. 특허청 관계자는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유출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훨씬 더 막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우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두 기관은 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기술 유출범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조용순 한세대 교수는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에 대한 권고 형량을 2~5년 등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이고, 초범도 강도 높은 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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