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AI 반도체 설계…삼성 파트너 기업들도 수백억 적자 [비즈360]

2023. 5. 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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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퓨리오사AI를 방문한 모습.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챗GPT 등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반도체 설계 업계 성장이 전망되지만 정작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의 파트너 기업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시장 1%도 확보하지 못한 척박한 국내 반도체 칩 설계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망 초기 기업들에 대한 투자 여건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I반도체 초기 기업으로 삼성 파운드리에 칩 제작을 의뢰하는 팹리스인 퓨리오사AI는 지난해 매출 3억원, 영업손실 501억원을 기록했다. 이전 해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 파운드리의 디자인하우스인 세미파이브는 지난해 매출 405억원, 영업손실 333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매출 95억원, 영업손실 209억원을 낸 바 있다. 디자인하우스란 팹리스가 작성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업이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는 기업을 뜻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진 않았으나 업계에 따르면 또 다른 국내 AI 초기 기업이자 팹리스인 리벨리온의 경우 2021년 영업손실이 96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실적이 공시된 딥엑스의 경우 매출 발생 없이 해당 연도 손실이 17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AI칩 설계 기업의 손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연구개발비이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모두 영업손실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약 85% 수준이다. 그만큼 AI 칩 설계 개발에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퓨리오사AI의 '워보이' 모습[퓨리오사AI 제공]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팹리스 점유율은 단 1%에 불과하다. 애플, 엔비디아 등 거대 기업이 있는 미국이 점유율 68%로 시장 1위이다. 이어 반도체 생태계가 풍부한 대만(21%), 중국(9%) 순이다. 그만큼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사 역할을 할 국내 팹리스 기업 영향력이 세계 시장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미래 시장성이 더욱 주목받는 AI칩 시장에서 국내 초기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 세미파이브와 퓨리오사AI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첫 번째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미파이브가 퓨리오사AI 1세대 AI 반도체 ‘워보이’에 회사의 독자적인 AI 인퍼런스 시스템온칩(SoC) 설계 기술을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워보이에 대해 세미파이브 설계 플랫폼은 이미지 인식을 위한 빅 데이터 분석 등 AI 칩 구현을 위한 설계 솔루션을 제공한다. 세미파이브와 퓨리오사AI가 생산한 워보이는 국내 주요 기업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탑재됐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해당 양산은 다른 국가 기업의 개입 없이 국내 기업들 간 AI 칩 설계와 제조 협업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세미파이브와 퓨리오사AI가 삼성 파운드리와 함께 혁신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반도체 성능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리벨리온 역시 챗GPT에 특화한 AI 반도체를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을 통해 2024년 1분기에 양산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에 따르면 자사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아톰’의 전력효율은 GPU 대비 비전모델의 경우 10배, 언어모델은 3~4배 높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는 독자 개발한 칩을 삼성 파운드리의 5나노, 14나노, 28나노 공정에서 생산해 글로벌 AI 시장으로의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딥엑스는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자 출신 김녹원 대표가 2018년 창업한 팹리스 회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칩이 많이 팔리려면 이를 사주는 의미있는 칩 수요처가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며 “특히 취약한 팹리스 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 손실을 감안하고 기술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다른 IT 공룡 기업에 팔 만한 레퍼런스(과거 칩 구입 기업 이력)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장영진 1차관 주재로 ‘반도체 팹리스 기업 수출·투자 점검 회의’를 열고 AI 반도체, 서버용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수출·투자 전망을 듣고 정부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장 차관은 “챗GPT 등 인공지능 확산으로 수출·투자 유망 품목으로 꼽히는 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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