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렸는데 사더니”...한국인 몰려간 이 주식, 결국 휴지조각 신세? [월가월부]

김인오 특파원(mery@mk.co.kr) 2023. 5. 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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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 거래일, 주요 지수 혼조세
협상 끝 ‘FRC 인수’ JP모건 2%↑
인수 가격·주주 권리 언급 안 해
차량용 반도체 ON세미 호실적
“전기차 실리콘카바이드 덕분”
월가 “올해 중반 경제 둔화 부각”
미국 지역은행 유동성 위기 상황이다보니 뉴욕 맨해튼 소재 한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지점 창가에 FDIC 보증 마크가 붙은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은 지난 달 말. /사진=김인오 기자
‘한국인 순매수 5위’ 퍼스트리퍼블릭뱅크가 결국 폐업해 주식 거래가 중단된 가운데 5월 첫 거래일인 1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요 주가 지수가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직전 거래일보다 0.04%, 0.14% 하락했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0.11% 하락했습니다. 반면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81% 상승했습니다.
현지시간 5월 1일 JP모건체이스 주가 흐름
우선 개별종목을 보면 ‘미국 14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C)를 인수키로 한 월가 초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JPM↑2.16%) 주가는 1주당 141.20 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부(DFPI)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FDIC는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모든 예금과 자산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미국 내 8개 주 소재 총 84개 지점이 JP모건체이스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됩니다.

이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 콜을 열고 인수 건에 대해 “우리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며 이번 위기의 일부가 끝나간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컨퍼런스 콜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인수 가격을 비롯해 구체적인 사안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켄컨퍼런스에 참석한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금융기구(IMF) 총재는 “작년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이 취약성을 노출하게 됐다”면서 “업계가 추가적인 위험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옆에 자리한 체이스 은행 지점. JP모건체이스는 보유 예금이 미국 전국 예금의 10%를 차지한 초대형 은행입니다. /사진=김인오 기자
이번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는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현재 JP모건은 미국 전국 예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예금 취급 은행이기 때문에 미국 금융 관련법 규정상 원칙적으로는 다른 예금 취급 기관을 인수할 수 없습니다. 또 FDIC 는 유동성 지원 비용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퍼스트리퍼블릭뱅크 법정 관리를 미뤄왔습니다.

다만 간밤 협상 과정에서 JP모건이 예외적으로 인수자로 선정됐고, FDIC 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를 관리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앞서 FDIC 는 퍼스트리퍼블릭을 경매에 부치기 전 JP모건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다른 대형 은행을 상대로 퍼스트리퍼블릭 공동 투자 등 의사를 물어왔지만 별다른 해결책 없이 수포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 매각이 발표된 현지시간 5월 1일 맨해튼 소재 해당 은행 지점에 딸린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지난 달 24일 은행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객들은 해당 은행 보유 예금의 약 41%에 해당하는 1000억 달러 이상을 인출했습니다. 지점이나 ATM 을 통하지 않고 모바일·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출금할 수 있게 된 금융 기술 발전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진=김인오 기자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주식은 이날 본 거래에서 매매가 중단됐습니다.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뱅크 회사채나 우선주는 인수 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들의 손실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해 별도의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웨드부시 증권의 데이비드 치아베리니 연구원은 고객 메모를 통헤 “퍼스트리퍼블릭뱅크가 법정 관리에 들어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JP모건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주주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실리콘밸리뱅크 역시 FDIC 법정 관리에 들어가며 사실상 폐업(지난 3월 10일)한 것을 기점으로 모기업인 실리콘밸리뱅크 파이낸셜(SIVB) 주식 거래가 중단된 바 있습니다. 당시 FDIC 는 “채권자나 주주의 이익은 보호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주가는 실리콘밸리뱅크 폐업을 계기로 유동성 우려가 따라붙으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 반 동안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5위가 퍼스트리퍼블릭뱅크(올해 3월 10일~4월 29일, 총 9262만5000달러·약 1242억원)입니다. 다만 같은 기간 해당 종목 주가는 95.71% 폭락한 상태입니다.

ON세미컨덕터의 5월 1일 주가 흐름
이밖에 1일 개장 전 호실적을 발표한 차량용 반도체 온 세미컨덕터(ON ↑8.85%) 주가가 급등해 1주당 78.33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과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돈 데다 회사가 다음 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긍정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온 세미컨덕터의 2023년 1분기(1~3월) 실적을 보면 1주당 순이익(EPS)은 1.03 달러, 매출은 19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팩트셋 집계 기준 월가 기대치(EPS 1.08 달러, 매출 19억2000만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작년 1분기(EPS 1.18달러, 매출 19억5000만달러) 와 비교하면 순이익이 줄어든 반면 매출은 소폭 늘어났습니다.

온 세미컨덕터의 하산 엘-코우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에 대해 “거시 경제 환경이 매우 불확실한 점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나은 수익을 냈다”면서 “특히 실리콘 카바이드 매출이 거의 두 배 늘었는데 이는 우리가 계획한 것보다 생산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실리콘 카바이드는 전기차 기업들이 선호하는 반도체 소재입니다. 전기차 인버터에 실리콘 카바이드를 쓴 전력용 반도체를 사용하는 경우 기존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전기차 주행 거리가 늘어나는 등 에너지 효율이 10% 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반도체보다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온 세미컨덕터로서는 수익성을 높일 만한 부분입니다. 회사는 전기차 시대 맞춤형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주력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앞으로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온 세미컨덕터는 가이던스(목표치)를 EPS 는 1.14~1.28달러, 매출은 19억7500만달러~20억7500만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월가 전문가 기대치(EPS 1.06달러, 매출 19억3200만달러) 를 훌쩍 넘어선 수준입니다.

이날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주요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올랐습니다. 미국 재무부 집계를 보면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7bp(=0.17%p) 오른 5.27%,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bp 오른 4.14%,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bp 오른 3.59% 에 마감했습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강보합세로 거래됐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4시 51분 기준 0.45% 오른 102.11 을 기록했습니다.

현지시간 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켄컨퍼런스 풍경 /영상 제공=밀켄연구소
한편 미국 주요 기업들이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올해 중반 부터는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집니다. 이날 밀켄컨퍼런스에서는 투자사인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앤 월시 채권 담당 최고 투자책임자(CIO)가 “올해 중반부터 경제가 눈에 띄게 둔화하는 중대한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추가 긴축 여지를 남겨두며 동결할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까지는 금리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밖에 PGIM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헌트 CEO 도 “시중 금리는 시장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더 높게,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월가에서 다시 비관론이 부각되는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측은 “아직 주가가 기업들 실적 둔화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서 “S&P500지수가 4200을 넘어서면 매도하길 권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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