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 예술이네![인터뷰]
보자마자 딱 한마디가 터져나온다. 와, 그야말로 예술이네! 미술, 음악, 연기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저마다 다 잘 하는, 배우 겸 가수 백현진에게 어울리는 문장이기도 하다. 어떻게 다 잘하느냐는 질문에 그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아마도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거예요. 예술가가 되기에 너무 좋은 성장환경이었죠. 아버지가 늘 부재했고, 집엔 다행히 듣고 볼거리들이 넘쳐났어요. 누나가 미대 출신이라 스무살 무렵부턴 누나 주변의 줗은 예술가들을 많이 만났고요.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날 형성한 것 같아요. 또 운도 좋았고요.”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백현진은 평소처럼 자유롭고 거침없었다. 유머러스했고, 때론 날카로웠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그는 그를 움직이는 예술적 원동력과 작업 방식, ‘자연인 백현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예인의 연예인’ 뉴진스 말고 ‘현진스’
그는 ‘연예인의 연예인’이다. 함께 작업한 배우, 감독들은 물론이고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그의 세계를 궁금해한다. 뉴진스 아닌 ‘현진스’의 탄생이다. 특히 영화 ‘고속도로 가족’ OTT플랫폼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마냥 캐릭터를 표현해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고속도로 가족’ 중 계단에서 싸우는 장면은 진짜 자연스러웠다고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염혜란 씨도 그런 얘길 해줬는데,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가 그런 칭찬을 해주니 ‘오, 그랬나보네?’라는 생각도 들었죠. 연기 비결이요?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연기해요. 사람 사는 얘기를 하는 거니,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도 당연하죠. 보컬리스트가 제 목소리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처럼,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연기한 ‘빌런’ 캐릭터들도 유명한다. SBS ‘모범택시’나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 등에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빌런 끝판왕’으로도 불리더라고요. 하지만 오래된 지인들은 저와 많이 다른 캐릭터라 다들 의외라고 해요. 국민학교 3학년 때 친구와 주먹 싸움에서 진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실제 ‘꼰대’ ‘한남’ 이런 부류들을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제게 ‘적’이라서 더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역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20대엔 분노가 굉장히 많은 청년이었는데, 그때의 감정을 빌려 연기하고 있어요. 그렇게 알아서 연기한 건데 사람들은 ‘싱크로율 쩐다’고 하더라고요.”
■“끝까지 예술하다 깔끔하게 죽고 싶어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직후 뒷풀이에서 그는 깜짝 공연을 펼쳐 환호를 받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은혜받았다’ ‘황홀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슬쩍 얘기를 꺼내자 백현진은 씨익 쑥쓰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뮤지션이니까 즐겁게 논 것일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천생 예술인이다. 그에게 ‘분노’가 예술의 원동력이냐고 묻자 예전엔 그랬고 지금은 아니라고 정정했다.
“분노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젊을 땐 그 운용체계가 불안정했다면 지금은 그떄에 비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분노가 얼음이라면 지금은 많이 녹은 상태죠. 정치적 태도나 특정인물에 대해 여전히 분노가 있지만, 지금은 정확하게 타겟을 잡고 운용하니까 그 분노로 힘들진 않아요. 지금 날 움직이게 하는 예술적 원동력은 즐거움이에요. 호기심과 즐거움이 예술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움직이게 하죠. 그렇게 끝까지 예술하다 깔끔하게 죽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작업하는, 듣도 보도 못한 평범한 노인을 사는 게 꿈입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도 역시나 작업할 때다.
“가장 행복할 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예요.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혼자 작업할 때인데요. 내 작업실에서 음악 작업하거나 신디사이저로 소리를 만들 때 낄낄거리거나 왔다갔다하면서 재밌게 노는데, 그걸 혹여 누군가가 CCTV로 본다면 가관이다 싶을 때도 있어요. 하하.”
그런 작업물이 오는 9월 집대성한 옹골찬 쇼로 돌아온다. ‘백현진 쇼: 공개방송’이란 듣도 보도 못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설치미술, 비디오, 스탠드업 코미디, 토칵극, 음악공연, 그리고 인터뷰로 구성된 종합 쇼예요. 제가 연출하고 출연하면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던 배우나 뮤지션, 코미디언들과 ‘짬뽕쇼’를 만들 예정이에요. 지금 구조는 거의 다 나왔고, 큰 무리없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또 시집도 한 권 발간할 예정이에요. 제가 여기저기 글을 쓴 적은 있지만 단행본으로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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