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니 교체 출전이 모험이었던 이유
서울 SK는 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100-9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맞췄다.
SK는 이날마저 졌다면 1승 뒤 3연패에 빠져 챔피언 등극과 사실상 멀어지는 것과 똑같았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5차전부터 7차전까지 3경기 연속으로 이긴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SK는 이날 경기에서 두 가지 변화를 줬다. 김선형과 허일영, 자밀 워니를 선발에서 제외했고,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지역방어를 활용한 것이다.
이것이 적중한 승리였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김선형과 워니가 교체로 출전했을 때 승률이다.
워니는 2019~2020시즌부터 지금까지 활약 중이다. 기준을 2019~2020시즌 이후로 잡았다.
김선형은 4시즌 동안 교체로 출전한 건 33경기이며, SK는 이 경기에서 승률 75.8%(25승 8패)를 기록했다. 김선형이 선발로 출전한 경기 승률 58.8%(87승 61패)보다 17% 더 높다.
이에 반해 워니가 교체로 나선 17경기에서 SK는 9번 이겼다. 이 때 승률 52.9%(9승 8패)는 워니의 선발 출전 시 승률 63.7%(114승 65패)보다 10.8% 더 떨어진다.
플레이오프에서 두 선수가 교체로 나선 건 이 경기가 처음이었다.
지난 시즌부터 SK를 이끌고 있는 전희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선형과 워니를 같이 (선발에서) 빼고 경기를 하는 건 감독이 된 이후 처음이다”고 했다.
기억 왜곡이다.
SK는 지난 1월 29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원정 경기에서 김선형과 워니를 동시에 교체 선수로 출전시킨 바 있다. 당시 2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홈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울산으로 내려와 체력 문제가 우려되던 때였다.
전희철 감독은 현대모비스와 경기를 앞두고 “선발을 바꿔서 나간다. 경기를 이기려고 하면 1쿼터 때 식스맨급 선수들이 잘 버텨줘야 한다”며 “1쿼터 때 주전이 나가서 (점수 차이가) 벌어지면 식스맨들이 (벌어진 점수 차이를) 채우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경기를 봐도 반전 카드가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없다. 어차피 (김선형과 워니가 경기를) 뛸 거라서 먼저 넣을까 생각도 했다”고 말하며 김선형과 워니를 교체로 출전시켰다.
두 선수가 선발로 나서지 않은 유일한 경기에서 SK는 79-65로 졌다.
당시 전희철 감독은 현대모비스에게 패한 뒤 “보신 그대로 힘이 없어서 졌다. 선수들이 열심히 잘 뛰어줬다. 3쿼터까지 잘 뛰었는데 4쿼터에서 체력도 체력이지만, 우리 팀에서 나오지 않아야 하는 실책이 나왔다. 체력과 연관될 수 있다. 쉬운 슛도 놓쳤다”며 “4쿼터가 아쉽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잘 뛰어줬다. 아쉬운 건 상대가 수비를 잘 한 것도 있지만, 야투 성공률이 너무 떨어졌다. 어제(28일) 경기의 여파로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특히 워니의 교체 출전은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그렇지만, 챔피언 등극의 향방을 가를 4차전에서 다시 한 번 더 꺼내 들었고, 결국 승리를 챙겼다.
김선형은 교체로 출전한 덕분에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처음으로 30분 미만인 29분 44초만 뛰었다.
워니는 더 나은 경기 감각을 보여주며 두 경기 연속 한 자리 득점에서 벗어나 28점을 올렸다.
SK는 이날 승리 덕분에 5차전에서도 정상적인 선발과 변칙 라인업이란 두 가지 카드를 손에 쥐었다.
참고로 김선형과 워니의 선발과 교체 출전 기록은 두 선수가 단 1초라도 뛴 경기 기준이다.
#사진_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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