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홍보원장 공모'도 파행하나 [취재파일]
국군 공식 홍보기관인 국방홍보원의 수장 공개모집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의 국방홍보원은 부적격 인사의 낙하산 기용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더니, 이번 정부의 국방홍보원은 7개월째 공모에도 원장을 못 뽑아 리더십 장기 부재의 늪에 빠졌습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을 교체하려다 예상을 뒤집고 중단하는 파행에 이어, 국방홍보원장 공모도 석연찮은 기류에 휩싸이자 국방부 밖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국방홍보원은 국방TV, 국방일보, 국방FM, 국방저널, 국방누리 등을 운영하는 국방부 직할 기관입니다. 1월 말 전임 원장이 퇴임하고 석 달 이상 원장 공백 상태입니다. 60명 가까이 지원했다는 최초 공모는 무산됐고, 40명 이상이 도전한 2차 공모도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대선 안보 캠프 출신의 특정 인물을 앉히려고 했는데 번번이 결격 사유가 드러나자 3차 공모로 넘어간다는 말들이 파다합니다.
말 많고 탈 많은 홍보원장 공모
1차 공모는 작년 10월 시작됐습니다. 군, 홍보, 언론 등 분야의 전문가 50명 이상이 지원했습니다. 초반부터 후보들은 풀이 죽었습니다. "어차피 원장은 대선 캠프 출신 A 씨"라는 소문이 돌았고, 사실로 공공연하게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떼어 놓은 당상을 일거에 무너뜨린 심각한 하자가 A 씨에게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2차 공모는 지난 1월 시작됐습니다. 1차 공모에 실망한 후보들이 여럿 빠져나간 탓인지 1차 때보다 10명 정도 적은 40~50명이 지원했습니다. 1차 때와 달리 탈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면접, 역량평가 등 치열한 관문을 통과한 최종 후보 3명이 추려졌습니다. 평가 점수가 제일 높은 후보를 차기 국방홍보원장으로 선발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역량평가가 끝난 지 한 달 보름이 지나도록 합격자가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발표 지연의 원인을 놓고 수군거림이 여러 곳에서 들리더니 마침내 하나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도 사전에 낙점받은 인물이 있었는데 또 결격 사유가 나왔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적격 후보들이 있는데도 공모를 중단하면 공무원 인사 관련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크지만, 이 관계자는 "눈을 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태어나야 하는 국방홍보원
최근 몇 년 간 국방홍보원은 참 시끄러웠습니다. 비정규직 위주 인력 운용, 갑질, 연속 방송사고, 수해복구 장병 희화화, 과도한 초과수당 수령 등으로 입길에 올랐고,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부정하는 취지의 글을 썼던 인사가 원장에 취임해 빈축을 샀습니다. 장병들의 헌신을 널리 알리고, 군의 사기를 높여야 하는 기관인데 제 앞가림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차기 국방홍보원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국방홍보원을 바로 세워 군의 신뢰와 군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막중한 임무를 해내야 합니다.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대선 캠프의 논공행상이나 사정 모르는 아마추어로 채울 자리가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을 생각한다면 바른 인재를 골라야 합니다.
불공정하고 비상식적 인사는 꼭 사고를 냅니다. 그래서 인사를 만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지상작전사령관 교체를 원칙 없이 중단했듯, 국방홍보원장 공모도 선 넘으며 좌충우돌하면 군과 국방부는 국민의 신뢰는커녕 장병의 신뢰도 못 얻습니다. 지난 정부 청와대 행정관들의 군 인사 개입을 맹비난했던 이번 정부 최고위직들의 입이 난처해질 판입니다. 인사권을 행사하는 측은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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