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건강이 나쁜 엄마·아빠, 아기에게 뽀뽀 금지![지정현의 치아 건강이 100세 건강]
아이가 태어나 치아 하나 없는 조그만 입으로 젖을 빨거나 우유병을 빠는 모습을 보면서 벅찬 감격을 느껴본 적 있나요? 세상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이지만 아이는 살기 위해서 열심히 젖을 빱니다. 오죽하면 “젖먹던 힘을 다한다”라는 말이 있겠습니까?
젖이나 우유병을 빨 때 아이는 윗입술과 혀로 젖꼭지를 감쌉니다. 젖이 잘 나오면 만족스럽게 빨지만 잘 나오지 않으면 힘들어서 아이도 보채고 엄마도 젖몸살이 나서 고생을 합니다. 이렇게 고생하다가 100일 정도가 되면 바로 앉아서도 젖을 먹이는 게 힘들던 엄마도 누워서 젖을 먹이면서 아이를 재우는 경지에 오릅니다. 아이가 밤낮이 바뀌어서 잠이 모자란 엄마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잠에 빠져듭니다.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젖니 아래 앞니가 나옵니다. 그러다 위 앞니가 나오기도 하고 아래 옆 앞니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 시기부터 엄마와 아이의 행복한 잠은 위협을 받습니다. 아이의 윗입술과 혀로 감싸인 젖꼭지에서 나온 젖이 고여 있다가 위 앞니에 치아우식증(충치)을 생기게 하기 때문에 젖을 물리고 재우지 말아야 합니다. 또 어느 날 아이의 위 앞니에 하얀 띠가 생기거나 이가 아이보리색을 띤다면 우유병 우식증(nursing bottle syndrome, 또는 milk bottle caries)이 생긴 것입니다.
이 우유병 우식증은 급속히 심해지고 여러 치아로 번집니다. 초기에 발견해 정도가 미미하면 불소도포로 관리할 수도 있고, 충치 부위가 작으면 레진 같은 치아색 재료로 치료할 수도 있지만, 충치 부위가 크면 우식 부위를 제거하고 신경치료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유하면서 재우지 말고, 수유 후에 거즈로 가볍게 닦아내고 재워야 합니다.
육아의 달인이라면 모를까, 아이를 힘들게 재웠는데, 잠들었다고 바로 젖꼭지를 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젖을 물고 잠이 들면 그대로 아침까지 함께 잤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우유병 우식증에 걸렸을까요?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젖이나 우유가 치아에 고여 있다는 조건만으로 치아우식증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젖이나 우유 같은 영양분과 함께 우식증을 일으키는 특정 세균이 있어야 합니다. 뮤탄스(S.mutans)라는 세균이 설탕을 영양분으로 산을 만들고, 이 산이 치아 표면을 녹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균 상태로 태어난 아이의 입 안에 이 뮤탄스균이 어떻게 들어올까요? 감염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접촉으로 엄마, 아빠, 형제, 조부모의 입 안에 있는 뮤탄스균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보통 생후 18~30개월경에 뮤탄스균에 노출되는데, 엄마(주양육자)를 통해 70% 정도가 전염됩니다. 이 시기에 아이의 구강 내 세균이 형성되면 바꾸기 어렵다고 합니다. 구강 건강 상태가 좋은 엄마의 구강 세균이 전염돼 형성되는 아이의 구강 세균이 구강 상태가 나쁜 엄마의 구강세균이 전염돼 형성되는 것보다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치아를 물려 주려면 부모가 함께 구강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아마도 뮤탄스균에 감염되기 전에만 젖을 물고 잤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40대 초반의 부부가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된 아이를 안고 와서 교대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처음 육아를 하는 그 부부는 많이 힘들었는지 잇몸이 많이 부어 있었습니다. 스케일링만으로는 염증 제거가 힘들어서 마취를 하고 잇몸 치료를 네다섯 번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아이 입술에 뽀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면서요. 잇몸염증을 일으키는 진지발리스균이 아이에게 전염되면 안 되니까요. 사랑하는 아이에게 좋은 치아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가족들 모두가 구강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아니면 뽀뽀는 금지!
■지정현은 누구?
지정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외래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죽전 스마트치과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죽전 스마트치과 원장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문] 김준수 측 2차 입장문 “김준수 명백한 피해자, 어떠한 잘못도 없어”
- 쯔양 “있는 대로 다 말할 것”···‘구제역 공갈 혐의’ 재판 출석
- ‘세계는 지금’ 美 트럼프 2기는 ‘공화 천국’?···차기 내각의 구성원 조명
- [종합]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에이핑크 윤보미, ‘나솔사계’ MC 신고식 완료! “빠짐없이 다 안다”
- 세이마이네임 키운 김재중의 성공···프랑스 공영방송채널 다큐서 조명
- 가수 태양, 비스테이지로 공식 팬 커뮤니티 오픈
- TWS(투어스), 신보 콘셉트 필름 추가 공개! 겨울 감성 가득 ‘첫사랑 소년美’
- 뉴진스 민지·하니, 日 매거진 ‘SPUR’ 2025년 1월호 표지 장식
- [종합] 김재중, 부모님 금술까지 챙긴다고? “내 카드 많이 쓰셨으면” (편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