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저감기술 개발과 차액계약제도 [더 나은 세계, SDGs]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바다 수온의 상승으로 내년이 기후 관측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 세계 바다의 평균 수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북미 동해안의 표층 수온은 1981년∼2011년의 평균보다 무려 13.8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SSD)의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해 지난 15년 동안 지구에 축적된 열이 50% 증가했고, 이 중 대부분이 바다 수온을 높이는 효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바다 수온의 급격한 상승은 해양 생물의 대량 폐사를 불러오고, 특히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산호초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또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 같은 열대 저기압이 더 강해지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가 더 빠르게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가 홍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 더워진 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온실가스 배출량 중 4분의 1을 책임지는 바다가 탄소 흡수 역할을 제대로 못함으로써 대기와 바다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 발생한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급격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비단 해외 연구진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달 11일 국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기후변화는 세계 종말에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위기라고 경고했다.
또 “1912~2020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0년에 0.2도씩 올랐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점차 확산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각국의 탄소 중립 목표도 현재보다 더 앞당겨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
최근 주요 대응 정책 중 하나로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가 주목받고 있다. 탄소가격제는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s Pay Principle)에 따라 기업 등을 상대로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비용 부담을 지게 함으로써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크게 세금 부과(탄소세)와 시장거래 기반의 방법(배출권 거래제)이 있다. 탄소세는 가격을 고정해 해당가 만큼 내면 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배출권 거래제는 배출할 수 있는 양(cap)을 정한 다음 그 안에서 거래(trade)할 수 있도록 하는 캡 앤드 트레이드(cap-and-trade) 방식이다.
2022년 기준 탄소가격제를 도입한 64개 지역 및 국가는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량의 21.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용되는 배출권 거래제는 총량 제한을 통해 가격 부담을 높임으로써 감축을 유도한다. 기업들에 배출권 구매 또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만큼 일종의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택할 수 있게 해준다. 선택의 자율성이 보장되지만, 본질적으로 기업의 탄소 배출 저감을 직접 독려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산업계의 실질적 탄소 감축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 개발이 보다 촉진되고 확산돼야 한다. 포스코가 제선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서고, 현대제철의 전기 기반 탄소 중립 생산 체제인 ‘하이큐브’ 상용화 추진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감축 기술 개발을 유인할 보조수단도 활성화돼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도 이 중 하나다. 기업이 감축 시설에 투자하면서 정부와 협의해 미리 탄소 가격을 정해 계약하고, 나중에 배출권 가격이 탄소 계약 가격보다 낮으면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가 CCfD다. 이 제도를 활용하게 되면 기업은 경제적 손해 걱정 없이 온실가스 감축 시설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그 역시 배출권 거래제의 판매 수익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와 CCfD의 효율적 연계를 통해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을 독려할 수 있는 셈이다. 산업계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민·관이 함께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산업계는 기후 대응 및 탄소 감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저탄소 전환을 통한 새로운 산업 및 먹거리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국제 통상 장벽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탄소화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실상 상품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노서영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seoyeong@gmail.com
*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 및 유엔환경계획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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