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아니면 1할 타자뿐…뚝심의 이승엽, 언제까지 인내할까

김민경 기자 2023. 5.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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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제는 젊은 선수들도 보여줄 때가 됐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3루수 허경민(33)이 지난 1월 처음 주장 완장을 차고 한 말이다. 양의지(36), 김재환(35), 양석환(32), 정수빈(33), 김재호(38)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을 계속해서 의지하는 야구로는 상위권 도약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젊은 선수들, 특히 야수들이 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켜야 왕조 재건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두산이 2015년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역사의 출발선에 섰을 때 20대였던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33, 현 NC) 최주환(35, 현 SSG) 등이 만년 백업의 설움을 벗고 폭발했듯이 말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 그리고 현재 정규시즌까지 꾸준히 젊은 야수들의 성장을 독려하고 지켜봤다. 경기 뒤 백업 선수들 위주로 특타를 할 때도 퇴근을 미루고 타격 지도를 했을 정도다. 지도자의 열정이라 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더 빨리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감독과 선배들의 바람과 달리 아직은 젊은 야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부상으로 이탈해 있거나 기회를 받는 선수들은 죄다 1할대 타율에 머물고 있다.

▲ 두산 베어스 김대한 ⓒ 두산 베어스

이 감독이 개막에 앞서 가장 기대했던 외야수 김대한(23)은 시범경기 마지막 날 손가락 골절로 이탈했고, 1군 주전급 경험을 보유한 외야수 김인태(29)는 개막 일주일 만에 오른쪽 어깨 탈구로 자리를 비웠다. 1일에는 최근 선발 출전이 잦았던 유격수 안재석(21)이 경미한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주길 바랐던 신성현(33)과 김민혁(27)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신성현은 1, 3루수, 김민혁은 1루수나 지명타자로 기용해야 하는데 두 선수가 마땅히 뛸 자리가 없었다. 주전 1루수 양석환의 벽이 워낙 높다. 양석환은 6홈런으로 리그 1위고, 0.314로 팀내 유일한 3할 타자이기도 하다. 수비로는 3루수 허경민을 뛰어넘지 못하고, 지명타자는 최근 무릎이 좋지 않은 김재환이 들어간다.

결국 경기마다 대타로 주어지는 한두 타석에서 결과를 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신성현은 12경기에서 타율 0.083(12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치고 지난달 29일 2군으로 내려갔고, 김민혁은 1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개막 1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 감독은 포지션이 겹치는 신성현과 김민혁 사이에서 신성현을 먼저 선택했고, 한 달여를 더 지켜본 뒤 신성현까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 신성현(왼쪽)과 고토 코치 ⓒ 두산 베어스

개막 유격수로 좋은 출발을 알렸던 이유찬(25)은 타율 0.188(48타수 9안타), 이유찬의 경쟁자였던 안재석은 타율 0.186(43타수 7안타)에 머물렀다. 최근 김재환의 무릎 부상 여파로 수비 강화를 위해 선발 출전하는 외야수 조수행(30)의 타율은 0.175(40타수 7안타)다. 주로 대타로 나선 외야수 송승환(23)은 타율 0.195(41타수 8안타), 백업 포수 장승현(29)은 타율 0.190(21타수 4안타)이다. 외야수 양찬열(26)이 2차례 3안타 경기를 하면서 타율 0.292(24타수 7안타)로 백업급 선수 가운데서는 고타율 기록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1할 타자들은 단순히 백업으로 경험을 쌓을 선수들이 아닌, 당장 선발 라인업에 필요한 선수들이다. 4월 한 달 동안 12승11패1무 승률 0.522로 버티면서 KIA 타이거즈와 공동 5위에 올라도 이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다. 1일 현재 두산의 팀 타율은 0.244로 리그 9위다.

성적이 가장 아쉬운 건 물론 선수들이다. 이들은 경기가 끝나면 최소 30분 이상은 코치진과 함께 특타를 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장승현은 겨우내 준비했던 스위치히터 도전을 빠르게 접고, 생존을 위해 우타자로만 집중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 노력을 알기에 이 감독도 개막 한 달 동안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1군 야수 엔트리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이 감독의 뚝심으로 젊은 야수들이 1군 엔트리에서 자리를 지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막 한 달 동안 유지한 이 감독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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