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1순위는 박성진, 혼혈 1순위는 전태풍이었다

김종수 2023. 5.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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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돌아보기⑫] 2009년 드래프트(+혼혈 드래프트)

 

‘골짜기 세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 대한 평가다. 엄청난 관심과 파급력을 자랑했던 2007년, 2008년 드래프트에 비해 2009년은 이름값 높은 상위권 재목, 전체적 선수층 등 모든 면에서 조금씩 아쉬웠다. ‘뽑을 선수가 없다’는 각팀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을 정도다. 중앙대 52연승 행진에 일익을 담당한 포인트가드 박성진(36‧182cm)이 전체 1순위로, 왼손잡이 장신슈터 허일영(37‧195cm)이 2순위로 뽑혔지만 해당팀들은 크게 만족하지못했다. 이전 두시즌 드래프트와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랜드에 대해서는 '신인드래프트 흑역사'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주변에서 위로(?)의 목소리가 컸다. 빼어난 상위지명자 후보가 많은 해에는 후순위가 걸리고, 선수층이 좋지못한 해에는 1순위를 얻는 등 엇박자가 심한 이유가 컸다. 실제로 삼성(이규섭), DB(김주성), KCC(하승진), 현대모비스(양동근) 등은 1순위 지명자들이 맹활약하며 최소 1회 이상 팀에 우승을 안겨줬다.


1순위는 아니었지만 김승현(3순위), 양희종(3순위), 함지훈(10순위), 강병현(4순위) 등도 각각 소속팀의 역사를 바꾼 선수들로 꼽힌다. 직전해 전자랜드가 4순위로 지명한 강병현같은 경우 서장훈과의 트레이드로 KCC로 건너가 2차왕조의 주축으로 거듭나면서 ‘남의 팀의 역사’를 바꿨다. 반면 전자랜드는 2005년(전정규)에 이어 2009년에도 1순위 지명권을 얻었지만 박성진을 뽑는데 만족해야했다.


전정규, 박성진이 크게 모자라다는 것이 아니다. 두선수 모두 자신만의 장점이 있었던지라 팀에 전력을 보태줄 선수들임은 분명했다. 다만 드래프트 상위지명 덕을 많이 보았던 경쟁팀과 비교했을때 2번의 1순위로 건져낼 결과물로서는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2006년같은 경우 8순위 조성민이 역대급 선수로 성장하고 3순위 이현민마저 롱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면서 훗날 '선수보는 눈까지 부족했다'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고려대는 여전히 침묵했다. 라이벌 연세대, 중앙대가 상위지명자를 꾸준히 내는데 반해 2001년 전형수(2순위)를 마지막으로 로터리픽 지명 선수가 나오지않았다. 2009년에는 한술 더 떠 선수층이 좋지못하다는 혹평 속에서도 1라운드 지명자를 한명도 내지못했다. 2라운드 3순위 최윤호가 유일한 고려대출신이었다. 2군드래프트 1순위(김동민)를 배출한 것으로는 위로가 되지못했다.


오히려 2009년에 화제가 된 드래프트는 따로 있었다. 한국계 혈통을 가진 해외파 선수들로 치러진 혼혈 드래프트가 바로 그것이다. 2009년 9월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으며 토니 애킨스(전태풍), 에릭 산드린(이승준), 그레고리 스티븐슨(문태영), 케빈 미첼(원하준), 크리스 밴(박태양)순으로 5명이 지명을 받았다. 앤서니 갤러웨이와 일본계 혼혈선수 료스케 노자와는 지명을 받지못했다. 모든 팀에게 지명권이 있었으나 KCC, 삼성, LG, KT&G, KTF 5팀만 지명권을 행사했다.
 


아쉬운 1순위 박성진, 최고의 선택은 오리온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박성진(37‧182cm)은 스타급은 아니었지만 무난한 수준으로 프로생활을 이어간 가드중 한명이다. 문제는 그는 전체 1번이었다는 사실이며 지명한 팀마저 전자랜드였던지라 ‘전자랜드 1순위 잔혹사’와 엮여 두고두고 실패한 지명으로 회자되고 있다. 프로 데뷔 첫해 평균 8득점, 3.6어시스트로 신인상을 타며 한팀의 주전가드급 역량은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발전은 커녕 퇴보하는 모습만 보이며 백업가드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피드, 슈팅력 등 공격형 가드로서의 장점도 있었지만 시야, 경기조율 능력 등 단점이 더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그를 신임했고 적지않은 시간동안 전자랜드에서 기회를 받으며 버티었으나 트레이드로 가세한 박찬희, 백업가드 김지완의 성장에 더해 신인 김낙현이 치고 올라오면서 2019년 KCC로 무상 트레이드되고 만다. 트레이드 후에도 별다른 활약은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 박성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99경기 출전 평균 5.5득점, 1.4리바운드, 2.3어시스트, 0.6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09년 10월 21일 안양 KT&G전 = 23득점 / 3점슛 성공 ☞ 2009년 12월 19일 창원 LG전 = 6개 / 어시스트 ☞ 2010년 2월 27일 원주 동부전 = 10개 / 리바운드 ☞ 2013년 10월 13일 창원 LG전 = 6개 / 스틸 ☞ 2015년 9월 20일 서울 삼성전 = 4개

아쉬운 1순위 박성진과 함께 전체적인 선수층의 질과 양에서 혹평을 받고있는 2009년 드래프트이지만 좋은 선수가 아예 배출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1라운드 2순위, 8순위로 오리온스가 뽑은 허일영(37‧195cm)과 김강선(36‧190cm)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롱런 플레이어로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허일영은 현재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있는 서울 SK의 주전급 슈터로 활약하고 있으며 김강선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고양 캐롯의 핵심멤버중 한명이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슈터로 불리고있는 허일영과 수비와 활동량에 더해 외곽슛 능력을 갖추고있는 김강선은 지도자들이 좋아할만한 선수다.


확실한 특기가 있어 두루두루 쓰임새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유형인데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성실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오리온스 팬들은 둘다 원클럽맨으로 팀과 함께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서로 행보가 엇갈린 상태다. 허일영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떠났으며 끝까지 오리온스에 남아있던 김강선은 팀이 매각되고 새로운 팀으로 창단하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캐롯의 경제난이 겹치며 이래저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일영은 어떻게하면 자신이 팀에 보탬이 되는지를 잘아는 선수다. SK에서도 볼없는 움직임을 기반으로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통해 간판스타 김선형의 조력자를 자처하고 있으며 김강선같은 경우 캐롯의 창단 첫 주장으로 선임되었을만큼 리더십이 좋고 후배들에게 신망이 높다.
 

 

◆ 허일영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556경기 출전 평균 9.3득점, 3.6리바운드, 0.8어시스트, 0.7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8년 1월 20일 안양 KGC전 = 34득점 / 3점슛 성공 ☞ 2018년 11월 17일 안양 KGC전 = 7개 / 어시스트 ☞ 2020년 12월 16일 안양 KGC전 = 6개 / 리바운드 ☞ 2014년 10월 14일 서울 SK전 = 11개 / 스틸 ☞ 2019년 10월 5일 안양 KGC전 = 4개

◆ 김강선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530경기 출전 평균 4.3득점, 1.2리바운드, 0.8어시스트, 0.5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09년 12월 18일 울산 모비스전 = 22득점 / 3점슛 성공 ☞ 2023년 1월 27일 수원 KT전 = 7개 / 어시스트 ☞ 2011년 10월 26일 안양 KGC전 = 7개 / 리바운드 ☞ 2010년 1월 17일 서울 삼성전 = 7개 / 스틸 ☞ 2023년 3월 9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 4개

변현수(37‧185cm)는 좋은 수비에 더해 빠른 돌파와 슈팅 능력까지 갖추고있어 주전은 몰라도 식스맨으로서 롱런이 기대되는 선수였다. 하지만 일찌감치 스스로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하던 시절 소집해제를 5개월 정도 앞두고 횡령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은퇴후 동료 농구선수에 대한 협박으로 경찰에 붙잡히는 등 농구 팬들 사이에서 소문난 악당 캐릭터로 박제되어버리고 말았다.

◆ 변현수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120경기 출전 평균 7.2득점, 2.4리바운드, 2.9어시스트, 0.9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1년 1월 27일 부산 KT전 = 24득점 / 3점슛 성공 ☞ 2012년 2월 24일 서울 SK전 = 6개 / 어시스트 ☞ 2010년 11월 7일 부산 KT전 = 10개 / 리바운드 ☞ 2012년 2월 4일 서울 SK전 = 8개 / 스틸 ☞ 2012년 10월 24일 안양 KGC전 = 3개

미들슛이 일품이었던 스트레치 빅맨 김우겸(36‧196cm)은 SK의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마쳤다. 주로 식스맨으로 활약했던 탓에 성적 자체는 대단해보이지 않지만 오랜시간 동안 한팀에서 꾸준히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는 알짜 선수였음을 알 수 있다.

◆ 김우겸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79경기 출전 평균 2.1득점, 1.1리바운드, 0.2어시스트, 0.2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7년 1월 17일 부산 KT전 = 22득점 / 어시스트 ☞ 2017년 11월 19일 안양 KGC전 = 3개 / 리바운드 ☞ 2015년 11월 18일 고양 오리온전 = 8개 / 스틸 ☞ 2015년 12월 1일 안양 KGC전 = 2개

◆ 김종근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11경기 출전 평균 1.8득점, 0.7리바운드, 1.1어시스트, 0.3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5년 9월 27일 부산 KT전 = 15득점 / 3점슛 성공 ☞ 2015년 9월 27일 부산 KT전 = 3 / 어시스트 ☞ 2010년 10월 26일 전주 KCC전 = 8개 / 리바운드 ☞ 2015년 10월 3일 서울 삼성전 = 5개 / 스틸 ☞ 2010년 11월 6일 대구 오리온스전 = 3개

◆ 김명훈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18경기 출전 평균 2.1득점, 1.4리바운드, 0.2어시스트, 0.2스틸, 0.1블록슛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0년 3월 2일 서울 SK전 = 16득점 / 3점슛 성공 ☞ 2014년 10월 15일 안양 KGC전 = 4개 / 어시스트 ☞ 2010년 3월 4일 부산 KT전 = 4개 / 리바운드 ☞ 2013년 2월 5일 안양 KGC전 = 8개 / 스틸 ☞ 2014년 12월 25일 서울 SK전 = 2개

◆ 박진수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64경기 출전 평균 1.4득점, 1.6리바운드, 0.3어시스트, 0.3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3년 2월 6일 고양 오리온스전 = 9득점 / 어시스트 ☞ 2013년 2월 2일 부산 KT전 = 4개 / 리바운드 ☞ 2012년 11월 10일 서울 삼성전 = 10개 / 스틸 ☞ 2012년 11월 15일 부산KT전 = 3개

◆ 송수인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79경기 출전 평균 0.9득점, 0.9리바운드, 0.8어시스트, 0.3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09년 11월 10일 원주 동부전 = 13득점 / 어시스트 ☞ 2010년 2월 20일 안양 KT&G전 = 5개 / 리바운드 ☞ 2010년 2월 20일 안양 KT&G전 = 6개 / 스틸 ☞ 2010년 1월 26일 대구 오리온스전 = 2개

◆ 이상일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38경기 출전 평균 1.5득점, 0.8리바운드, 0.2어시스트, 0.2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0년 12월 22일 서울 SK전 = 9득점 / 어시스트 ☞ 2012년 2월 17일 인천 전자랜드전 = 1개 / 리바운드 ☞ 2010년 12월 25일 대구 오리온스전 = 5개 / 스틸 ☞ 2011년 11월 10일 원주 동부전 = 2개

박성진은 고향 김해에서 유소년 농구단을, 박대남은 스킬트레이닝 전문센터 스킬팩토리를 운영중에 있다. 김종근은 스킬 트레이너로, 김명훈은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 전력분석원으로 재직중이다. 김보현은 목포대, 군산고 등에서 코치로 있다가 은희석 감독의 부름을 받고 삼성에서 프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상태다. 이상일은 지난 시즌까지 KCC에서 매니저, 전력분석원 등으로 활동한바 있으며 김우겸은 한양대 코치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특유의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남자 전태풍

앞서 언급한데로 2009년에는 신인드래프트, 2군드래프트, 혼혈드래프트가 열렸는데 그중에서 혼혈드래프트에 대한 관심은 단연 뜨거웠다. 국내선수와 차별되는 플레이 스타일에 각각의 스토리까지 알려지며 연일 화제가 됐다. 혼혈 선수중 최고의 시선을 받은 선수는 단연 전태풍(미국명 토니 애킨스‧42‧179cm)이었다.


직전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을 정도로 국내 무대에서 뛰고싶은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는데 그로인해 진작부터 각 구단의 이목을 끌었다. 신장은 작았지만 전태풍에 대한 각 구단의 관심은 상당했다. 명문 조지아공대 출신에 러시아, 프랑스, 터키, 폴란드, 크로아티아, 그리스, 불가리아 등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지라 더 이상 검증이 필요없는 특급 포인트가드였다.


게임조율은 물론 빼어난 개인기를 앞세운 득점력도 발군이었다. 주전 1번에 아쉬움을 가지고있던 전주 KCC 역시 전태풍을 간절히 원하는 팀중 하나였지만 당시 허재 감독은 추첨장에서 마음을 비울 수 밖에 없었다. 순서상 가장 마지막인 10번째에 걸려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드래프트 운이 좋기로 소문난 허감독이라도 이것만큼은 어려워보였다. 그런 가운데 기적이 일어났다. 앞의 9개팀이 모두 쾅을 뽑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만화에서나 볼듯한 KCC와 전태풍의 만남이었다.


전태풍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볼 핸들링과 다양한 개인기 등에 있어서는 당시 국내 탑가드들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거기에 운동능력과 스피드까지 발군이었던지라 1대1에서는 단신 외국인선수급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시야, 패싱센스, BQ 등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때문에 컨디션이 좋을 때는 그야말로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서 게임을 지배해버렸으나 반대의 경우에는 이른바 역귀로 돌변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성격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경기장에서는 다혈질적인 부분도 강했던지라 흥분하게되면 감정을 주체하지못하며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발생했다.


한마디로 개인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팀 플레이에 아쉬움이 있었고 감정에 자주 휩쓸리는 기분파 선수였다고보면 된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던지라 적당히 풀어주면서 기분을 맞춰주면 더 잘할 유형이었으나 상당수 지도자들은 그를 특정 틀안에 가두어놓은채 변화를 요구했다. 여기에 대해 전태풍은 선수 생활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은퇴후 밝힌바 있다. 

 


전태풍은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로도 주목을 끌었지만 밝고 유쾌한 캐릭터로서의 이미지를 쌓아나가며 KBL 인기상승에도 한몫 거들었다는 평가다.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지라 팬들이 느끼는 친근감도 상당했다. 이를 입증하듯 전태풍은 KBL 데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단어는 물론 문장 사용 등에서 적지않은 실수를 범하며 당황스러운 장면도 많이 연출됐지만 꿋꿋하게 특유의 위트를 곁들여 한국무대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려고 노력한 모습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그만큼 어머니의 나라를 사랑했고 본인도 최선의 행보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팬들 또한 그의 진심을 아는지라 전태풍이 말실수를 범해도 오히려 친근하게 느끼는 분위기였다.


은퇴후 한동안 전태풍은 하승진의 조언에 따라 예능에 집중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예능도 좋지만 전태풍의 기술이 아깝다. 후배들을 성장시키는데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당사자 전태풍 역시 마찬가지였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도 깊었던 그는 예능에 출연하면서도 누구보다 농구에 목말라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즐겁게 농구를 가르쳐주고싶어했고 얼마 전부터는 농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 크게 대대적으로 하기보다는 본인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조금씩 시간을 두고 늘려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 토니 애킨스(전태풍)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425경기 출전 평균 10.7득점, 2.4리바운드, 4어시스트, 1.1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0년 10월 30일 대구 오리온스전 = 37득점 / 3점슛 성공 ☞ 2015년 10월 30일 서울 삼성전 = 5개 / 어시스트 ☞ 2012년 12월 29일 서울SK전 = 13개 / 리바운드 ☞ 2014년 11월 23일 전주 KCC전 = 9개 / 스틸 ☞ 2018년 11월 3일 안양 KGC전 = 6개
 


제대로 터진 1, 2, 3순위와 달리 아쉬움에 그친 4, 5순위

2순위 이승준(미국명 에릭 산드린‧45‧205cm) 또한 1순위 전태풍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구 오리온스에서 뛰고 있던 이동준(미국명 다니엘 산드린‧43‧200cm)의 형으로 잘 알려져 있었으며 직전 시즌 울산 모비스에서 외국인선수로 뛰며 평균 11.75점 6.63리바운드를 기록한 바 있다.


이승준의 최대 장점은 운동능력이었다. 엄청난 탄력을 앞세워 윈드밀 덩크, 앨리웁 덩크 등을 손쉽게 찍어대는 탄력을 자랑했으며 외곽슛 능력도 겸비하고있어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포인트가드가 아쉬웠던 허감독마저 1순위 지명을 놓고 그와 전태풍 사이에서 고민했을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리그에서의 이승준은 잘하기는 했지만 외국인선수급 지배력을 가져가지는 못했다.


BQ가 떨어진다는 혹평 속에서 수비시 약점을 자주 노출했고 크고 작은 부상이 겹치며 운동능력도 조금씩 떨어져갔다. 하지만 국가대표로서의 그는 달랐다. NBA에서 이름높은 선수들을 상대로도 기죽지않고 쇼타임을 펼쳤을 정도로 존재감이 상당했다. 서장훈의 하락세 이후 김주성과 함께 대표팀 골밑을 지켰는데 활약상이 대단했던지라 전태풍, 문태영 등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혼혈선수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 에릭 산드린(이승준)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54경기 출전 평균 13.9득점, 7.2리바운드, 2.1어시스트, 0.6스틸, 0.9블록슛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1년 10월 27일 원주 동부전 = 33득점 / 3점슛 성공 ☞ 2011년 2월 26일 전주KCC전 = 8개 / 어시스트 ☞ 2012년 11월 14일 안양 KGC전 = 8개 / 리바운드 ☞ 2011년 12월 17일 서울 SK전 = 29개 / 스틸 ☞ 2013년 3월 9일 울산 모비스전 = 4개/ 블록슛 ☞ 2013년 2월 11일 고양 오리온스전 = 5개

드래프트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드래프트의 또 다른 승자는 LG다'는 말이 나왔다. 문태영(미국명 그레고리 스티븐슨‧45‧194cm)때문이다. 1, 2순위인 전태풍, 이승준같은 경우 기량 등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였다. 반면 3순위 문태영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태풍, 이승준 못지않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 내외곽을 오가며 안정적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자원이었다. 특히 미드레인지가 일품이었으며 한국 국적 최초의 KBL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팀 팬들을 제외한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않았다. 캐릭터에서 전태풍, 이승준 만큼 개성이 튀지도 않았을 뿐더러 적지않은 시간 동안 국내에서 뛰었음에도 한국어를 거의 하지못해 한국계라는 느낌을 주지못한 이유가 컸다.

◆ 그레고리 스티븐슨(문태영)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553경기 출전 평균 15.2득점, 5.8리바운드, 2.3어시스트, 1.3스틸, 0.3블록슛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1년 1월 9일 안양 한국인삼공사전 = 43득점 / 3점슛 성공 ☞ 2018년 11월 6일 안양 KGC전 = 6개 / 어시스트 ☞ 2015년 2월 5일 부산 KT전 = 9개 / 리바운드 ☞ 2010년 2월 13일 서울 삼성전 = 17개 / 스틸 ☞ 2014년 10월 24일 서울 삼성전 = 8개 / 블록슛 ☞ 2012년 2월 4일 서울 SK전 = 4개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나간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 등과 달리 원하준(미국명 케빈 미첼‧43‧ 183.7cm)과 박태양(미국명 크리스 밴‧37‧179.2cm)은 별다른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혼혈드래프트에 많은 관심이 쏠렸던 배경에는 국내 선수들을 압도하는 신체능력과 테크닉을 기대한 부분이 컸는데 원하준과 박태양은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급은 커녕 한팀의 주전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노출했다.


현역시절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태풍과 이승준은 국내에 완전히 정착한 상태다. 전태풍은 은퇴후 국내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최근 농구교실을 오픈했다. 여자 프로농구 스타 김소니아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이승준은 은퇴후 3대3농구 선수로 활약하는 등 꾸준하게 농구와의 인연을 이어나갔는데 최근 조선대 코치로 합류하며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문태영은 미국에서 고등학교 코치생활을 하고있으며, 국내리그에서 뛰던 당시 소속팀과의 재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며 계약서상 선수 의무 사항을 위반한 이유로 KBL측으로부터 5년간의 선수자격 정지 처벌을 받았던 원하준, 박태양의 근황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 케빈 미첼(원하준)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0경기 출전 평균 2.9득점, 0.8리바운드, 1.2어시스트, 0.4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0년 1월 23일 전주 KCC전 = 8득점 / 3점슛 성공 ☞ 2010년 3월 7일 부산 KT전 = 1개 / 어시스트 ☞ 2009년 11월 14일 울산 모비스전 = 5개 / 리바운드 ☞ 2009년 11월 15일 인천 전자랜드전 = 3개 / 스틸 ☞ 2009년 11월 14일 울산 모비스전 = 2개

◆ 크리스 밴(박태양)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7경기 출전 평균 2.6득점, 1.1리바운드, 0.4어시스트, 0.3스틸 ​
⁕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0년 1월 24일 대구 오리온스전 = 11득점 / 3점슛 성공 ☞ 2010년 2월 14일 서울 SK전 = 1개 / 어시스트 ☞ 2010년 1월 24일 대구 오리온스전 = 2개 / 리바운드 ☞ 2010년 1월 24일 대구 오리온스전 = 5개 / 스틸 ☞ 2010년 1월 24일 대구 오리온스전 = 2개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표필상 농구클럽 제공​​, KBL 제공

​​#이미지편집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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