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km→146km' 구속까지 잃어가며 수정한 슬라이드스텝...옳은 결정이었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최근 LG 정우영(24)은 가장 오랜 시간 훈련을 하는 선수다. 그의 곁에는 항상 김광삼 코치가 함께한다. 정우영은 김광삼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슬라이드스텝 수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자 김광삼 코치가 고무 밴드를 이용해 투구판을 밟는 정우영의 디딤 발을 잡아준다. 정우영은 이렇게 투구 연습을 한 뒤 김광삼 코치를 앉혀놓고 고무 밴드 없이 실전 투구를 해본다.
2019년 2라운드 2차 15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정우영은 매년 진화를 거듭하며 패스트볼 구속을 꾸준히 상승시켰다. 2019년 투심(싱커)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3.3km, 2020년 144.8km, 2021년 146.7km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벌크업을 하며 최고 구속 157km까지 찍었다. 2022년 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무려 151.5km였다.
지난해 정우영의 싱커는 알고도 못 치는 마구로 통했다. 그는 싱커와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 피치 투수였으나 싱커의 구위가 워낙 좋다 보니 다른 구종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지난해 싱커 비율이 무려 92.4%로 사실상 원 피치 투수였다. 포심 패스트볼뿐 아니라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 다른 변화구는 단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 싱커 하나만 던져 지난 시즌 67경기(58이닝) 2승 3패 35홀드 평균자책점 2.64로 활약하며 홀드왕에 올랐다.
그 정도로 그의 구위는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구속을 증가시키기 위한 느린 슬라이드스텝 때문에 도루 허용이 많았고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끝에 슬라이드스텝 수정에 들어갔다. 김광삼 코치와 함께 변화를 시도한 끝에 2주 만에 슬라이드스텝이 1.33초~1.40초로 짧아졌다. 수정 후 확실히 도루 허용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구속 저하로 인한 밋밋한 구위가 문제였다.
올 시즌 정우영의 성적은 13경기 3패 6홀드 평균자책점 4.22 지난 시즌 홀드왕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숫자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무려 1.44다. 가운데만 던져도 못 친다는 싱커가 동네북이 됐다. 퀵모션 수정이 역효과를 낸 것인지 구속은 줄었고 피안타율을 늘었다.
지난해 최고 구속 157km까지 찍었지만 올 시즌은 146km에 그치고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했던 볼끝도 지난해보다 밋밋해져 정타로 맞아 나가는 타구가 늘었다.
그래서 정우영은 경기 전 고무 밴드를 이용해 변화된 슬라이드스텝에서 짧게 힘을 쓰는 방법을 터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큰 동작으로만 힘을 쓰는 스타일이었는데 짧게 힘을 쓰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한다.
정우영은 하루빨리 잃어버린 구속과 무브번트를 되찾아야 한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타자를 상대하기 벅차 보인다.
[경기 전 김광삼 코치와 함께 슬라이드스텝 수정을 하고 있는 정우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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