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시선에 움찔, 압도적 크기에 흠칫…괴물, 도로에 떴다 [시승기]
653마력·3t 넘는 무게·압도적 디자인
‘스포츠 플러스’ 모드선 영락없는 괴물
컴포트 모드선 PHEV 장점 부각
V8 엔진 장착한 고성능차지만
세련되고 고급 내부 디자인으로
가족용 SUV로도 손색없어
BMW 뉴 XM(이하 XM) 시승차를 받으러 가는 길. 내 머릿속엔 이 생각만 가득했다.
최고출력 653마력, 공차중량 2750kg, 거대한 사이즈(전장 5110㎜·전폭 2005㎜·전고 1755㎜)까지 모든 게 괴물이란 수식어에 어울렸다. 뿐만 아니라 제로백(정지상태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 4.3초, 새롭게 개발된 4.4ℓ M 트윈파워 터보 V8 가솔린 엔진, 2개의 터보차저, 2억2190만원의 가격 그리고 우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외관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 하나 XM에 대한 경계를 누그러뜨릴만한 요소는 없었다.
BMW M의 M은 모터스포츠(Motorsport)를 의미하지만, 운전자에겐 ‘몬스터(Monster)’일 뿐이다.
‘크아아앙!’. 시동을 거니 거대한 괴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승차를 수령한 지하 6층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내내 XM은 내게 이리 외치는 것 같았다. “고작 너 같은 애송이를 태우려고 내가 만들어진 줄 알아? 더 밟든지 자신 없음 내리든지!” 식은땀이 흘렀다. 여포도 관우도 아닌 주제에 겁 없이 적토마에 올라탄 무명의 병사가 된 기분이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수입 브랜드 중 하나다 보니 BMW라는 이유만으로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에서 받는 느낌)을 느낄 일은 드물지만, XM은 달랐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횡단보도 건너며 쳐다보는 시민들 시선을 먼 산을 보며 애써 피해야했다.
또 XM은 엄청난 크기와 3t 훨씬 넘는 총중량 때문에 주차용 승강기를 탈 수 없다. 그러다보니 지상에 주차해야 되는데, 신차인데다 시선을 강탈하는 외관 때문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MBTI 중 주목 받는 걸 못 견뎌하는 INFP 등은 피해야할 차량이다.
스피커는 세계적인 오디오 제조사인 영국의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가 만들었다. 이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으며 ‘M 라운지’라 부르는 넓은 공간의 일체형 뒷좌석에 앉으면, 독특한 디자인의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일루미네이티드 헤드라이너’라 부르는 XM의 알칸타라 소재 천장은 3차원의 프리즘 구조 형태로 돼있으며, 100개의 LED를 활용한 조명(앰비언트 라이트) 색깔을 바꾸는 것만으로 차량 내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색깔 종류도 아이보리·시트러스·골드·라임·파파야·코랄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러면서 시장에 제시한 판매가격이 2억2000만원이다. 이는 전동화 모델인 벤츠 EQS SUV(최대 1억8540만원)나 역시 대형 SUV인 BMW X7(최대 1억8000만원) 보단 비싸고, 람보르기니 대형 SUV ‘우루스’(2억9000만원)·벤틀리 벤테이가(최대 3억원) 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다. 고급 브랜드 SUV 중 가격대가 비슷한 차종으로는 마세라티의 준대형 SUV인 르반떼(최대 2억4000만원)가 있다.
끝으로 여담이지만, 사실 XM이란 모델 이름은 프랑스의 시트로엥이 먼저 사용했다. 따라서 BMW는 XM이란 모델명을 사용하기 위해 시트로엥과 신사협정을 맺었다. 시트로엥 XM은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생산된 준대형 해치백·왜건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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