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장사 잘하는 '페 사장', 한국 '정면조준'

성수영 2023. 5. 2. 08: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컬렉터들이 '페 사장'이라고 부르는 인물이 둘 있습니다.

프랑스 기반의 갤러리 페로탕을 운영하는 엠마뉴엘 페로탕, 독일 기반의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하비에르 페레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페레스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유력 갤러리들이 포진한 이 동네에 갤러리를 여는 게 꿈이었다"고 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일 기반의 페레스프로젝트
프랑스 기반 페로탕갤러리
한국 시장에 잇따른 구애
하비에르 페레스 대표(오른쪽)가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 컬렉터들이 ‘페 사장’이라고 부르는 인물이 둘 있습니다. 프랑스 기반의 갤러리 페로탕을 운영하는 엠마뉴엘 페로탕, 독일 기반의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하비에르 페레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둘 다 성의 첫 글자가 ‘페’로 시작하기에, ‘김 사장, 박 사장’하듯이 농담 삼아 애칭처럼 페 사장이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엠마뉴엘 페로탕 사장을 '페 사장'이라고 부른 박서보 화백의 SNS 게시물. /박서보 화백 인스타그램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갤러리스트라는 점 외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한국 진출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겁니다. 페로탕은 지난해 강남에 ‘페로탕 도산 파크’를 개관했습니다. 1호점인 삼청점에 이어 두 번째 지점입니다. 한국의 유력 갤러리 중에서도 2호점을 보유한 곳은 드물다는 점, 건물 임대료 등을 생각해 보면 파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겁니다.

이에 질세라 다른 페 사장, 페레스 대표도 최근 삼청동에 2호점을 개관했습니다. 작년 4월 서울 신라호텔 지하에 1호점을 연 지 딱 1년 만인데요. 그만큼 한국에서 장사가 잘된다는 뜻이겠지요. 페레스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유력 갤러리들이 포진한 이 동네에 갤러리를 여는 게 꿈이었다”고 했습니다.

공간은 전체 4층 공간에 2개 층은 전시장으로, 나머지 2개 층은 사무실 용도입니다. 전시 공간만 440㎡(약 134평)에 달합니다. 원래 갤러리 운영을 염두에 두고 지은 건물이라 전시에도 적합하다는 설명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개관전으로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1996년생 영국 작가 씨씨 필립스의 ‘워킹 더 인-비트윈’. 작가는 미대를 나오지 않았고, 2020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씨씨 필립스(왼쪽).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키는 화풍이 인상적입니다. 페레스 대표는 “필립스는 인종·성적 소수자로서 자신이 바라보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그의 작품에는 수많은 미학적 의미가 담겨있어 오랜 시간 계속해서 공부하듯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씨씨 필립스의 'I Spy a Stranger'. 페레스프로젝트 제공

2층에서 열리는 그룹전 ‘더 뉴, 뉴’에는 라파 실바레스, 오스틴 리, 조지 루이, 파올로 살바도르, 에밀리 루드비히 샤퍼, 안톤 무나르 등의 구상회화가 나왔습니다.

안톤 무나르의 'Deja, déjate muerto en el tiempo'. 페레스프로젝트 제공

전시를 보면서 국내 미술품 컬렉터들의 저변이 최근 폭발적으로 확대됐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갤러리들이 앞다퉈 한국에 지점을 열고 신진 작가의 소품부터 거장이 그린 대작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는 건, 그만큼 잘 팔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한편으로는 ‘중소규모 국내 화랑들이 더 어려워지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유명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지점이 우후죽순 생기면 동네 식당에는 손님이 줄어드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중소규모 화랑들이 이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바꿀지, 파고를 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는 자신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