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트레이드의 유산… 키움은 다 계획이 있다, 리그가 인정하는 생존 비법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키움은 2022년 4월, 오랜 기간 팀의 안방을 지켰던 박동원(33‧LG)을 놓고 KIA와 트레이드 협상을 벌였다. 기본적으로 포수가 급했던 KIA가 박동원을 원했고, 포수로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한 박동원도 이적을 선호했다. 키움은 대신 내야 유틸리티 자원인 김태진,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그리고 현금 10억 원을 받았다.
당장의 전력 보강은 KIA가 이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키움이 이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박동원은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잡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금 10억 원은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연봉을 책임질 수 있는 꽤 큰돈이었다. 여기에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은, 2차 지명 당시로 따지면 2차 1라운드 지명권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키움이 2023년 신인드래프트 지명 계획을 미리 세워두고 있었다. 김태진과 10억 원도 중요하지만, 결국 키움이 트레이드에 응한 건 2라운드 지명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동원과 이지영이 점차 30대 중반으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신인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두 명의 포수를 지명하겠다는 전략이 있었기에 이 트레이드에 응했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는 포수 선수층이 괜찮았다.
실제 드래프트 시장 파악을 모두 끝낸 키움은 그 예상대로 움직였다. 1라운드 전체 6순위에서 원주고 김건희를 지명한 것에 이어, KIA의 순번이었던 2라운드 전체 12순위에서 충암고 포수 김동헌을 호명했다. 당시 사정을 잘 기억하는 한 관계자는 “김동헌은 1라운드 지명 이야기가 오간 선수는 아니었지만, 3라운드까지 갈 선수는 아니었다. 결국 키움이 12순위에서 김동헌을 뽑았다”면서 “키움의 원래 2라운드 지명 순위(16순위)에서 뽑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박동원 트레이드로 원하는 것을 이뤄낸 셈이다.
키움은 박동원 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김동헌은 올해 1군에서 경험을 쌓으며 쑥쑥 성장하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동헌이 기본적으로 좋은 자질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 중계도 보고, 캠프가서도 훈련을 하는 것을 봤는데 딱 엄마 스타일이다. 포수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면서 “조용하지는 않다. 워낙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라고 성향에도 높은 점수를 내렸다.
지난해 LG 스카우트로 재직한 김용의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 또한 김동헌이 고교 시절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재목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위원은 “(지명 대상자) 포수 중에서는 디펜스가 가장 좋았다. 스카우트들이 블로킹은 물론 전체적인 움직임도 많이 보는데 고3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송구력을 보여줬다. 베이스 위에 잘 던졌다. 공격은 김범석(LG)이 워낙 어마어마했지만 수비는 엄형찬(캔자스시티)와 더불어 두 선수가 가장 좋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눈치도 빠르고 상황 파악도 빠르다. 성격도 빼는 게 없다. 스카우트로서는 팀에서 뭔가를 요구했을 때 바로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면서 “거침이 없고, 상황 판단력도 굉장히 좋다. 파이팅도 좋은데 연차가 쌓이면 더 대단해질 것이다. 야구 관계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박동원 트레이드의 유산으로 앞으로 팀의 10년을 책임질 포수를 뽑은 키움은 다시 그 기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시즌 뒤 KIA와 트레이드 당시 주효상을 보내는 대신 202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6순위 지명권을 가져왔다. 그리고 최근 삼성과 트레이드 당시에는 김태훈을 보냈지만 내야수 이원석과 전체 24순위 지명권을 함께 얻었다. 이로써 키움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전체 30순위 내에서 무려 5장의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키움의 성향상 2024년 신인드래프트의 전체적인 상황 판단은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상위 30명 내에서 팀이 필요한 선수 5명을 뽑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두 차례 트레이드에 차례로 임했다고 보는 게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키움은 모기업이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다른 구단과 달리 재정 구조상 큰돈을 들여 대형 FA를 사기는 어렵다. 내부에서 성장한 대형 FA를 지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올 시즌 뒤에는 간판타자인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모두가 키움의 전력 약화를 예상한다. 이 시점에서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을 상위 지명자들은 키움의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키움은 다 계획이 있고 그 계획대로 갈 수 있는 실행력이 있다. 어쩌면 이게 이 팀의 가장 큰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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