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의 거장' 김두수 "포크음악의 매력은 무한한 자유로움이죠"
"물방울이 대자유의 바다로 가듯 우리의 삶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 방울의 물이 흘러 강으로 흐르고, 끝내는 큰 품인 대자유(大自由)의 바다로 가듯이 우리 생의 길도 더 넓고 큰 품을 향해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 포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가수 김두수는 2일 정규 7집 '류목' 발매를 기념한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생의 길을 여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삶은 곧 여행이라는 그의 말처럼 8년 만에 나온 그의 새 앨범은 '떠내려온 나무'(流木)라는 음반명부터 3번 트랙 '방외자'(方外者), 5번 트랙 '무정유'(無情遊·얽매이지 않음), 6번 트랙 '바람은 쉬이 자지 않는다' 등 전체적으로 떠돎과 방랑의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
사실 이번 앨범 자체가 2019년 유럽 7개국 투어 도중 녹음해 귀국 후 완성한 것이다. 프랑스 메스, 포르투갈 포르투, 체코 프라하 등에서 작업했다는데, 그야말로 '길 위에서 부른 노래들'인 셈이다.
김두수는 "여행의 일환이라고 여겨 앨범 녹음에 대한 압박을 크게 가지지 않아 오히려 심도 있고 자연스러운 심상을 담을 수 있었다"며 "특히 파두(Fado·포르투갈의 음악 장르)의 발상지 포르투갈에서 만난 파두 기타리스트와의 교감은 특별한 추억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 새 앨범은 2020년 초에 완성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등 안팎의 사정으로 2∼3년 정도 지연이 됐다"고 덧붙였다.
앨범에 수록된 두 영어곡 가운데 하나인 '스프레딩 더 넥타 어라운드 더 랜드'(Spreading the nectar around the land) 역시 유럽 여행길에서 만든 곡이다. 스코틀랜드의 시인 앨러스데어 캠벨의 시에 그가 노랫말을 붙였다. 캠벨이 주관하는 음악제에 두어번 참가하면서 친구가 되어 캠벨이 시를 보내오면 김두수가 곡을 붙이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전했다.
그는 앨범명과 동일한 4번 트랙 '류목'에서 떠내려온 죽은 나무에 '꽃들이 피었다'고 노래했다. 죽음과 생이 교차하는 장면을 제시하며 '생(生)과 멸(滅)의 노래를 다시 되뇌어야하네'라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김두수는 "'류목'은 길을 잃고 떠내려온 우리 시대와 문명을 은유한 것"이라며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기계, 정보, 무자비한 자본에 의해 대다수의 인간은 더욱 왜소해지고 규격화된다. 그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과 환경 파괴는 더욱 교묘해지고 심화해 되돌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류목이 떠내려온 '상실의 늪'이 언젠가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리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앨범을 여는 첫 트랙 '겨울해'는 첼로와 아코디언이 묵직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쓸쓸하고 차가운 감정이 돋보인다.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보고 시선을 가진 '어느 우주적인 존재의 눈동자'를 떠올렸다고 했다.
김두수는 "겨울 하늘의 해는 그 스산함으로 인해 또 다른 특별한 감상이 생겨나게 한다"며 "첼로와 아코디언은 기타와의 어울림이 좋아 녹음이나 공연에 즐겨 동반하는 악기"라고 소개했다.
김두수는 1986년 '시오리길'과 '귀촉도'가 수록된 1집으로 데뷔해 '약속의 땅', '보헤미안', '청보리밭의 비밀'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2년 발표한 4집 '자유혼'이 2018년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서 62위에 선정되는 등 김두수는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한국 포크 음악의 명맥을 이어왔다.
그는 '명반'의 조건을 묻는 말에 "시대가 기억하는 음악이 되려면 역시 그 시대의 보편적인 정서가 담겨야 한다"면서도 "4집 '자유혼'은 그런 기준에는 미흡하다고 생각되지만, 평자와 청자가 관대히 봐줬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번 앨범 역시 무심하고 쓸쓸하거나(겨울해), 깨끗한 톤이 돋보이거나(산노을), 활발한 느낌이 마치 찰랑거리는 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등(류목) 보컬과 가사를 제하면 하나의 훌륭한 기타 연주 음반으로 듣기에도 손색이 없다.
김두수는 포크 기타의 매력으로 "오래 곁에 두고 연주해도 다시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고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포크 음악의 매력이라면 기타 한 대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이야기든 노래할 수 있다는 '무한한 자유로움'입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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