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 재무 "6월1일에 부채한도 도달"…디폴트 경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으면 정부의 채무를 지불할 수단들이 오는 6월1일에 모두 소진된다고 1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이는 미국 정부와 월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점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세수를 새로 추정한 결과 "정부가 모든 지불 의무를 계속해서 이행할 수 없는 시점을" 잠재적으로 6월1일로 앞당길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부채한도 적용을 중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미국 재무부가 이날 내놓은 재정 소진 시점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것이다. 골드만삭스만 해도 이번 주에 새로 내놓은 추정치에서 재정 여력이 소진되는 날짜를 7월 말로 예상했다. 다만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혀 이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 4대 지도자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과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매카시 하원의장,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부채한도 증액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9일에 백악관 회동을 제안했다.

의회 예산국(CBO)도 이날 부채한도가 상향 조정되지 않을 경우 재정이 소진되는 시점을 오는 6월 초로 앞당겼다.

CBO의 필 스와겔 이사는 "지난 4월까지 걷힌 세수가 CBO가 지난 2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기 때문에 재정이 오는 6월 초에 바닥날 위험이 훨씬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 두 달 동안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하원에서 부채한도 증액안을 아무런 조건 없이 통과시켜야 한다며 매카시 의장과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부채한도 증액을 대가로 정부 지출에 대한 전면적인 삭감을 요구해왔다.

옐런 재무장관의 서한은 부채한도를 높이고 정부 지출을 줄이는 공화당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지 일주일도 안돼 매카시 하원의장에게 전달된 것이다.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내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해 막판에 법안을 수정했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화당이 "하원을 용납할 수 없는 매우 극단적인 입장에 가둬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높이고 여야를 더 멀리 갈라놓고 있다"며 공화당 법안을 찢어버렸다.

골드만삭스는 지금까지 부채한도 이슈가 시장에 별다른 파장을 미치지 않았으나 "재무부가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구체적인 마감 시점을 공표한 만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