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렇게까지?” 정말 궁금하다면 [기자의 추천 책]

나경희 기자 2023. 5. 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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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다 보면 '이게 지금 현실일까' 싶을 때가 있다.

이 부서 저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전화를 돌리다 어느새 통화 대기음을 따라 흥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들을 때, 자식 잃은 부모가 손톱으로 땅을 긁으며 통곡하는데 하늘은 시퍼럴 때, 열차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땅을 기어가는 장애인들에게 쌍욕을 퍼부으면서 질서정연하게 그들을 피해 갈 때.

"왜 저렇게까지 해?" 이게 지금 현실일까.

내 기사는 저들이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왜 실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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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꼽은 인생 책. 최근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을 소개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소개됩니다.
〈전사들의 노래〉
홍은전 지음
오월의봄 펴냄

취재를 하다 보면 ‘이게 지금 현실일까’ 싶을 때가 있다. 이 부서 저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전화를 돌리다 어느새 통화 대기음을 따라 흥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들을 때, 자식 잃은 부모가 손톱으로 땅을 긁으며 통곡하는데 하늘은 시퍼럴 때, 열차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땅을 기어가는 장애인들에게 쌍욕을 퍼부으면서 질서정연하게 그들을 피해 갈 때.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이 지하철 타려고 이준석이랑 싸운 일’ 정도로 기억하는 출근길 지하철 투쟁은 놀랍게도, 동시에 놀랍지 않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때 고작 두세 번 취재를 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종종 질문을 받는다. “왜 저렇게까지 해?” 이게 지금 현실일까. 내 기사는 저들이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왜 실패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

올해 4월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에 맞춰 출판된 이 책은 하나의 답이다. 맨 앞줄에서 장애인 투쟁을 이끌어온 박길연, 박김영희, 박명애, 이규식, 박경석, 노금호의 이야기를 구술사로 풀어냈다. “반평생을 집 안에 갇혀 있었다”로 시작해서 “어디든 갔고 어디든 갈 거다”로 끝나는 이야기다. 그저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충실하게 돌파해온 기록인데, 읽고 나면 왜 저들이 지하철을 타야만 하는지 이해가 된다. “왜 저렇게까지 해?”라는 질문은 오히려 그들을 태우지 않고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를 향해 묻게 된다.

책이 생각보다 두툼해 보여 선뜻 읽기 망설여진다면 맨 뒤에 실린 사진과 사진 설명부터 훑어보면 된다. “이날 바닥을 기어가는 행위는 ‘구걸하는 신체’가 아닌 ‘싸움하는 신체’가 되어 비장애인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멈춰 세웠다.” 책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말인데, 역시 다 읽고 나면 이해가 된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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