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여진 남았다”...규제강화로 침체 심화 불가피
미국 최대은행 JP모간체이스에 예금 전액과 자산 대부분이 넘어가며 위기가 일단락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발 위기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일(이하 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 자산 인수 발표 직후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이로써 은행위기는 이제 사실상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러나 이날 밀큰연구소 주최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이 비록 구제되기는 했지만 시장이 안도할 상황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최대 투자자 컨퍼런스 가운데 하나인 밀큰연구소의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퍼스트리퍼블릭 붕괴에 따른 여진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시장도 이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직후 같은 대규모 혼란은 아니었지만 주식시장 흐름은 좋지 않았다.
상승세로 출발한 뉴욕증시는 보합권의 약세로 마감했고, 특히 은행주들은 하락한 종목들이 많았다.
캘리포니아에 근거지를 둔 지역은행 웨스트팩은 11% 폭락했고, 자이언스 뱅코프는 4% 급락했다.
지역은행 주식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역은행 ETF(KRE)는 2% 넘게 하락했다.
밀큰연구소 컨퍼런스에 참석한 유명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 여파로 은행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기준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경제에 더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용자산 1조2000억달러 규모 자산운용사인 PGIM의 데이비드 헌트 CEO는 “비록 오늘 아침에는 안도의 한 숨이 나왔지만…실제로는 이제 미 경제에 미칠 충격파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헌트는 우선 은행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강화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특히 상당수 지역은행들이 그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새 규정들은 은행들을 상당히 옥죄게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지역은행들은 사실상 미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돈 줄을 쥐고 있다. 비록 대형은행들보다 덩치는 작지만 기업과 가계 대출 대부분이 이들 지역은행에서 이뤄진다.
헌트는 이 같은 규제 강화로 경제에 신용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면서 이제 총수요에 진정한 둔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다른 주요 투자자들도 은행 대출기준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신용공급이 줄면서 미 경제가 하강하더라도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로 대응에 나설 여력이 크지 않다고 우려했다.
일부 투자자는 연준이 3일 0.25%p 금리인상을 끝으로 금리인상을 멈춘 뒤 연내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시장 전망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캐런 카뇰-탐부르는 지난 30, 40년 간의 연준과는 완전히 다른 연준을 예상해야 한다면서 이전 같은 경기침체 구원투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미 은행 붕괴에도 불구하고 정책 당국이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오르기예바 총재는 이번 은행위기에 앞서 ‘불필요한 규제완화’가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위기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정책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없다면서 결국 또 다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주말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추진한 은행 규제완화가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면서 은행 규제 경각심이 느슨해지면서 연준 역시 감시와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시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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