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아내 "쿠데타, 母 총 맞는 꿈 꾸는데…남편, 왜 우냐고"

이은 기자 2023. 5. 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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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방송 화면


미얀마 인플루언서 아내가 쿠데타 발발로 인해 생긴 불안함을 호소했다.

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결혼 6년차 미얀마 출신 찬찬과 김민수 씨가 출연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만났다.

이날 방송에서 아내는 자신의 마음에 공감을 못 해주는 남편에 대한 불평을 토로했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 결혼을 계획 중인 한국-미얀마 커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는 만나기로 한 카페로 가는 중 남편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이야기하는 중 끼어들어 농담하는가 하면 "(아내는) 미얀마 가면 '모힝가' 많이 먹어야 한다"며 "감옥 가게 되면 많이 먹어야 한다"고 장난을 쳤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내 찬찬은 "한국에서 (감옥 가는걸) '콩밥 먹는다'고 표현하듯이 '모힝가'는 감옥에서 많이 먹고, 그런 표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아내는 "난 선생님이고 작가다. 오빠는 학생들 앞에서 날 망신시킨다"고 나무랐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방송 화면

이후 아내와 남편은 미얀마 제자를 만나 함께 식사했다.

아내는 제자에게 "너 얼마 전에 미얀마 들어갔다 오지 않았냐. 어땠냐. 공항 들어갔을 때 안 무서웠냐"고 현지 상황을 물었다.

제자는 "느낌이 안 좋다. 뭐가 없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미얀마 가면 여기 한국에 또 못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위험하니까. 잡아갈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라며 탄식했다.

미얀마는 현재 쿠데타가 발발한 지 2년이 지난 상황. 제자는 "우리 반 친구 마을도 불태웠다. 다른 데 가서 살고 있다. (친구) 어머니는 불 지르니까 뛰어가서 (도망가다) 죽었다고 그랬다. 아빠만 남아서 아빠도 그것 때문에 병원에 다니고"라고 지인의 피해를 설명했다.

아내는 "처음에 선생님이 뉴스에 많이 나오지 않았냐. 사람들이 나한테 매일 밤 문자 보냈다. 그런 사진들을 받고 '저한테 또 이렇게 제보가 왔다'고 방송국에 이야기해야 이 사실이 다 세상에 나오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아내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사람들이 언론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니까 많이 (내게) 의지를 하는 거다. '우리 지역에 이런 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거나 몰래 찍은 영상이나 사진 같은 걸 저한테 제보해 줬다. 그런 걸 신문에서 기사로 나가든 언론에서 방송으로 나가든 그 역할을 계속해오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저는 (쿠데타) 그 사태 벌어지고 바로 다음 날부터 한국 언론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서류를 본 적 있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데 남편이 계속 말로 부채질했다. '왜 우냐. 울어서 해결될 일이냐' 이런 식으로"라며 남편을 향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아내는 "나는 내 나라 상황이고 남편이 나한테 말이라도 따뜻하게 '그래서 그것 때문에 힘들구나' 그런 걸 원했다. 다른 말로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왜 우냐고' 이런 식으로. 나는 이야기할 데도 없는 거고 그런 상황은 느껴본 사람만 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던 남편은 "운다고 해결될 게 없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거다. 울면 뭐 하냐. 해결이 안 되는데"라며 변명했다.

아내는 "나는 내 마음대로 울 수도 없냐. 공감 안 해준다는 이야기다"라며 덧붙였고, 제자는 "가끔 사람은 울어야 마음이 풀어진다"라며 아내에게 공감했다.

아내는 "울지 말라고 하고. 왜 우냐고. 울어서 해결이 안 된다고 소용없는 일이라 하고. 엄청 힘들었다. 나는 어디 가서 이야기하냐. 나랑 같이 한집에 사는 남편도 이해를 못 해주는데. 공감 못 해줬는데. 내가 원했던 건 그냥 위로다"라고 털어놨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방송 화면


이후 아내와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서도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싸움으로 끝났다.

아내는 "임신, 출산하고 육아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오가질 못했다. 그런데 쿠데타가 터지지 않았냐. 맨날 울고불고, 언제라도 우리 부모님 잡아서 죽여버렸다는 소리 들을까 봐 맨날 휴대폰 손에 쥐고 잔 거 기억 안 나냐"며 불안을 호소했다.

이어 "쿠데타 터지고 바로 다음 날부터 한국 뉴스 나와서 이야기해 줄 수 없냐고 해서 해줬다. 사람들 때문이다. 나서니까 어떻게 됐냐. 사람들이 '엄마 죽었고, 아빠 죽었다'고 하고 그런 사진들도 다 보내주고, 난 그런 것도 다 봐야 했다. 해줘야 하니까. 내가 불면증 생기고 불안증 생기고 밤마다 무슨 꿈 꾸는지 아냐. 밤에 어디 누가 쳐들어와서 우리 엄마 등에 총 쏘고 그런 꿈을 꾼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나 남편은 "장인 장모님 다 한국에 계시는데 왜 그런 꿈을 꾸냐"며 "왜 남의 나라 일이냐. 외가댁 일이다. 다 이해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국 아내는 공감해주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자리를 피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 대해 "마음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남편은 생각, 마음, 행동을 잘 구별 못하는 것 같다. 수용, 수긍, 인정을 통한 공감을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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