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MIT에 의대가 없는 이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3. 5. 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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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미국의 MIT쯤 되면 당연히 의과대학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 하버드의대, MIT공대는 각각 세계 최고다.

하버드가 사실상 공대를 단념했기 때문에 MIT는 의대를 두지 않았다.

이 과정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양쪽 교수진의 지도를 받을 뿐만 아니라 MIT의공학부와 하버드의대에 모두 소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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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미국의 MIT쯤 되면 당연히 의과대학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없다. 그 이유는 MIT와 하버드의 복잡한 관계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하버드는 공대, MIT는 의대가 없기로 사실상 서로 양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버드의대, MIT공대는 각각 세계 최고다.

우선 하버드에는 공대가 없다고 아는 사람들도 있고 MIT가 하버드 공대라고 아는 경우도 있다. 하버드에도 공대가 있기는 한데 존재감이 작다. 2007년에야 출범했다. 이전에는 단과대학이 아닌 학부 규모였다. 1904년에 공학부를 MIT에 넘기려고까지 했다. 1914년에 재차 MIT와의 합병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하버드 교수들 일부가 MIT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연구기자재들이 MIT로 옮겨지기도 했다. 두 학교의 이사회는 합병안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그러자 공학부에 큰 재산을 기부한 매케이 패밀리가 합병이 기부자의 의사와 합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언장 해석 소송을 제기했다.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기술학교에는 대학의 일반적인 문화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기부자가 애당초 MIT가 아닌 하버드에 기부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패밀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부금을 놓치기 싫었던 하버드는 공대를 다시 열었다. 그러나 공대는 인문사회대의 일부로 편성되어서 2007년까지 인문사회대 내에 있었다. 하버드가 사실상 공대를 단념했기 때문에 MIT는 의대를 두지 않았다.

1970년에 하버드와 MIT는 공동으로 하버드-MIT HST(Health Sciences Tech)라는 의과학-공학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양쪽 교수진의 지도를 받을 뿐만 아니라 MIT의공학부와 하버드의대에 모두 소속된다. HST는 그래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저명한 의과학자 양성기관이다. 학위는 하버드가 수여하는 MD나 MIT가 수여하는 PhD를 받는다. 유명 졸업생으로 나사의 우주인이었던 바비 새처도 있다. 정형외과 의사인 동시에 화공학자다. MIT는 연구형 중점병원(MIT Medical)도 운영한다.

이 HST 졸업생들이 중부와 서부로 진출해 캘리포니아대를 중심으로 HST를 본뜬 바이오메디컬 명문들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 동-중-서부에 걸쳐 형성된 이른바 바이오밸리를 탄생시킨 주역들이다.

남부도 자극받아 텍사스대 주도로 의료와 바이오산업을 크게 키웠다. 휴스턴 소재 텍사스의대 앤더슨 암센터는 세계 최고, 최대의 암센터다. 암 연구와 치료 분야에서는 하버드와 존스홉킨스를 앞서간다. 학생들은 HST와 유사하게 MD/PhD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초대형 바이오 클러스터가 휴스턴시 남부 지역에 자리 잡고 약 60개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서 10만명이 넘는 의료인력이 일한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을 진료하고 250억달러를 벌어들인다. 국내에도 매출이 30조원 안팎인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서울의대 이정상 교수는 HST와 휴스턴의 성공 사례가 학교들뿐 아니라 주 정부의 조정, 지원과 의회의 장기간 후원에 힘입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의료서비스의 확충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언론과 주민들의 열렬한 성원도 따랐다. HST가 보여주듯이 상호 경쟁보다는 협력이 성공의 열쇠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인재들이 모두 의사가 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좋은 일이지만 일할 인구도 감소하는데 재정부담 대책이 문제다. 국가에서 병원이 저수가로 진료만 하고 돈은 벌지 못하게 해서 그렇지 국내 대형 대학병원들은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세계 최고의 바이오 연구소다. 자료와 정보의 디지털화도 끝냈다. 기왕이면 최고 인재들이 그쪽으로도 기여하게 하면 좋겠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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