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차(茶) 올림픽, 반달곰도, 최참판댁도 웃는다
영호남 통합산소통 하동 세계차엑스포
야생이라 순수한 지리산 자락 건강여행
체험할 우전차 엑기스, 그야말로 약(藥)
반달가슴곰 86마리 복원한 생명의 땅
사랑의 동정호, 청학동 고조선 도시는 덤
한국관광의 별, ‘놀루와’ 조만간 재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하동은 야생이라 순수하다. 대한민국 화합의 상징, 화개장터가 있는 곳.
지리산이 청정 생태를 자랑하며 영·호남 통합 산소통 역할을 하고, 심산구곡에서 필터링 된 옥수가 섬진강 굽이굽이 흘러내리며 강변 백사장, 삼각주 섬 등 풍경화를 그려놓았다. 섬진강 백사장에선 한국관광의 별이 된 ‘놀루와’의 인문학놀이가 머지 않아 재개된다. 하동은 공인된 청정 에코여행지 세계슬로시티이다.
하동의 야생은 생명이다. 멸종됐던 우리의 토종 반달가슴곰이 가장 건강한 하동 의신마을에서 부활했다. 그리고 구례와의 공조로, 곰이 곰 답게 크도록 돕는다. 우리가 반달곰돌이 곰순이를 너무도 사랑하는 만큼, 그들이 우리를 너무 좋아하면 야생에서 살 수 없기에, 애써 냉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
▶천년 차= 차(茶) 고을은 많지만, 하동의 차는 야생이라 ‘본질적으로’ 싱싱하다. 지리산 물이 상류를 지나 중류로 달음박질 치는 곳, 화개동천 좌우의 산들에선 야생차가 자란다.
순애보 임금으로 알려진 신라 흥덕왕은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페르시아 카페트 수입은 한때 금지했지만, 건강 차에 관한한 적극적이었다. 당에 사신으로 간 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오자 진감선사를 통해 시험재배지로, 가장 건강한 지역 지리산 화개동천을 선택했다. 이곳엔 대렴공의 차가 시배됐다는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남다른 건강차, 반달가슴곰이 부활한 한국관광의 별, 하동에서 오는 4일부터 6월3일까지 하동세계차엑스포가 열린다. 하동야생차박물관, 스포츠파크, 화개동천 야생차마을 등지에서 펼쳐진다.
하동세계차엑스포는 차(茶) 분야 세계 최초의 정부인증 국제행사이다. 하동 차 농가만의 행사가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올해 가볼만한 문화관광이벤트로 선정하고, 공동조직위원장에 경남도지사가 나서는 국가적 이벤트이다. 여러나라가 참가하는 ‘다(茶)올림픽’이다.
▶마음은 만수르= 하동 야생차는 여행을 떠나게 하는 중요한 고리다. 세계차(茶)를 체험할 수 있는 ‘찻잔 들고 세계여행’, 단체별 특색있는 다례 시연 및 찻자리를 선보이는 ‘다함께 차차차’, 차를 좋아하는 20~40대 청년 차(茶)인들을 중심으로 젊은 차(茶) 문화를 경험하는 ‘와글와글차(茶)회’, ‘차(茶)시배지 투어’, ‘TEA 캠핑’ 등 여행을 한다. 티클래스, 하동녹차명상도 한다.
우리 차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보여주고, 국민참여형 체험도 늘렸다. 차(茶) 천년관, 웰니스관, 한국산 야생차의 세계화를 꾀하는 산업 융복합관 전시, ‘차인 큰잔치’, 차를 활용한 음식과 다식을 개발하는 세계 티푸드 경연대회가 이어지고, 티 베이커리·전통 다식·녹차꽃 만들기 등 체험을 한다.
산업융복합관에는 한국 85개사, 해외 9개국 10개사가 참여한다. 경남도는 스포츠파크, 섬진강 수변공원, 쌍계사, 화개복합행정타운, 궁도장 등에 임시주차장 5802면을 확보했다. 이웃마을 전남 광양에서 표를 대량구입하는, 착한 입도선매를 해 훈훈함을 더한다.
차 만드는 사람과 차밭 인근 농가에서 티토크도 한다. 잭살,모과,돌배,유자 등 다과를 곁들여, 한밭제다, ‘마음만은 만수르’라는 만수네차, 발효차의 혜림농원, 엄마의 젓맛(油味) 유로제다, 크로스오버 차로 유명한 무애산방 등 10여곳이 신촌마을 등지를 무대로 다담(茶談)을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항암제 약(藥)인 우전차 엑기스도 이때 마신다.
▶반달가슴곰= 하동 차 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생명의 의신마을이 있다.
반달곰 멸종이후 2001년에 시작한 복원 사업 결과, 2004년 첫 아이가 지리산에서 태어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86마리가 자연번식을 했고, 이 마을에는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한 모녀 곰이 사람 같은 정서로 최다희 사무장 등의 보호 속에 산다. 이웃 고을 호남의 구례 종복원과 함께 복원과 야생적응훈련,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반달곰 보호를 함께 했다.
이곳에서 보호받는 ‘산(지리산)’과 ‘강(섬진강)’은 모녀지간이다. 지능지수 90으로 매우 영민하다. 탐방단은 “어, 나 보다 IQ가 높은데?”라면서 반달곰의 지혜에 놀란다. 간식거리인 배를 던져주면 잘 받아먹다가 더 안주면 높은 나무구조물 놀이터 난간 끝에 한쪽 팔로만 몸을 지탱한채 더 달라고 한다. 이들이 이곳에 온 것은 곰들의 세계에선 안타까운 일이다. 방사할 무렵 설사병에 걸려 사람의 보호를 받다보니 야생성을 상실한 것이다.
모녀가 함께 있는 공간에 배를 던져주면, 엄마는 계속 딸에게 양보했다. 가만히 보니 딸의 덩치가 조금 더 커보인다. 그러다가 네댓번째 배가 떨어졌을때엔 딸이 양보한다. 엄마는 움찔 하다가 딸의 양보를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먹는다.
반달곰 야생성 확보률 즉 성공률은 97.7%. 물론 퇴소(3년간 엄마 슬하 성장 및 야생성 훈련 후 방사)된 지 얼마 안된 곰 중에는 여전히 등산객 주변에서 뭔가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곰이 곰 답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절대 친한 제스처를 하거나 먹을 것을 주면 안된다고 최 사무장은 간곡히 당부한다. 의신마을 베어빌리지는 하루 2회 40분씩 개방한다. 입장료는 3000원이고, 예약자에 한해 회당 30명이 본다.
이곳은 지리산 V자 계곡 출렁다리를 건너야 도착하는데, 꽃과 신록, 청정 옥수가 빚어내는 3색 하모니가 멋진 절경을 연출한다. 교양 넘치는 줌마렐라와 지성미 넘치는 서울 아재께서 출렁다리에서 비틀거리는 모습 또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동 가볼만한 곳= 하동에는 가볼만한 곳이 참 많다.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최참판댁-서희-길상 비슷한 스토리를 들은 바 있던 박경리 선생이 그 이야기를 ‘토지’로 집필해볼까 생각하던 중, 지리산에 놀러왔다가 1969년 악양면 벌판을 보고 “바로 여기다”라면서 소설의 세부 글감들을 모두 챙겼던 곳.
참판의 고택이 있어서 글의 영감을 받은게 아니라, 박경리의 토지가 나오면서 최참판댁과 마을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라 이채롭다. 그는 가셨지만, 오늘도 문학관앞에서 사랑의 동정호와 축구장 200개 크기의 악양평야를 굽어보고 있다.
방문객의 기분을 상큼하게 전환해주는 지리산 불일폭포, 상계사, 스타웨이 하동 전망대의 정취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첫 공룡알화석지도 있다. 공룡도 출산하기 좋은 곳으로 점찍었던 하동이다.
단군 연방제국 도시로 복원한 청학동 ‘삼성궁’, ‘며느리 (돌아오는) 전어길’이 있는 술상해변, 노량대첩의 뭉클한 역사 자취, 섬등갤러리 등등 차 마시러 왔다가 많은 보너스를 가져가는 곳이다.
‘토지’에서 질곡의 세월, 크게 한번 웃지 못하던 윤씨부인도 이런 하동을 보고 미소를 되찾았을 것이다. “길상아, 손님들 오신다. 어서 가서 맞거라~.”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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