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숨바꼭질하듯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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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89세인데 지금도 '박물관' 세 글자가 들리면 귀가 번쩍 뜨여요. 이렇게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책을 한번 써보고 싶었죠."
이난영 전(前)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우리 박물관 계에 살아있는 '전설' 같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영원한 박물관인(人)인 그가 오랜만에 박물관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이 전 관장은 고령에도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경주박물관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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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박물관계의 '전설'…"박물관은 살아 숨 쉬는 공간, 함께 즐겼으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내 나이가 89세인데 지금도 '박물관' 세 글자가 들리면 귀가 번쩍 뜨여요. 이렇게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책을 한번 써보고 싶었죠."
이난영 전(前)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우리 박물관 계에 살아있는 '전설' 같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1957년 국립박물관에 발을 들인 그는 1993년까지 약 37년간 한 길을 걸었다.
우리나라 '여성 고고학자 1호', '여성 학예사 1호', '여성 학예연구관 1호' 등 각종 기록의 주인공도 바로 그다. 1986년 경주박물관장이 됐을 때는 '최초의 여성 국립박물관장' 타이틀도 얻었다.
영원한 박물관인(人)인 그가 오랜만에 박물관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가 '친정'처럼 느끼며 가장 사랑한다는 경주박물관 이야기다.
이 전 관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나이가 나이인 터라 몇 년간 병원을 드나들었다. 몸이 좋아질 때마다 몇 장씩 쓰다 보니 3∼4년 정도 걸린 것 같다"며 웃었다.
올해 3월 출간된 '박물관에서 속닥속닥'(진인진)은 그의 말대로 쉽고, 편하게 쓴 책이다.
딱딱한 주제 대신 '신라 제일의 미인은 어떠했을까', '신라인은 무엇을 먹었을까', '신라인은 어디에서 살았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문화유산과 역사를 설명하는 식이다.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을 하나하나 찬찬히 설명하면서도 때로는 샛길로 빠지기도 한다. 전직 박물관장이라는 직함을 던지고 마치 '박물관을 좋아하는 할머니'가 된 듯 자유롭게 쓴 탓이란다.
"예전에 조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가 유물을 찬찬히 설명해준 적이 있어요. 속닥속닥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주변 관람객들이 모여 귀 기울이더라고요.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웃음)
이제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약 10년 만에 내는 책이니만큼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작년에 몸이 좀 안 좋았다. 그동안 쌓인 원고를 보면서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힘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고 편하게 쓴 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틀렸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나하나 확인했다. 개인적인 의견도 철저하게 배제하고 정확한 내용만 담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묻자 이 전 관장은 "순서대로 읽지 말라"고 했다.
"앞부분부터 순서대로 읽으려 하지 말고 재미있는 주제를 찾아서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토우를 보고 호기심이 생기면 박물관에 가서 토우를 찾으면 되지요. 마치 숨바꼭질하듯이요."
이 전 관장은 고령에도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경주박물관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만 내가 썼을 뿐이지 책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건 국립경주박물관 덕분"이라며 "까다로운 일이었을 텐데 직원들이 제 일처럼 도판 목록을 정리하고 도와줘서 책이 나왔다. 책이 나온 것 자체로 행복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물관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그에게 박물관은 어떤 공간일까.
이 전 관장은 "박물관은 살아 숨 쉬는 공간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곳"이라며 "이 책이 일상이나 틀에서 벗어나 박물관을 재미있는 곳으로 여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박물관에서 일하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요즘 박물관에 가보면 나처럼 기계에 약한 사람들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나 같은 할머니가 가도 쉽게 볼 수 있고, 불편함이 없는 그런 공간이 돼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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