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앞다퉈 내놓은 '청년펀드'… 용두사미 그치나
[편집자주]자산운용업계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이어 반등 조짐을 보이던 국내외 증시가 다시 변동성이 커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를 잇달아 선보이는가 하면 투자 접근성을 높인 다양한 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를 앞다퉈 판매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업계 1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선두 경쟁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① 운용사 앞다퉈 내놓은 '청년펀드' 용두사미로 그치나
② 채권 ETF에 4조원 뭉칫돈… ETF 훈풍에 운용사 몸집 키운다
③ 미래에셋·삼성운용, ETF 점유율 5%p… 격차 뒤집힐까
금융당국이 올해 청년층 자산 형성을 위해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청년소장펀드)'를 선보이면서 관련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운용사들은 큰 폭의 세제 혜택을 부여해 납입 금액의 최대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준수한 수익률에도 혜택 대비 위험이 크고 공제받는 금액도 적어 청년들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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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기준 자산운용사 14곳에서 총 25개의 '청년 펀드' 상품을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한화자산운용 5종 ▲KB자산운용 4종 ▲신한자산운용 4종 ▲미래에셋자산운용 3종 ▲DB·IBK·NH아문디·다올·마이다스에셋·트러스톤·하나UBS·한국투자밸류·우리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 각 1종 등이다.
청년 펀드는 투자처에 따라 크게 채권형, 주식형, 혼합형으로 나뉜다. 공통적으로 펀드 자산 총액의 40% 이상을 국내 상장 주식에 투자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나머지 60%는 펀드를 출시한 금융사마다 다르며 각각 다른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청년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의 경우 주식형 펀드를,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지수 추종 상품이나 배당주 상품이 적합하다.
펀드 출시 이후 지난 한 달간의 수익률도 대체로 좋은 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4월25일 기준 운용한 지 1개월이 넘은 운용사 청년소장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평균 3.97%로 나타났다. 25개의 청년 펀드 중 한 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신한자산운용의 '신한K컬쳐' 한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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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청년 펀드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환매할 경우 그동안 소득공제로 감면받은 세액 한도에서 저축 납입액의 6.6%만큼을 징세하게 된다. 소득공제 혜택을 지속하기 위해선 한번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3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출시된 청년 펀드의 설정액은 총 9억9200만원에 그쳤다. 그나마 가장 인기가 높은 펀드는 KB자산운용의 'KB지속가능배당50'으로 설정액 4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설정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DB헬스케어청년형소득공제 등은 설정액이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주식 비중이 40%가 넘는 만큼 연말정산 환급액으로 얻는 이익보다 주가 움직임에 따라 더욱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12월31일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펀드 특성상 그 이후에는 소득공제 혜택을 유지하면서 다른 소장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금융 지원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청년펀드가 다른 정책 대비 매력도가 떨어지고 오는 6월 출시를 앞둔 청년도약계좌로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납입액이 70만원인 5년 만기 적금 상품으로 매월 40만~70만원의 적금을 납입하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청년도약계좌와 청년 펀드 동시 가입도 가능하지만 두 상품을 가입하고 최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120만원씩 납입해야 하는 만큼 여윳돈이 많지 않은 청년 입장에서는 동시 가입은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MZ(밀레니얼+Z세대) 투자자의 경우 공격형 투자자 비중이 높은 편인데 만기가 3년인 데다 코인과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하기는 사실 역부족"이라며 "원금이 보장되고 연 10%대 금리 효과가 있는 청년희망적금과 비교했을 때도 큰 매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서진 기자 seojin07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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