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지각변동 예고…신라, 롯데 따라잡나
인천공항 떠나는 롯데 "해외·온라인·시내 강화"
최근 발표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새 사업자를 두고, 국내 면세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하게 됐고 만년 2위 신라가 1위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년 사업자 결정
관세청은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DF1(향수·화장품·주류·담배) 구역과 DF3(패션·액세서리·부띠끄) 구역에 선정됐다. 신세계면세점의 운영사 신세계디에프는 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구역과 DF4(패션·액세서리·부띠끄) 구역을 낙찰받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5(부띠끄) 사업자에 선정됐다. 모든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 사업권인 DF8과 DF9 구역은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가 차지했다.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오는 7월부터 최대 10년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이번 입찰전은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차례 유찰이 이어지다가 3년 만에 재개된 데다 계약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임대료 산정 방식도 '고정 최소보장액'(고정 임대료)에서 여객당 임대료로 완화됐다. 이 덕분에 경쟁도 치열했다. 1차 심사에서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과 중국 국영 면세업체 CDFG가 탈락하기도 했다.
승자와 패자의 속내
신라와 신세계 등 입찰 성공 업체들은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엔데믹 본격화로 해외 여행객이 늘면 공항 면세점이 제대로 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어서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인천공항 국제여객은 1143만 명으로 전년 대비 952.6% 증가했다. 앞으로 연말까지 최대 5300만 명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하반기부턴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과 중국 간의 항공편이 주 100회까지 늘어나면 국제여객 회복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에 경쟁에서 패한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전략적 패배'라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 등 시장 환경이 변한만큼 보수적 판단을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출국장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감소세다. 2014년 30.2%에 달했지만, 2019년 13%까지 하락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투자 예정 재원으로 △온라인 면세점 강화 △시내 면세점 관광객 유치 △해외 사업장 확장을 통해 인천공항 면세점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6월 인천공항 면세점을 철수하면서 임대보증금 2400억원을 환급받게 된다.
남은 관전 포인트
관심은 향후 업계 순위 변화다.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 순위는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순이다. 관전 포인트는 신라가 롯데를 추월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두 업체 간의 매출 차이는 1조원 정도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세계 1위에 올랐던 공항면세점이다. 2019년 당시 매출만 3조원에 달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롯데와 신라의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라면세점은 이 기회를 십분 이용하겠다는 분위기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성을 발판으로 파잉 파워(구매력)를 강화하고 글로벌 면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후발주자 행보도 관심거리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입찰로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를 판매하는 '알짜' 매장을 손에 넣게 됐다. 이는 신세계의 면세점 진출 이후 처음이다. DF5를 차지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그룹의 강점인 명품을 필두로 영향력을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당장 올해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내년부터는 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따라 업체 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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