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글로벌 해결 과제 가시밭길… 노조는 엇박자

박찬규 기자 2023. 5. 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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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또 현대차그룹 발목 잡는 노조 리스크③]노조도 미국 등 무역장벽 도입 배경 이해·경쟁자 재설정 필요

[편집자주]현대자동차그룹 생산직 노조가 올해도 심상치 않은 행보를 예고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앞두고 '정년연장' 카드를 들고 나와 회사의 무조건적 수용을 강요할 태세다. 지난해는 가까스로 무분규 타결로 매듭지었지만 기아 노조가 자동차 평생 할인을 내건 이른바 '평생 사원증' 제도를 앞세워 회사를 압박해 갈등을 빚었다. 다시 돌아온 임단협의 계절에 현대차그룹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팽팽한 기싸움을 예고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북미 전기자동차 시장 공략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노조의 엇박자 행보가 글로벌 넘버원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사진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다시 돌아온 임단협의 계절… 팽팽한 기싸움 예고
②'철밥통' 귀족노조 비판에도 주기적인 생떼
③글로벌 해결 과제 가시밭길, 노조는 엇박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 'EV6' 가 유럽·미국·일본 등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받지만 현대차그룹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주요 시장의 무역장벽에 대응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강경한 노조와의 협상도 마무리 지어야 해서다.


IRA가 막고 노조는 발목 잡고


자동차업계는 가장 서둘러 대응해야 하는 것으로 'IRA'를 꼽고 노조도 해당 제도의 도입 배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을 앞세워 자국의 자동차 산업 부흥을 노리고 있다. 미국 '빅3' 자동차회사로 꼽히는 제네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는 이미 미국 중심의 전동화전략을 세우고 바이든 정부와 발걸음을 맞췄다. 불필요한 공장은 매각하고 수 천명을 감원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사진제공=현대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인 자동차산업 관점에서 경제 회복을 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미래 먹거리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차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핵심 부품은 물론 소재, 원산지까지 따져 구매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자국 산업은 키우고 전기차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견제하겠다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IRA의 불똥은 현대차와 기아로 튀었다. 테슬라·GM·포드 등의 전기차 16종과 PHEV 6종 등 총 22종이 세액공제 대상에 선정됐지만 현대차와 기아 차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미국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이 배터리 원산지 문제로 제외된 건 의외였다.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1분기 유럽(EU-EFTA-UK) 판매는 현대차 13만3622대(7.6% 증가), 기아 14만8571대(2.2% 증가) 등 총 28만2193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판매량은 4.7% 늘었지만 점유율은 9.8%에서 올해 8.7%로 1.1%p 떨어졌다.

기아 광주공장. 쏘울 EV의 제작과정. /사진제공=기아
현대차그룹 올해 노사 임단협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과 품질은 물론 물량경쟁까지 예고한 상황"이라며 "전기차 생산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선 다양한 제품을 적기에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만들고 전기차를 조립해 판매하는 시점인 2025년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라며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노조가 협조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노조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었고 무분규 협상 타결로도 이어졌다"며 "성실히 협상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교수 /사진제공=권용주 교수
현대차와 기아의 노조를 바라보는 소비자 시각은 곱지 않다. 사회 통념상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를 협상 카드로 꺼내 들자 노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노조의 요구가 현실성이 떨어진 배경과 함께, 앞으로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Q. 노조 요구가 과거보다 한층 지나치다는 평이 나온다.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근로자는 돈 많이 받고 일은 적게 하고 싶어하는 반면 회사는 돈 적게 주고 일 많이 시키고 싶어하는데 그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회사는 미래를 보면서 가자는 입장인데 근로자는 현실도 중요하다. 그 사이에서 오가는 요구는 '사회의 상식'이라는 수준이 지켜지면 된다.

Q. 노조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어떻게 보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다. 회사의 미래를 자신의 미래와 동일시 하는 게 과거 세대지만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은 그렇지 않다. 회사에 뼈를 묻을 것도 아니고, 회사가 평생 고용도 보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입장 차이는 어쩔 수 없다.

Q. 미래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상황에 노사 관계 발전을 위해선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나
최저임금이 올라갈수록 공장 자동화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국내 일자리 줄어드니까 늘려달라는 건데 전환 외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원가 비용은 국가마다 다르다. 노조도 국가 간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경쟁사의 해외공장은 라이벌이 아니다. 같은 회사의 해외 공장이 라이벌이다. 노조는 생산경쟁을 해야 하고, 회사는 판매경쟁을 한다. 이 점을 서로 혼동하면 안 된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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