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한다, 그리고 잘해야 한다” 절실한 정상빈의 각오 [MK인터뷰]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5. 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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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킥을 차기 위해 우측 코너로 가던 그는 자신의 등번호 11번이 새겨진 교체판을 보더니 말없이 그대로 라인을 벗어났다. 경기장을 떠나며 관중들의 박수에 화답하는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기회를 주시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감독님께 감사하다.” 1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의 알리안츠필드에서 열린 FC댈러스와 홈경기를 0-0 무승부로 마친 뒤 만난 정상빈(21)은 덤덤한 표정으로 이날 경기를 되돌아봤다.

시즌 세 번째 선발 출전이었지만, 모두 90분을 채우지 못했다. 아드리안 히스 감독은 “아직 90분을 소화할 능력이 되지않는다”며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상빈은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어야한다는 각오로 낯선 MLS의 문을 두드렸다. 사진=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공식 트위터
지난 시즌의 여파다.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과 계약 이후 시즌 스위스 슈퍼리그 그라스호퍼에 임대됐던 그는 낯선 무대에서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며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는 그가 또 다른 낯선 무대에 도전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그는 유럽 도전은 잠시 접어두고 ‘뛰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낯선 MLS의 문을 두드렸다.

새로운 무대, 새로운 팀에서 시작한 이번 시즌 일단 출발이 좋다. “계속해서 올라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체력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히스 감독도 “계속해서 더 좋은 상태가 되가고 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그가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며 조만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기회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신다고 했지만, 그 기회는 내가 잘했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내가 못하면 언제든 기회를 받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잘해야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MLS 무대는 그에게 낯설기만하다. “각자 리그만의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은 그는 “한국은 한국, 스위스는 스위스만의 특성이 있다. 이곳만의 특성은 내가 와서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다. 이제 5경기 정도 뛰었는데 더 많은 팀들과 경기를 해보고 경험을 해봐야 알 거 같다.”

MLS는 아직 세계 축구계에서 변방 취급을 받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3시즌 현재 29개 팀이 참가하는 리그로 발전했다. 유럽에서 은퇴를 앞둔 스타들이 넘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젊은 유망주들이 유럽 진출전 눈도장을 받는 무대이기도하다. 앞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뛴 이후 유럽 무대로 진출한 황인범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상빈의 마음 한구석에도 유럽 무대 재도전에 대한 생각이 자리하고 있을 터. 그는 “선수 입장에서 누구나 유럽이나 빅리그를 가고싶어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이 팀의 일원으로서 이 팀의 승리에 도움이 돼야한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생각”이라며 지금은 소속팀을 신경 쓸 때임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진출이나 이런 것은 내가 잘했을 때 알아서 따라오는 것이다. 지금은 잘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일단은 꾸준히 뛰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태극기를 들고 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이 보이기도했다. 많은 팬들, 특히 그의 친정팀인 수원 삼성을 응원하는 팬들이 이역만리에서 고군분투중인 그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저는 이곳에서 계속 경험하며 발전하고 있다”며 팬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시즌 K리그1 최하위로 떨어진 수원에 실망하고 있을 팬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지금 수원이 쉽지가 않다. 아직 무승이다. 그래도 나는 형들을 믿는다. 수원 팬분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다면 다시 일어설 거라 생각한다. 내가 뛸 때도 후반기에 11경기 무승인 적이 있었다. 그거 한 번만 버텨내고 승리하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세인트 폴(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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