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임단협의 계절… 현대차 노사 팽팽한 기싸움 예고

김창성 기자 2023. 5. 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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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또 현대차그룹 발목 잡는 노조 리스크①] 노조 '정년연장' 카드 제시에 봉합된 위기 다시 수면 위

[편집자주]현대자동차그룹 생산직 노조가 올해도 심상치 않은 행보를 예고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앞두고 '정년연장' 카드를 들고 나와 회사의 무조건적 수용을 강요할 태세다. 지난해는 가까스로 무분규 타결로 매듭지었지만 기아 노조가 자동차 평생 할인을 내건 이른바 '평생 사원증' 제도를 앞세워 회사를 압박해 갈등을 빚었다. 다시 돌아온 임단협의 계절에 현대차그룹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팽팽한 기싸움을 예고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북미 전기자동차 시장 공략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노조의 엇박자 행보가 글로벌 넘버원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대차그룹 생산직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도 심상치 않은 행보를 예고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은 2020년 열렸던 현대차 노사 임단협 협상 모습. /사진=현대차
▶기사 게재 순서
①다시 돌아온 임단협의 계절… 팽팽한 기싸움 예고
②'철밥통' 귀족노조 비판에도 주기적인 생떼
③글로벌 해결 과제 가시밭길, 노조는 엇박자
현대자동차그룹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생산직 노조와의 대립이 우려되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시기가 다시 돌아와서다. 노조는 '정년연장' 카드를 내밀며 벌써부터 강경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임단협은 무분규 협상으로 타결했지만 올해 임단협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생 車 할인 내세웠다 역풍


현대차그룹 노조는 '귀족노조'라 불린다. 대중의 시선으로 볼 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국내 생산 시설을 중단시켜서라도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대차그룹 노조의 거센 입김에 생산라인은 늘 가동 중단 우려를 떠안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임단협도 결과적으로는 무분규 타결이었지만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을 비롯해 ▲경영성과급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지급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기아 노사의 합의안은 ▲기본급 9만8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경영성과급 200%+4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지역경제 활성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지급 ▲수당 인상 위한 재원 마련 ▲무상주 49주 지급 등이다.
/디자인=이강준 기자
현대차그룹은 노조의 강경한 입장에 파업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수급난 위기를 버틴 만큼 더 높은 곳 향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기아 노사는 장시간 갈등을 겪었다. '평생 사원증'으로 불린 노조가 요구한 2년마다 신차 30% 할인 혜택 요구 확대 때문이다.

기아 노조의 이 같은 요구가 알려지자 "역시 귀족노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기아 노조의 일부 젊은 직원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요구안이 지나쳤다는 것이다.

차 구입 시 할인 연령 75세 제한 및 3년마다 혜택 제공은 유지하고 기존 퇴직자 할인에서 제외됐던 전기차 할인(2025년부터 적용)이 추가되면서 협상은 마무리됐다.


'정년 연장' 변수에 진통 예고


최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연장' 요구안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 같은 방침에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로 타결됐던 현대차 임단협은 올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가 정년연장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은 올 1분기(1~3월) 역대급 실적이 예상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전년대비 86.3% 증가한 3조5927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노조의 세부 요구안은 ▲기본급 인상 ▲순이익에 맞는 성과급 ▲해고자 복직 ▲상여금 800% 인상 ▲신규 인력 추가 충원 등이 담겨 있다.
현대차그룹 생산직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도 강경 모드를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진행된 임단협 찬반 투표 당시 투표지 모습. /사진=뉴시스(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는 최근 400여명의 확대 간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 조사에서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시급하게 제도 개선해야 할 의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6.9%가 '정년연장'을 꼽았다.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는 반드시 실질적 정년연장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사 협상에서 노조 요구안 대부분을 수용했지만 정년연장과 해고자복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합리한 요구'는 수용불가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정한 정년 60세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5세와 5년의 차이가 나는 만큼 이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아 노사 협상 타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 노조는 얼마 전 소식지를 통해 "최대 실적에 걸맞은 최대 임금과 최대 성과급 쟁취를 최우선으로 하고 올해 임금 및 별도 요구안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노조답게 승리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경 행보를 예고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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