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7%나 폭락한 이 기업…“우리가 살려볼게” 나선 곳은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5. 2. 06: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해 ‘선 구조조정-후 매각’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전면 인수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본이 풍부한 대형 은행조차 부실 대출 인수를 꺼려했다는 평가다.

1일(현지 시각)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연방예금보험공사와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소유한 주거·상업 대출에 대한 손실을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인수로 예상되는 손실 일부를 보전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시가총액이 2021년 11월 400억달러(53조6400억원)에서 6억5300만달러(약 8756억원)로 98.3% 폭락한 점에 일정 부분 기대를 품었다. 가격이 낮아진 만큼 전면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형 은행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형 은행들이 손사래를 친 까닭은 예금과 대출을 동시 인수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있는 부유층에 빌려준 산더미 같은 저금리 대출이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팬데믹 기간에 뿌려 놓은 저금리 모기지 대출은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가치가 급락했고, 은행들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인수자 없는 파산 만큼은 막으려고 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2만5000달러 미만에 대해 전면 예금 보장을 해야 하고 이에 따라 연방 예금 보험 기금이 줄어들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이번 파산으로 130억달러에 달하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분석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숙제는 남았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유위기와 같은 수준을 번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있다. 다만 다른 은행들의 뱅크런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중소 은행 파산으로 예금자들이 대형 은행으로 쏠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하면서, 미국인들의 대형 은행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특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규정은 특정 은행이 전체 예금의 10%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할 경우 1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화감독청은 앞서 “연방예금보험공사가 JP모건의 손을 들어 줄 경우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정을 고쳐서라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서둘러 JP모건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정부와 시장은 이번 파산의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자산 2126억3900만달러 은행으로 미국내 14위다. 올해 3월 16위 실리콘밸리뱅크와 29위 시그니처뱅크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11개 은행이 300억달러를, 연방준비은행이 1000억달러 자금을 긴급 대여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1분기 실적 발표 결과를 열자마자, 뱅크런 위기감이 고조됐다. 예금이 1764억달러에서 1044억달러로 1년새 40%인 720억달러가 줄었기 때문이다. 4월 인출액 까지 포함하면 10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이자 이익은 19.4%, 순이익은 32.9% 각각 감소했다. 웰스파고의 제러드 쇼 분석가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연말이 되면 0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이르면 올해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파산에 경제 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미서부시간 오전 2시 현재 2.16% 하락한 2만8615.90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연쇄 뱅크런이다.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스티븐 켈리 선임 연구원은 “이번 파산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은행이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큰 은행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역시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서도 “다만 다른 모든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은행권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은행의 위기 요인을 상업용 부동산으로 꼽았다. 멍거 부회장은“미국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에 대거 노출돼 있다”면서 “많은 문제가 있는 사무실 건물과 쇼핑센터, 기타 부동산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를 정리하는데 큰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