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파생상품엔 있고 전세엔 없는 것
[김선욱 IBA홀딩스 대표·미국 공인회계사] 최근 연예인, 의사, 기업 오너 등이 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좌를 통해 주식 투자를 하다 크게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나면서 CFD의 위험성이 이슈가 되고 있다. CFD 계좌로 레버리지 투자를 하다 주가 하락으로 증거금이 부족해졌고, 마진콜이 발생했지만 추가 증거금 입금에 실패해 보유 중이던 주식을 낮은 시장가에 어쩔 수 없이 강제 매도(반대매매)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확정했다. 문제는 강제 매도가 하락장서 주가를 더욱 끌어내린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레버리지를 쓰지 않은 투자자까지 손실을 입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절박한 시기에 강제청산을 받아줄 시장 유동성이 부족하다면 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지게 되고, 늘어난 손실이 채권자의 일부 돈까지 잠식하여 불가피하게 투자자에 대한 채권자의 미수채권이 생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1년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의 레버리지 주식투자에 자금을 대 줬다가 천문학적 손실을 본 후, 아케고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바람에 미수채권을 다 회수 못 하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UBS에 인수됐다.
여기서 우리나라 전세제도를 보자. CFD 거래와 전세보증금을 낀 부동산 소유는 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서로 공통점이 있다. 두 거래 모두 투자(소유)를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주식에 비한다면 부동산은 시장가격 하락 리스크가 훨씬 덜하지만 여전히 가격하락 리스크에 노출된다.
문제는 채권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부분에서 두 자산, 즉 파생 상품과 부동산 간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증거금과 마진콜, 강제청산 제도의 유무다.
보통 부동산 소유주의 자금조달처는 전세금과 부동산 대한 자기지분이다. 전세금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대출성격으로, 부동산 소유를 지탱해주는 매우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 수단이다. CFD 같은 파생상품에 적용되는 원칙대로 하자면, 전세를 놓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그 폭이 소유주의 자기지분 중 일정부분을 잠식하는 경우 마진콜이 들어가고 소유주는 채무(전세금)의 일부를 변제해 부동산에 대한 자기지분 비중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만들 것이다. 마진콜 경고에도 일부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부동산가격 하락이 더 심화하기 전에 전세거래를 즉시 취소하고 채권자(전세세입자) 보호를 위해 부동산을 시장에 매각해 이 돈으로 채권자를 변제(전세금 반환)하고 부동산가격하락 손실분은 집주인의 자기지분에서 충당하도록 해야한다.
고위험 상품으로 알려진 파생상품 계약에서조차 지켜지는 최소한의 채권자 보호 장치인 마진콜·증거금(자기지분)유지·강제청산 제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여겨지는 부동산 시장의 일부인 전세 시장에선 통용되지 않고 있다.
거래소 또는 증권사(장외 파생)를 통해 매매되는 파생 상품과는 달리, 전세는 사인 간 거래이므로 부동산가격변동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없다. 따라서 전세대출의 보증을 제공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가격변동 추이를 모니터링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전세계약은 부동산 가격변동에 따라 만기 전 취소가 가능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 마진콜 기능 등 전세 계약의 완비성을 보강해 전세세입자 보증금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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