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100만원만 보내줘”…5060 노린 보이스피싱, 금융사도 배상?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5. 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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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CG [사진제공=연합뉴스]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금융사도 사기 피해금액 중 일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감독당국과 검경, 금융권 합동대책 덕분에 최근 몇 년간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1인당 피해금액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금융사 일부 배상책임’ 카드를 꺼낸 것은 각 사가 금융사기 예방 조치에 적극 나서라는 취지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금융사가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평가해 일부 피해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는 고객이 직접 비밀번호 등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대부분의 피해금액을 피해자가 떠안는 구조다. 금융사가 보안 절차상의 문제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본인 확인이나 거래 목적 등 단순 확인 절차를 거치면 금융사는 책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은행권 보이스피싱 민원은 1879건으로, 1년 전(1444건)보다 30% 이상 늘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금융사-고객 간 책임을 따져 배상비율을 나누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 뿐 아니라 피해 소비자도 ‘보이스피싱 예방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 등을 따져 비율을 결정할 전망이다. 사실 범죄 조직에게서 보이스피싱당한 금액을 돌려받을 확률은 낮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환수액은 379억원으로 피해금액의 26.1%에 불과했다. 10명중 7명 이상은 고스란히 돈을 날린다는 이야기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4440억원, 2019년 6720억원에 달했던 피해금액은 2021년 1682억원, 2022년 1451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1인당 평균 피해금액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18년 910만원에서 계속 1200만~1300만원대를 유지했고, 지난해에도 1130만원을 기록했다. 범죄자들이 ‘오픈뱅킹’ 제도를 약용해 다른 은행 계좌까지 털거나 휴대폰을 몰래 개통한 뒤 비대면 대출을 받는 등 악랄한 수법을 총동원하고 있어서다.

특히 예전처럼 대출을 빙자한 수법보다는 지인이나 가족을 사칭한 사기에 속아넘어간 피해금액이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020년만 해도 대출빙자사기 피해가 1565억원, 사칭 사기가 787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대출빙자가 311억원으로 줄었지만, 사칭 사기가 1140억원으로 급증했다. 피해자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46.7%, 50대 이상이 33.1%로 높아 부모님 세대에 예방교육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청주에 사시는 부모님과 ‘가족 암호’를 정하고 문자나 카톡으로 송금을 요구하면 암호를 묻기로 했다. 지인들의 돈 요구에는 무조건 저에게 전화하게 하라고 해놨다”고 말했다. 30대 주부 박 모 씨도 “경찰이나 검찰, 금융감독원이라고 전화가 오면 일단 무조건 끊고 다른 유선전화로 저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사기수법이 워낙 교묘해져서 한참 설명해도 모자라더라”고 한탄했다.

금융사들도 자체적으로 다양한 보이스피싱 예방 정책을 시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금융사기 예방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 달 은행권 최초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대포통장 의심계좌 24시간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전담 인력이 1년 365일 연중무휴로 근무하면서 의심계좌 적발 시 지급정지와 피해자에 신속 전화 알림,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 피해고객 ‘안심보상제’를 운영해왔는데, 1년 6개월 만에 1620여 건의 피해를 돕고 12억원 상당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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