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랐는데 퀄리티는 실망” 달라진 맛집, 손님은 불만
“밑반찬조차 달라져” 평가까지
“단골집도 변해” 발길 돌리기도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씨(39)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전시회도 즐기고 맛집에서 오붓하게 식사도 하기 위해서였다. 관람을 마친 김씨는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했고 미슐랭 밥구르망에 선정된 칼국숫집을 찾았다. 이곳에서 옛날 손칼국수(9500원)와 왕만두(1만2000원), 생두부(1만3000원)를 주문한 김씨는 기대와 다른 음식맛에 크게 실망했다. 김씨는 “손칼국수라고 했지만 기계로 면을 뽑았고, 생두부는 마트에서 파는 일반 촌두부와 다를 바가 없어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음식점의 리뷰에는 “정말 최악이다. 어려서부터 가던 맛집, 다시 못 갈 곳이라니 참 씁쓸하다” “오래된 음식점이 예전의 그 맛을 낼 수 없다니 화가 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고물가시대를 맞아 유명 음식점들이 외식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지만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명한 양대창 구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3만원이던 점심 특선 가격이 최근 4만원으로 1만원이나 인상됐지만 밑반찬조차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사는 차모씨(45)는 “워낙 비싼 집이라 점심 특선을 이용해 가족들과 양곱창을 맛봤는데 가격이 오른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음식이 부실했다”면서 “단골로 자주 찾았던 음식점의 맛과 서비스가 변해서인지 실망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 있는 맛집들은 막상 계산할 때면 검색할 때보다 메뉴마다 500~1000원가량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지하식당가를 찾은 직장인 박모씨(38·경기 의정부시)는 “열무 냉면과 돈가스에 비빔밥까지 9000원이던 세트 메뉴가 얼마 전에는 9500원으로 올랐다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 계산할 때 보니 1만원이었다”면서 “요즘은 외식할 때마다 왠지 속은 것 같아 기분이 상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 정통 일식집은 학부모들 사이에 ‘가성비갑’으로 입소문이 난 음식점이다. 1인당 3만~4만원 하는 코스 요리를 시키면 해산물과 모둠회에 튀김은 물론 알밥까지 그릇을 비우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해서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진 음식의 맛과 양에 발길을 돌리는 단골들이 늘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사는 최모씨(51)는 “친정어머니와 학창 시절부터 자주 찾았던 횟집”이라면서 “지인들에게 소개하면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는데 옛 맛을 잃어 앞으로는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삼겹살, 삼계탕, 냉면 등 대표 외식 품목 8가지의 서울 기준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많게는 16.3% 올랐다. 200g 환산 기준 삼겹살은 평균 1만9236원, 자장면은 한 그릇에 6800원,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평균 1만6346원으로 집계됐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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