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보·담당관, 결재라인서 사라지나…정부 밑그림 그린다

기사내용 요약
행안부, 정부 하부조직체계 개선 연구용역 재공고
보조·보좌기관 구분 및 보좌기관 존치 필요성 검토
'부정여론 우려' 연구기관 참가 꺼려 시작부터 삐걱

[세종=뉴시스] 변해정 기자 = 정부가 차관보와 담당관·기획관·정책관 등 보좌기관을 업무 결재라인에 배제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수직적·계층적인 하부조직 체계로는 행정환경 변화에 적기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2일 당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최근 '정부 하부조직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 입찰 재공고를 냈다.

이번 연구용역은 행정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 하부조직 체계와 의사결정 단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하부조직은 지난 1970년 '정부조직법' 개정 시부터 계선(Line) 성격의 보조기관과 참모(Staff)인 보좌기관으로 구분해 운영해왔다.

보조기관은 기관의 실질적인 업무 수행을 하는 명령계통으로 차관, 차장, 실·국장, 과장을 들 수 있다. 이는 본부장, 단장, 부장, 팀장 등으로 달리 칭하기도 한다.

보좌기관은 기관장이나 보조기관을 보좌하며 보조기관과 달리 명령권과 지휘·집행권이 없다. 실장급 차관보와 기획조정실장 및 역할과 기능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 국·과장급인 담당관·기획관·정책관·심의관·협력관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보조기관과 보좌기관을 엄격하게 구분·적용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정부조직법상 보조기관인 실장이 현재 다수부처 과제나 국정현안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등 장관을 보좌해 업무조정 역할을 하곤 한다.

보좌기관이 계선 조직화돼 사실상 업무를 지휘·통제하는 폐단도 생겨났다. 차관보와 담당관이 보조기관과 같이 정부결재서류에 결재란을 두는 것이 대표적인데, 이는 결재 단계를 복잡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막는다.

이에 행안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보조·보좌기관의 구분과 보좌기관의 존치 필요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특히 보좌기관을 대신해 해당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 또는 담당자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분석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좌기관을 없애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들 직위의 역할과 기능은 상당하기에 결재라인에서 배제·제한하는 것을 포함한 전체 밑그림(새 하부조직 모형)을 제시하려는 것"이라며 "보조·보좌기관의 설립 취지는 되살리되 정책 난제에 신속·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 수차례 논의됐다 무산됐던 하부조직 체계 개선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연구 일정이 4개월로 촉박한데다 정치·사회적 후폭풍을 우려해 관련 연구기관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앞서 한 차례 입찰 공고를 냈지만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행안부가 입찰에 부친 연구용역이 유찰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연구기관들이 탐내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행안부가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 자체로 보좌기관 존치 논의가 불붙을 수 있다"면서 "조직의 활력 유지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 하부조직체계의 재정립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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