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테블리’냐 ‘테라대왕’이냐…그 끝은?[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이윤이 24% 급감했지만 주가는 2000달러(액면 분할 전 600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에도 “테슬라는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할 것”, “앞으로 5년 동안 실적이 뒤따라오면서 5800달러(액면 분할 전)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테슬라 주가, 12배 오를 가능성은
테슬라의 주가는 160달러 내외에서 움직인다. 2000달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 수준에서 12배 정도 올라야 한다. 2년 전 우드 CEO의 낙관론을 믿고 투자해 큰 손실이 났던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이번에 우드 CEO의 낙관론을 믿고 투자하다가는 지옥에 추락해 염라대왕 앞으로 간다는 ‘테라대왕(테슬라+염라대왕)’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테슬라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일론 머스크 회장에게 있다. 테슬라가 성장주로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S’자형 생장 곡선상 성장 탄력도(이윤 증가비율÷기간 경과비율)가 계속 높아져야 한다. 이 전제 조건이 무너질 때 성장기에 놓여 있는 기업이라도 순식간에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가 도래한다.
기업이 성장 탄력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 행위’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머스크 회장은 기업 권력을 악용해 국가 권력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조 바이든 정부로부터 테크래시(techlash=technology+backlash)와 반독점 규제 그리고 후발 전기차 업체의 부상 등으로 성장 탄력도가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테슬라가 성장주에 이어 가치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저평가된 주식에 매력을 느끼는 시장 참가자는 높은 가격을 써낼 의향이 있고 그 신호대로 해당 주식을 배분하면 ‘건전한 자본 조달’과 ‘재산 증식 수단’으로 증시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에 매력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완전 경쟁 시장은 가장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달성하기 어렵다. 완전 경쟁은 아니더라도 시장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급자와 수요자 수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제품의 질도 가능한 한 동질적이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차이가 크게 나서는 안 된다.
제품도 ‘경합성의 원칙’과 ‘배제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경합성은 특정 재화를 차지하기 위한 시장 참가자 간 경쟁을, 배제성은 가격을 지불한 시장 참가자만 특정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전제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 즉 시장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도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 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시장 실패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현대통화론자 등과 같은 행동주의 경제학이 태동된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디지털화 급진전에 따른 네트워킹 효과로 갈수록 외부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는 유토피아 시대에서 ‘보호’에 중시하는 디스토피아 시대로 넘어옴에 따라 최대 적(敵)인 외부불 경제(사적 비용<사회적 비용)가 나타날 때는 시장 경제를 지탱하는 배제성과 경합성의 원칙도 무너진다.
테슬라 성장의 장애물 ‘일론 머스크’
머스크 회장은 외부 불경제 행위로 일관해 왔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이용한 실적 부풀리기, 트위터 인수대금을 테슬라 주주에게 전가, 세면대 사태로 비유되는 트위터 직원의 강제 해고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환경 보호, 사회적 가치, 지배 구조 등 이른바 ESG 경영도 소홀히 해왔다. 개인적으로는 도덕성 문제에 늘 중심에 서 있다.
궁여지책 속에 머스크 회장은 가격 할인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발표했고 지난 1분기 이윤이 급감하자 조만간 추가 할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연 우드 CEO처럼 테슬라를 무조건 사랑하는 테블리(Tevery=Tesla+Lovery)의 희망대로 대박이 날 수 있을까를 ‘이윤 감소’라는 공동 현안에 감산으로 대처한 삼성전자와 비교해 보자.
기업의 최종 목표인 이윤이 감소할 때 이를 극복하는 대책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기부터 매출액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price)’을 할인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초기에는 고통과 희생이 따르지만 갈수록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 매출액과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이윤이 증가하는 수량(quantity) 축소, 즉 감산이다.
두 방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전제는 가치주 평가와 마찬가지로 ‘시장 경제와 균형 이론이 얼마나 잘 작동되는가’ 여부다. 양대 전제가 충족되지 못할 때 가격 할인을 추진하면 시장의 실패를 가져와 해당 기업이 이윤이 더 감소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때는 감산을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간 양극화 구조가 심해지면서 시장 경제가 잘 작동되지 않음에 따라 불균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상황과 비슷한 1980년대 초에 태동됐던 불균형 이론에 따르면 특정 사건을 계기로 균형점에서 이탈됐을 때 균형 이론에서는 시장 조절 기능에 의해 이에 다시 수렴된다고 봤다.
하지만 이 이론은 시장 조절 기능이 무너져 균형점에 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어 오히려 시장에 맡겨 놓을수록 재원 배분상 실패를 초래하고 참가자들이 모두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때는 국가가 개입하거나 선도 기업이 나서 수량을 조절해 줘야 균형점을 되찾을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의 위상도 중요하다. 가격 할인을 테슬라처럼 선도 기업이 추진하면 경쟁 여건이 빠르게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초기에 확보한 기득권마저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감산은 삼성전자처럼 선도 기업일수록 추진해야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고 가격이 오르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된다.
게임 이론을 통해 보면 더 명확해진다. 요즘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 이론은 참가자별 이해득실(pay off)에 따라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식 이기적 게임’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고객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이 즐겨 써 왔던 게임 방식이다.
공생적 게임 이론은 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꼬리 위험으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양식(architecture)을 제공한다. 이 이론의 가장 큰 의미는 외부 경제 효과다. 외부 경제 효과는 사적 혜택보다 월등히 큰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머스크 회장이 추진 초기 때부터 명확히 밝힌 것처럼 테슬라의 가격 할인은 다른 기업의 점유율을 빼앗는 이기적 게임이다. 게임 결과(pay off)도 시장 전체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시장의 질서만 흐트러뜨리는 제로섬 게임이다. 삼성전자의 감산은 이건희 전 회장의 의지대로 어려울 때일수록 참가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생적 게임이다.
기업 이윤은 매출액에서 각종 비용을 빼 산출한다. 불확실한 시대에서는 기업 이윤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면 시장에서의 신뢰는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한다. 가격 할인을 통한 포지티브 경영은 매출액이 증가할수록 불확실성 위험에 더 노출돼 기업 이윤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감산을 통해 각종 비용을 줄이는 네거티브 경영은 불확실성 위험 노출을 줄이면서 기업 이윤에 대한 믿음이 늘어나게 된다.
두 기업에 대한 앞날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올해 테슬라의 실적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목표 주가도 대부분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26달러까지 대폭 내려 잡는 기관까지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2년 만에 ‘8만 전자’에 도달하고 ‘10만 전자’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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