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동향 수시로 보고받았던 김익래 회장... 작전세력 인지 가능성, 정말 없나

이인아 기자 2023. 5.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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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데이타·서울가스 회장, 매도 직전 블록딜로 수백억원 챙겨
“오너일가, 분기별로 계열사 주가 동향 보고받아...이상 반응 인지 가능”
일각선 “내 재산 수백억 왔다 갔다 하는 데 배경 안 찾아본다고? 말 안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폭락 사태’로 8개 종목이 급락하기 직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이 보유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을 현금화하면서 매도 시점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투자업체 라덕연 대표는 이번 사태에서 차익을 챙긴 사람이 최대 수혜자이며, 폭락 배후에 있다고 지목하면서 공방전이 펼쳐졌다. 라 대표 측은 김익래 회장을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 고발할 것이라고 했고, 다우키움그룹과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업계와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부분은 김 회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주가 조작 가능성을 인지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조작 일당을 알지는 못했더라도 이상 조짐은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일 SG증권이 내 주식을 사고 있는데, 배경이 뭔지 알아보지 않았을 리 없다”면서 “(우연의 일치라는 키움 측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6%)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김 회장의 보유 지분은 26.66%에서 23.01% 감소했는데,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가 폭락하면서 지분 매도 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지분이 줄었지만, 최대주주 우호지분이 66.91%여서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없다.

김익래 회장이 주식을 팔기 2영업일 전인 지난달 17일에는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이 같은 방식으로 10만주를 정리했다. 주당 45만6950원으로, 총 457억원을 챙겼다. 지분이 11.54%에서 9.54%로 줄었지만, 특별관계자와 자사주 지분을 포함하면 최대주주 우호지분이 74.17%에 달한다.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라덕연 씨는 1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가 폭락 사태에 키움증권이 연관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라 씨는 김익래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을 블록딜로 넘겼는데, 판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반대매매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매수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던지는 비상식적인 거래로, 다른 종목들까지 하한가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라 씨의 발언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과도하게 오른 상태이고, 어느 계정에서 매수하고 있는지 정도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SG증권 계정으로 쏟아진 매물이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키움증권의 CFD 계좌였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우키움그룹은 임원회의 때 계열사 주가 추이를 분기별로 보고한다”며 “상속 이슈가 얽혀있어 현재 계열사들 주가가 어떤 상태인지, 이상 반응이 있는지 등을 사장단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데 어떤 계정에서 사들이는지 임원단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도 본인 주식을 매집하는 세력이 어떤 창구를 쓰는지 정도는 눈여겨보기 마련”이라며 “증권사 오너인 만큼 여러 루트로 SG증권 측에 문의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가 조작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주식을 사는 곳이 진짜 외국인이 아니라 CFD 계좌를 쓰는 내국인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라 회장을 실제로 알지는 못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가스 주가도 특별한 호재 없이 3년에 걸쳐 올랐는데, 어떤 계정에서 지분을 매집하고 있는지 오너 일가는 눈여겨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문제가 된 8개 종목 모두 최대주주 지분 변동이 드물었는데, 두 기업 회장의 블록딜 이후 주가가 폭락한 점도 의구심을 더하는 부분이다. 8개 종목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거래량이 적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8개 종목은 긴 시간 주가를 천천히 끌어 올렸는데,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주식을 안 판다는 걸 세력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아무리 자금이 풍부해도 대주주가 중간에 주식을 판다면, 그간 레버리지를 일으켜 만든 주가가 무너지기 때문에 사전 공모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실제 과거 여러 차례의 주가 조작 때 최대주주들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일부 기업 오너는 조사 결과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실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과거 주가 조작에 관여했던 한 인물은 “최대주주의 묵인 없이 주가 조작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김 회장은 과거에도 이상급등했던 다우데이터를 대량 매도했던 전력이 있다. 김 회장은 2007년 1월 9일부터 11일까지 3거래일 동안 다우데이타 주식 133만2000주(4.15%)를 장내에서 내다 팔았다. 당시 다우데이터는 윈도 비스타 테마주로 묶여 2000원대였던 주가가 한때 5000원 위로 치솟았다. 이상 급등하자 김 회장(당시 대외협력총괄 이사)은 평균 4757원에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검찰, 금융당국은 현재 해당 사안을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속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김 회장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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